'꿈에도 돼지 울음 소리'...구제역 스트레스
-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매몰된 가축이 100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묻는 광경을 지켜본 방역 직원들과 축산 농민들은 수면장애나 환청 등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강정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양주시의 축산위생연구소에서 10년 동안 수의사로 일해 온 최 모 씨.
동물을 돌보기 위해 선택한 수의사의 길이지만, 양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3주 동안은 살아 있는 가축들을 땅에 묻는 역할을 해야했습니다.
[인터뷰:최 모 씨, 수의사]
"하루에도 살처분을 몇 농가씩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끼리도 분위기는 좀 그렇습니다.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해야 하나? 저녁이 되면 다들 말이 없고... 그러다 보니까 서로 의지해서 있는 거지..."
매몰될 가축과 씨름하다 빙판에 미끄러져 허리까지 다쳤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건 정신적인 고통이었습니다.
[인터뷰:최 모 씨, 수의사]
"들려요. 환청이... 계속 소리가 들려서 저희끼리도 정신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 악몽을 계속 꾼다..."
방역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들도 비슷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제역 발병 지역인 포천과 연천의 공무원 200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등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축산 농민.
몇 년 동안 애써 기른 가축을 하루아침에 땅에 묻은 농장주들은 구제역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곽창선, 축산농민]
"갈피를 못 잡죠. 멍하니 있는 거고...살처분 당하는 광경, 우리 돼지들이 지르는 소리, 그런 것들이 굉장히 힘들어요. 생각이 나니까..."
이에 따라 경기도는 시군 보건소에 구제역 스트레스 상담 창구를 열고 필요한 경우 정신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면서 축산 농민들과 방역 직원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 강정규[liv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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