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 아리따운 소녀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는
수줍어 말 못하고 헤어졌네 人無語別(수인무어별)이라
돌아와 중문 걸어잠그고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하고
배꽃새 달 보며 눈물흘리네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이라
이 한시의 제목은 무어별(無語別)이다. 이는'말없이 이별하다'라는 뜻이다. 이 시에서 시적화자는 한 소녀를 바라보면서 혹은 소녀의 모습을 추측하면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했던 소녀의 순정을 그리고 있다. 이화월(梨花月)은 배꽃처럼 흰 달 내지 배꽃 사이 달을 의미한다. 그 달을 보면서 중문을 걸어 잠그고 눈물만 흘리는 소녀의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윤동주의 서시를 보며 소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잎새에 이는 약한 바람에도 괴로워 하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할까? 윤동주는 참 소녀같아...소녀의 마음도 그렇게 순수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그 절실한마음 가슴앓이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한다. 단지 보여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달님이다. 달님은 수 많은 밤마다 소녀와 대화를 하며 소녀의 마음을 읽어 주었을 것이다. 소녀의 사랑과 그녀의 웃음과 그녀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따스하게 보아주고. 그런데 이 날 소녀는 달님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임을 보고 말도 못하고 헤어졌기에. 영영 이별을 했는지, 아님 짝사랑이라서 말을 못하는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배꽃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고 하얗게 웃으며 귀 기울여 듣고 있고, 달님은 미소로 화답하며 소녀에게 위로를 한다. '후일을 기약하세요. ' 수줍어서 배꽃에 가린 그녀의 눈망울은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지는데 이쯤에서 나도 한마디 해야지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소녀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사춘기는 꼭 필요하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진실된 감정이라고...소녀의 슬픔이 가슴에 와 닿지만 ... 내일은 꼭 고백하라고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보라고...일회용 사랑이 청춘 남녀를 괴롭히는 이 시대에 소녀의 순수한 사랑은 아름답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