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 아이들이 말하는 `민사고` |
새벽 6시에 일어나 검도로 아침잠을 깨고 국궁으로 정신력을 다진다. 쉬는 시간에도 영어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새벽 2시 강제 취침 이후에도 급속 충전이 되는 랜턴을 켜 놓고 `도둑 공부`도 해봤다는 공부 벌레들. "공부하고 싶은 이에게는 천국, 공부하기 싫은 이에게는 지옥"이라는 표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곳. 하지만 생활의 1/4은 각종 봉사 활동들로 수놓아지는 곳. 방문한 낯선 이들에게 먼저 "안녕하세요 "라며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인사를 올리는 학생들이 있는 곳. 올해 대학에 합격한 민사고 두 학생의 3년간 `횡성 생활`을 들어봤다. ◆코넬 공대 합격한 백두산 군 백두산 군(19)은 올해 코넬 대학 공대에 합격했다. 영어 활용 수업이 많아 자연스럽게 환경이 조성된 것이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어느 순간 `이게 한국어로 뭐지` 이러면서 영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고3 때는 학원은 안 다니고 스스로 문제를 풀고 공부를 했다. "방학 때 학원도 다녀보고 했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영어 실력이 진정으로 업그레이드 되려면 제 자신이 감을 익히는 수 밖에 없더라고요" 백 군은 400쪽이 넘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한 학기에만 3~4번씩 읽어나갔다. 문장은 어려웠지만 독파하면서 성취감과 희열을 느꼈다. 그는 영문학 고전을 원서로 완독한 시간을 자칫 팍팍할 수 있는 고교 시절의 `활력소`라고 추억했다. 컴퓨터도 즐긴다. 컴퓨터 언어인 자바(JAVA)를 11명의 팀원들이 서로 배우는 과정에서 공대생의 정체성을 기르게 됐다. 백 군은 "6~7시간씩 꼼짝 않고 앉아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논리적으로 식을 짜고 마침내 구현이 될 때 그 쾌감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20 행렬식을 계산하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그 원리를 나중에 수학 방정식을 푸는데도 응용했다. 그는 "학문의 원리는 서로 통해 있음을 깨달았고 끊임없는 과제 수행을 통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화학을 좋아하는 백 군은 `Chemistry`라는 단어에 끌려 공대를 진학하게 됐다. "화학이 다른 사람과의 공감대를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공부만 들입다 했어도 모자랄 시간에 그는 또래 상담 동아리 `속삭임`에서 활동했다.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심리 상담을 해주고 고민이 있으면 들어줬다. 졸업생이나 신입생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도 했다. 누구보다 뛰어난 수재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에서도 학생들은 학업보다도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다보니 `작은 사회`나 다름 없었다. "사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건데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할지 처음에 다 어려워해요. 하지만 저희는 자립심과 공존하는 법 모두를 배웠다고 자부해요" 백 군은 11학년(고2) 때 선후배 스터디 프로그램에서는 멘토로 활동하며 화학, 수학, 컴퓨터를 가르쳤다. "제 공부 시간 뺏긴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배웠던 것을 가르치면서 한 번 더 정리되니까 오히려 도움받은 거죠" 백두산 군은 알찬 커리큘럼도 소중하지만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볼 기회를 얻은 것, 의지하고 지낼 선후배와 친구들을 가장 큰 수확으로 생각한다. "사교육에 물들지 않아서 좋고 서로 끈끈하게 지켜주는 우정이 있어서 기뻐요" "1:1 매칭 선배가 있고 마주 보는 방이 매칭방이라 잘 지내요. 1달에 1번 빼고는 주말엔 기숙사에서 공부하고 애들이랑 원주로 원정 가기도 하고 휴게소에서 가락 국수도 사먹구요" 그는 대학원에서 공학과 접목시킬 수 있는 경영학이나 교육학을 배우고 싶다. "공학이 학문적으로만 머무는게 아니라 사회에 이바지 하려면 경영 전략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예요" 교육학을 배우려는 까닭은 고민 상담을 하면서 능력이 있는 인재를 바르게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배운 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고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고 싶어요" ◆서울대 생명과학과 합격한 왕가온소래 양 가운뎃소리, 중심이 되는 소리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왕가온소래 양은 생물 과목 하나에 `올인`했다. 수강신청 제도 덕분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족반이긴 했지만 생물을 심화(in-depth) 과정으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들을 수 있거든요. 이런 과목 듣고 싶은데 개설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선생님께서 강좌를 열어주세요" 민사고 과정 중에 특별히 갖춰진 IR(Individual Research) 시간을 적극 활용한 결과였다. 생물의 경우는 4~5명, 영화 감상과 비판적 글쓰기도 학생들의 요청으로 20명 정원으로 열렸다. 11학년(고 2)때도 입시 위주로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 지리나 AP Chemistry 등도 자유롭게 신청해서 수강했다. 12학년에 가서는 경시대회와 수시모집, 수능공부를 병행했다. 면접 준비도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과 짝을 이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수학은 선생님 2분이 번갈아가면서 실전 면접 준비를 해주셨다. 일본 공대 입학 문제나 서울대 신입생들이 보는 학력 평가 문제 중 어려운 문제를 한 시간에 2~3개씩 몇 분 정도 칠판에 직접 나와서 풀어봤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면접 보는 교수님 역할을 했다. 추가 질문에 대응하는 모의 면접을 수 차례 치뤘다. 왕 양은 10월 중에 본 카이스트와 연세대, 11월 말에 본 서울대 3개 대학에 모두 붙었다. 같이 공부한 친구들도 모두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생물 공부가 너무 좋아 동아리도 `metamorphosis`(변이)라는 생물 동아리를 들었다는 왕 양의 목소리는 생물 이야기를 하는 내내 들떠 있었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을 이를 때 흔히 이 말을 써요" 그녀는 "작년 여름 민족제(교내 축제)때 환경에 관련된 독립 영화 상영회를 열었던 것이 학창 시절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재량권이 주어져서 한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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