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만 명이 해외로 나가고, 700만 명 가까운 재외국민이 세계 200여 나라에서 활동한다. 이런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뛰는 사람들이 있다. ‘영웅’과 같은 '초능력'도, '총 한 자루' 없으면서도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건다. 외교통상부 내에서 가장 힘든 부서로 꼽히는 재외동포영사국 직원들이다.
위기에 빠진 국민 구하는 부서 예산이 연 5,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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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외동포영사국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 백주현 국장을 만났다. 백주현 국장은 2010년부터 이 자리를 맡았다. 그는 ‘외교부 사상 큰 일을 가장 많이 치른 고위 공무원’으로 꼽힌다.
실제 그가 부임 후 있었던 사건으로는 아이티 지진(2010년 1월 13일), 칠레 지진(2010년 2월 27일), 뉴질랜드 지진(2011년 2월 23일), 일본 대지진(2011년 3월 11일) 등 자연재해와 과테말라 인질사건(2010년 1월 18일), 온두라스 한지수 씨 사건(2010년 10월 16일 해결) 같은 재외국민이 얽힌 범죄, 삼호드림호(2010년 4월 4일), 금미 305호(2010년 10월 9일), 삼호주얼리호(2011년 1월 15일), 한진텐진호(2011년 4월 21일), 싱가포르 선적 MT제미니호(2011년 4월 30일) 등의 해적 피랍 사건 등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혹은 구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마다 그가 지휘하는 재외동포영사국은 ‘비상’에 돌입했다. ‘정시출근 정시 퇴근’이라는 말은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공무원 사정’이다. 피를 말리는 긴장 속에서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들이지만, 잘 모르는 국민들은 ‘외교관은 어쨌거나 외교관’이라는 선입견에 싸잡아 비난하기만 한다.
이런 선입견은 삼호드림호 사건, 금미 305호 사건, 재외국민 긴급철수작전을 폈을 때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지난 1월부터 한 달 동안 이뤄진 이집트의 우리 국민 철수 작전 때 ‘외교부가 밥도 제 때 챙겨주지 않아 굶었다’ ‘영사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다’는 말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정부 내에서마저 그들을 비판하는 바람에마음 고생이 심했다. 이들의 임무가 갖는 기본 속성이 '잘해야 본전'이란 점을 감안한다하라도, 재외국민보호 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냉정하게 따져 볼 여지는 존재한다.
'욕 먹어도 목숨 걸어야 하는' 재외동포영사국은 외교부 제2차관 지휘를 받는다. 재외동포과, 재외국민보호과, 여권과, 영사서비스과로 구성돼 있다.
백주현 재외동포영사국 국장은 “2004년 김선일 씨 피랍살해 사건,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이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이들은 마음놓고 활동을 못 한다. '황당한 수준'의 예산 때문이다. 실제 위기에 처한 재외국민을 구출하는 '신속대응팀'의 연간 예산이 단 5,000 만원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4개월치 세비 수준도 되지 않는다.
외교부 신속대응팀은 재외국민보호과에서 훈련받은 인력들로 보통 해당지역 근무 경험자, 해당지역 언어 능통자 등 10여 명으로 꾸려져 상시 대기한다. 이들 외에도 외교부 전체에 100 여 명의 전문가 풀(Pool)을 구성한 뒤,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 전문가를 차출해 긴급투입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신속대응팀은 인력과 예산, 기본 장비 부족으로 늘 어려움에 봉착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 5,000만원은 한 순간에 소진된다. 올해 이집트, 리비아 사태,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 사용된 예산이 이미 4억 원. 결국 다른 부서의 예산을 전용할 수밖에 없다.
백주현 국장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올해가 아무리 예외적인 상황이 많은 해라고 해도 몇 번 해외 출동하면 수 억 원이 넘는 돈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1년 예산이 5,000만 원이니 정말 난감하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살인범으로 몰려 큰 어려움을 겪었던 온두라스의 한지수 씨 경우처럼, 위험한 상황에 처했거나 도저히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사람을 귀국시키는데 사용하는 ‘긴급 구난비’라는 게 있습니다. 그 예산이 연 1억 8,000만 원입니다.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이 또한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간 피랍 사건 이후 그나마 늘린 예산이란다
재외국민보호는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고 백 국장은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그 전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죠. 그걸 정부가 모두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백 국장은 “21세기 들어서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적 범죄가 일반화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게 테러, 납치, 해적 등인데 우리 국민들이 항상 이런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최근들어서는 지진, 해일,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재해에도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문제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우리 국민도 언제든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백 국장은 “그나마 외교부는 김선일 사건, 아프간 피랍 사건 등을 겪으면서 신속대응팀 신설, 신속해외송금지원제도, 여행경보제도 등을 통해 체계를 갖췄다”고 답했다.
재외국민 보호의 시작은 ‘사건사고 예방’
“저희 국 직원들은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사고를 당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 사건사고가 보도되는 건 우리 국민이 이미 피해를 봤다는 말이 됩니다. 이걸 미리 막아야죠.”
재외동포영사국은 이런 ‘예방’을 위해 대륙별로 돌면서 각국에 주재 중인 ‘사건-사고 담당 영사’들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갖는다고 한다. 이때 현지에서 우리 국민이 피해자인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현지 정부와 협의할 것인지, 피해자를 구조할 때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등과 같은 노하우를 전수한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데 필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홍보입니다. 해외에 도착하자마자 로밍한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손끝에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락처가 있 어야 한다는 게 저희들 생각입니다.”
재외동포영사국은 이를 위해 지하철, 공항의 카트 등에 부착하는 일반 광고 외에도 항공기보딩패스(Boarding Pass) 뒷면에도 영사 콜센터 전화번호를 표시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영사콜센터에 전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백주현 국장은 "400만 부가 발행될 때까지 홍보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보대사’도 있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해외안전여행 서포터스’가 그 주인공. ‘해안서’라고도 한다.
작년에는 수도권 소재 대학교에서 30명을 뽑았다. 그런데 학생과 해외여행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올해에는 서울 소재 대학에서 40명, 충청 6명, 영남 7명, 호남 7명 등 모두 60명의 ‘해안서’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안서’ 학생들은 스스로 해외 안전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찾고, 안전여행 정보를 어떻게 전파할 것인지 고민한다. SNS는 물론 학교 축제 등에서 해외 안전여행 정보를 꾸준히 전파하고 있다고 한다.
백주현 국장은 ‘해안서’들에게 ‘창의적인 홍보’를 주문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스펙 쌓기를 위해 지원한 걸 안다. 그것에다 앞으로 세계에서 활동하려면 해외여행 안전이 필수라는 점을 하나 더 배워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꼭 한다.
해외에서 사건사고 당하는 국민, 연간 7000여 명
백주현 국장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사건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간 7,000여 명이 해외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당한다고 전했다. 지난 2년 동안 사망자 발생 사건은 과테말라에서의 인질극 사건 단 한 건일 만큼 심각한 사건사고가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란다.
“우리 정부의 신속대응능력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보니 사망사고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주재국 영사들은 주말이든 휴일이든, 위험하든 않든, 즉각 출동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지요.”
‘MT제미니호’사건 때도 이런 신속대응은 빛을 발했다. 지난 달 30일 싱가포르 국적 화물선이 토요일 오후 1시 30분 피랍됐다는 소식이 청해부대를 통해 들어왔다. 청해부대는 연합함대 체계를 통해 바로 정보를 취합, 외교부 신속대응팀을 통해 1시간 내 駐싱가포르 대사관으로 상황을 연락했다. 주싱가포르 대사관 측은 해당 선사와 싱가포르 외무성과 바로 접촉했다.
“대부분의 공관은 주말개념이 없이 사건처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도 재외공관 영사들에게 강조하는 첫 마디가 우리가 가장 빨리 우리 국민을 구출하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는 것입니다. ‘MT제미니호’ 사건과 관련, 주싱가포르 대사가 싱가포르 외무성과 초기에 긴밀히 접촉했습니다. 이런 게 생각보다 굉장히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 외교부에서는 ‘초기 상황 장악’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영사나 대사가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따라 교민들의 피해가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 ‘예산’이 문제가 된다.
중국 등 재외국민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에는 보통 경찰청 인력이 파견돼 있다. 이들이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 절차가 제도화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도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지만, '제도'보다 '관계'가 중요한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평소 '관계'를 형성해 놓지 못하면, 막상 일이 벌어졌을 때 애를 먹게 된다.
그런데 ‘예산’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파견요원들이 매월 수백 달러 이상의 ‘적자 생활’을 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민원수당'을 배정해 줄 수 있는 지를 예산부처에게 요청해봤지만, ‘택도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영사 서비스과, 청년층 위해 워킹 홀리데이 인원 10만 명으로
재외동포영사국 중에서도 ‘표시 나지 않으면서 일은 가장 많은 부서’도 있다. 바로 영사서비스과다. 영사서비스과에서는 비자 문제와 체류허가 문제를 다룬다.
“비자를 얼마나 쉽게 받느냐, 체류 허가를 계속 갱신하는 게 쉬우냐 하는 것들이 모두 국민들의 돈과 직결됩니다. 특히 기업인들은 출입국이 빈번하기 때문에 복수비자를 받아야 하죠.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 국가와 쉬지 않고 교섭을 해야 합니다. 상호 운전면허 허용 또한 우리 국민의 해외활동이 늘어나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현재는 美 메릴랜드州, 버지니아州하고 교섭 중입니다.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2011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인 것 중에는 ‘워킹 홀리데이 인원 10만 명 확대’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청년취업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번에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해외에서 경험도 쌓고 외국어도 배울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로 나가는 것도 방법이지요. 현재 5만 명인 워킹 홀리데이 인원을 올해 안에 10만 명으로 늘리는 것도 목표입니다.”
백주현 국장은 이 외에도 위조방지를 위한 전자여권 발행, 한 창구에서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민원서비스’ 등으로 ‘고객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사콜센터는 외교부를 대표하는 서비스다. 영사 콜센터는 외주로 운영된다. 평소 근무인원은 20여 명. 하지만 긴급 상황 때는 인원이 늘어난다. 일본 대지진 당시 20명을 더 늘여 24시간 체제로 운영했다. 그 덕에 보름 만에 우리 국민들의 생사확인이 가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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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지진 소식을 접한 뒤 혹시나 사망 국민 수가 수백 명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0명 미만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국민들께서는 답답해했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상당히 빠르게 확인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영사콜센터는 정부 부처의 콜센터 중 만족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12년 재외국민선거, 예산-인원 문제와 함께 가장 고민
2012년부터 실시하는 재외국민참여선거와 재외국민보호 예산 및 인원 확충은 재외동포영사국에게는 '난제 중의 난제'다.
재외국민참여선거를 위해 현재 선관위 직원 55명이 해외에 나가 영사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그런데 난제가 산적해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사법권이 없어 선거사범을 잡을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중국 등은 재외국민선거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교민들이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두 차례(투표인 등록과 투표) 대사관을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게 아니다. 이런 문제는 사실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인데도 여의도는 무관심하다고 전했다.
“재외국민보호에 더해 재외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 이런 광범위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인원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제 지난 1월부터 한 달 동안 이집트에서 국민들을 철수시키느라 현지에 '신속대응팀'을 긴급출동시키는 한편 주변 공관 영사들까지 총동원했음에도 인원과 예산 부족으로 국민들의 '항의'만 들었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네티즌들은 이들을 '골프나 치러 다니는 외교관'으로 묘사하며 비판했다. 이들 모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엄청 속앓이를 했다.
이런 재외동포영사국의 활동과 속사정을 아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일부 국회의원들은 "빨리 재외국민보호법을 입법하라"고 권할 정도다.
하지만 직원들은 당장 우리 국민을 보호할 인력과 예산이 더 급하다고 외친다. 현재 국 전체의 연간 예산은 30억 원 가량, 신속대응예산은 기본 5,000 만원에, 이것저것 끌어다 써도 연간 2억2,000만 원에 불과하다.
인력은 '만성부족'이다. 국 전체 인원이라고 해봤자 20여 명 남짓이다. 특히 해외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영사 인력들의 확보가 시급하다.
백국장은 경찰 인력 확충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저희 생각에는 경찰 인력 중에서 영사를 더 뽑았으면 합니다. 현재 47개국에 경찰 출신 영사들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역시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노하우가 뛰어납니다. 경찰 중에는 특수어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저희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외교부의 영입 노력으로 외교관이 된 경찰이 20명을 넘는다. 하지만 이런 유능한 경찰들을 데려오는 데에 또 ‘돈 문제’가 걸린다. 백 국장은 ‘대통령의 의지’에 기대를 걸었다.
“대통령께서 올해에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재외국민보호예산은 확실하게 반영해 주시리라 봅니다. 저희가 무조건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건 아닙니다. 남는 예산은 반납하면 됩니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신속대응 예산이 남아 불용예산으로 반납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최소한 '세계 10대 교역국'이라는 나라가 국민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돈이 없어 쩔쩔매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 국장은 "정부 재정에 한계가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산과 인력은 확보해 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공관이라는 이집트 대사관 인력이 불과 9명이다. 소말리아 해적들과 맞서야 하는 케냐 공관의 인원은 그보다 훨씬 적다. 백 국장은 “재외국민 보호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500~600여명의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직원들이 적은 예산과 인력 때문에 몸을 혹사하다보니 심각한 질병을 얻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실제 필리핀에 파견됐던 경찰 출신 영사 한 명은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다 식물인간이 되어 귀국했다고 한다. 필리핀은 최근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처럼 국제범죄의 천국이면서 한국 범죄자들의 도피처이기도 하다. 필리핀 남부 지역에는 반군과 연계한 알 카에다 조직 '아부 샤아프'가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예산-인원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손을 놓을 수는 없죠. 올해에는 기업들과 함께 위기대응훈련을 실시하려 합니다. 일방적인 ‘대국민 서비스’가 아니라 함께 소통하며 훈련을 하다보면 보다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골프나 치러 다닌다는 귀족 외교관’이라는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DNA'부터 다른, 재외동포영사국 '머슴 외교관들' 덕분에 700만 재외국민과 1000만 해외여행객이 그나마 무사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