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까딱하면 구멍가게 돼 자신감을 가지되 긴장하자”
美 CES 찾은 이건희 前 회장 경계의 목소리
  • “10년 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의 구멍가게 같았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또다시) 그렇게 됩니다.”

    2008년 4월 경영에서 물러난 뒤 은인자중하던 이건희 전 삼성 회장(사진)이 1년9개월 만에 공식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박람회(CES 2010)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날 전시장을 1시간40분 동안 둘러본 이 전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짤막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전한 메시지는 ‘자신감을 갖되, 긴장하자’로 압축된다. 그는 특히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전 회장은 “(일본 업체가) 겁은 안 나지만 신경은 써야죠”라며 “기초에서, 디자인에서 우리가 앞섰으니, 한번 앞선 것은 뒤쫓아 오려면 참 힘들고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의 추격에 대해서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삼성도 방심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며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사업 준비가 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이냐”고 반문하며 “1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크기의 구멍가게 같았고,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특히 “CES를 하는 이유는 전 세계 모두가 모여서 서로 비교·분석하자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 모든 분야 구성원들이 항상 국내외에서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은 또 사회적 관심사인 자신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고 밝혀, 시기는 안 정해졌지만 복귀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자녀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배워야 한다”며 역시 경영 수업이 좀 더 필요함을 지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은 이번 전시회에 전·현직 IOC위원 3명을 초청해 삼성전자 전시관을 둘러보게 한 후 만찬을 같이 하는 등 유치 활동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는 평창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해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쉽지 않은 문제임을 토로하면서 “국민, 정부 다 힘을 합쳐서 한쪽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의 CES 참관에는 부인 홍라희씨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등 아들과 딸·사위들이 함께했다. 이처럼 공개장소에 이 전 회장 일가족이 모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드문 일이다.

    라스베이거스=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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