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조선돼지'가 된 동포들
- ▲ 김태훈 문화부 차장대우
충심과 미향처럼 인신매매단에게 끌려가 중국인이나 조선족과 강제로 결혼하는 여자들을 '조선돼지'(朝鮮猪)라고 부른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이 여성들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 출신의 밀입국 여성들은 중국 공안의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온 마을이 합세해서 돈 주고 사온 여자들을 숨기는 은닉(隱匿)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소설가 정도상씨는 "북한 출신 여성들을 마을 단위로 7~8명씩 사서 사실상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구타와 성폭행, 노동 착취 등 온갖 인권침해를 감행한다"고 증언했다. 공양미 삼백석에 중국 상인에게 팔려간 황해도 처녀 심청의 이야기가 오늘날 인신매매범을 따라 두만강을 건너는 '조선돼지'들을 통해 비통한 현실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 입각해 창작을 한다는 북한 작가들은 '가랑잎 타고 태평양 건넌다'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신통력을 찬양하는 판타지나 쓰고 있다. 우리 작가들이라도 북한 주민들이 겪는 참극(慘劇)을 기록해야 한다. 문학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우리 작가들은 인간이 아니라 돼지로 불리는 그녀들을 만나 고통을 증언하는 탈북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황석영의 장편 '바리데기'(2007)는 먹을 것을 찾아 만주 벌판을 방황하다 영국까지 흘러들어가는 탈북 소녀의 행로를 뒤쫓는다. 박찬순 소설집 '발해풍의 정원'(2010)에 실린 단편 '지질시대를 헤엄치는 물고기'에는 장마당(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다 숙청당한 북한 무역성 간부의 딸이 등장한다. 여자는 집안의 몰락을 경험한 뒤 북한을 탈출해 옌지(延吉)의 냉면집에서 2년 넘게 허리도 못 펴고 설거지하다가 고생 끝에 한국에 정착한다. 이대환의 장편 '큰돈과 콘돔'(2008)은 만주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탈북 여성이 북에 두고 온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상을 보여준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인민에게 흰 쌀밥과 고깃국을 먹이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북한 동포들은 그 소리를 듣고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1990년대에 굶어 죽은 가족, 친척 생각을 했을까. 국민을 굶겨 죽이며 만든 핵폭탄을 생각했을까. 김 위원장의 말은 폭발할지 모르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자기 나라에선 살 수 없어 국경 밖을 떠돌며 '조선돼지' 소리를 듣는 유민(流民)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동정의 언급도 없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명박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조선 돼지'들의 아픈 사연을 담은 우리 작가들의 소설책 한 권을 건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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