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논술고사는 제재를 고전에서 선정하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논술 문제의 제재를 너무 시사성 있는 내용에 치중한 결과, 짧은 시간 안에 요령 중심으로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좋지 못한 분위기를 쇄신해 보려는 의도에서 발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논술고사가 시종 유지해 온 주제가 고전적 혹은 다른 말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주제였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고전 읽기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고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고전이란 수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인류 공동의 정신적 자산이 되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은 시간적 · 공간적 제한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 고전은 남다른 체험의 정제와 깊은 사념의 결실을 통해 태어난다. 이러한 고전은 고전이 쓰인 당대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가 처한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시각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고전을 거론할 때 절대적인 선정 기준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인류의 지적인 역사 발전에 이바지한 고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반적인 동의가 가능할 것이다.
현행 논술고사에서 지칭되는 고전의 범위도 위에서 살펴본 바와 다르지 않다. 흔히 논술고사에서 다루는 고전의 범위를 한국을 포함한 동서고금의 명저라고 규정하는데, 이 말에서 나타나듯이 옛 명저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명저도 고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전은 시공을 초월한 인류 문화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고전은 역사적 가치와 현대적 의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둘째, 고전은 인간 경험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 동서양의 다양하게 넘나들면서 선인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셋째, 창조적 사유 체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창조적 상상력은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능력으로 모든 위대한 사상과 문학의 근본이다. 청소년기는 스스로 삶과 학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기초를 닦는 단계에 있으므로, 특히 창조적 과업을 위한 사고 과정을 제공하는 고전은 매우 유익하다. 넷째, 고전과의 만남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우리가 지녀 왔던 선험적 전제에 물음을 던져서 우리가 빠져 있던 오류를 스스로 교정하고, 극에서 극에 이르는 다양한 인간 우형을 제시하여 이들이 보여 주는 사고와 행위 등을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다섯째, 지적 성장을 위한 자극이 된다. 고전 내용이 하나의 범례 또는 암시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통해 깨달음의 계기를 마련한다면, 이것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교육적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여섯째, 인간이 주어진 조건에서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구현하려는 체계적인 경험을 제공해 준다. 즉, 과학적 사고의 폭과 깊이를 체득하고 폭넓은 사물 이해의 방식을 얻도록 한다.
엘리엇은 고전 읽기를 두고 두 가지 효용성, 곧 바람직한 교양적 가치와 성숙한 인격의 수용을 제기한 바 있다. 고전은 그 자체가 이미 교양의 가치요, 인격의 가치이다. 여기서 교양이란 인간이 문화와 문명을 이해하면서,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인간성을 성숙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 인간이 고전을 읽음으로써 지적으로 계몽되고 윤리적으로 건전해지고, 영혼으로는 독실하고 경건해지는 것을 우리는 교양이라고 부른다. 그것이 인간 성숙의 종국적 지표이며, 인문 교육의 지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전을 읽는 방법으로는 자신의 시간이나 책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방법을 취하면 되는데, 기술적인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고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간다. 고전이 다루고 있는 학문적 범위는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모든 범위에 해당한다. 이를 크게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 과학 및 문화 예술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영역에는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근본 물음이 존재한다. 이를 중심으로 각 고전이 지적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고려하며 익어 가야 한다. 한 권의 책 안에서도 머리말, 서문, 차례, 후기 등 그 고전의 전체적인 핵심을 파악하고 읽어 나가야 한다. 둘째, 책의 내용과 종류에 따라 독서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교과목도 각기 그것을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다. 직관을 이용해서 익혀야 하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오차가 없는 계산을 요구하는 과목도 있다. 마찬가지로 각 고전을 어떤 태도와 방법으로 대해야 하는지 각 고전이 지닌 내적 논리에 충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셋째, 글의 양면성, 즉 논리와 정서를 함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서적이기만 한 글이 있고 논리적이기만 한 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논리를 중심으로 쓰인 학술서라도 작자의 진리에 대한 열정이나 양심의 고뇌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정서적인 감동을 얻고 세계에 대한 넓은 안목과 치열한 인생관을 받아들일 수 있다. 넷째, 객관적 사실과 저자의 주관적 판단을 구분하면서 읽는 것이 좋다. 또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편협하게 몰입하는 자세도 경계해야겠다. 다섯째, 독서 후에는 반드시 핵심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자기의 생각들을 메모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고전 독서의 경험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을 통해 정신에 씨앗을 뿌린 웅대하고 진실 된 안목과 자세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글쓰기에 활용할 만한 체계적인 독서 활동과 그에 따른 체계적인 지식을 원한다면 핵심 내용을 메모하는 습관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기술적인 원칙은 저자와 대등한 상대자로서 대화를 나누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지녔을 때, 비로서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비범한 노력 끝에 만들고 닦은 거울에 자기 자신을 비춰 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고전은 스승이 되고 벗이 될 것이다.
'학교 소식 > 동서고전 100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정약용의 『목민심서』 (0) | 2007.03.10 |
---|---|
[스크랩] 이익의 『성호사설』 (0) | 2007.03.10 |
[스크랩] ★ 2006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일정표 (0) | 2006.01.06 |
[스크랩] 2006학년도 수능 주요대학 논술ㆍ면접가이드 (0) | 2005.11.30 |
[스크랩] [2006 대입수능] 주요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0) | 2005.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