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0      안정환의 월드컵 피날레, 일장춘몽으로 끝나나
 '월드컵의 영웅' 안정환(34ㆍ다롄)의 불씨가 서서히 꺼지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그와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허정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돌고 돌아 안정환을 재발탁했다.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2대0 승)에서 재중용했다. 2008년 6월22일 북한과의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이후 20개월 만이었다.
 상승세를 앞세워 최종엔트리에도 승선했다. 그의 임무는 특급 조커였다. 하지만 그리스, 아르헨티나와의 1, 2차전에서 모두 결장했다. 아르헨티나전의 경우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허 감독은 안정환 대신 이동국(31ㆍ전북)을 선택했다. 이동국은 후반 36분 박주영 대신 교체투입됐다. 나이지리아전에 대비한 예열이었다.
 과연 안정환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그는 "월드컵은 물론 대표팀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유종의 미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컨디션이 문제다. 안정환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와 남아공으로 이어진 훈련에서 계속해서 경기력을 측정하고 있지만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허 감독이 안정환 카드를 꺼내지 않는 이유다.
 현주소는 그렇지만 그는 월드컵의 산역사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7경기 전경기(선발 4경기, 교체 3경기)에 출격, 멀티골로 화답했다. 조별리그 2차전 미국전(1대1 승)에서 동점골을 작렬시킨데 이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선 골든골로 한국의 4강 기적을 이끌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명불허전이었다. 첫 경기 토고전(2대1 승)에서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월드컵 사상 첫 원정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섰다. 월드컵에서 터트린 그의 3골은 그리스전에서 한 골을 추가한 박지성(29ㆍ맨유)과 더불어 한국인 최다골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은퇴한 사우디아라비아 스트라이커 알 자베르와 함께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골 기록도 갖고 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박주영(25ㆍAS모나코)이 이동국과 투톱으로 출전할 경우 그는 염기훈(27ㆍ수원) 이승렬(21ㆍ서울) 등과 조커 경쟁을 펼쳐야 한다. 16강전도 유효하다. 그러나 일단 나이지리아를 넘어야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나이지아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안정환의 화려한 월드컵 피날레 꿈이 일장춘몽으로 끌날지, 아니면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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