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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야구 잘하고 볼일'… 대표팀 전세기 탑승기

(피닉스=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축하합니다."

야구대표팀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까지 데리고 갈 일본항공(JAL) 승무원들이 9일 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숙적 일본을 1-0으로 물리친 태극전사들에게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WBC 아시아 1위를 차지해 상금 30만달러를 확보한 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피닉스까지 이동하는 전세기에서 JAL 승무원들로부터 국적기 못지않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야구는 역시 잘하고 볼 일이었다. WBC 조직위원회는 한국과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거와 비슷한 대우를 했다.

전원 비즈니스 좌석에 4개국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식사까지. 선수들에게 '야구를 계속 잘해서 태극마크를 오래 달아야겠다'는 동기를 확실히 부여해 준 셈이다.

 
9일 밤 10시30분 도쿄돔을 떠난 대표팀 버스는 11시께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고 20여 분 만에 출국 수속을 밟고 11시30분 정각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선수와 코치진, 선수단 스태프를 합쳐 50명이 넘는 선수단이 공항의 협조로 일사천리로 출국 심사를 마무리한 셈이다. 대표팀이 탔던 전세기는 보잉 747 D-400 기종으로 기본 좌석이 400석 초반에서 500석 중반까지 가능한 비행기이나 1등석과 비즈니스석을 늘리느라 총 좌석은 303석에 불과했다.

1등석이 11석, 비즈니스석이 91석, 일반석이 201석이었고 WBC에서 오로지 선수단을 위한 비행기로 좌석을 고치느라 일반 비행기와는 구조 자체가 달랐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모두 1등석에, 28명의 선수와 스태프는 모두 비즈니스석에 자리를 틀었다. 비즈니스석도 개별적으로 일자형 취침이 가능한 최신형이었다.

해마다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지만 선수들이 이런 특혜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3년 존 초대 대회 때도 전세기가 떴지만 모두가 비즈니스석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에 따르면 선배 위주로 앉고 후배들은 이코노미석을 넓게 앉아 가는 식이었으나 이번에는 대우가 한 단계 향상됐다고 한다.

가뜩이나 몸집이 우람한 이대호(롯데)나 김태균, 류현진(이상 한화) 등은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

경기가 막 끝난 후 비행기를 탔던 터라 선수들의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기내 방송에서 다른 조의 WBC 소식이 나오자 졸린 눈을 부릅뜨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16일부터 미국에서 진정한 본 경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한식과 일식, 중식, 양식으로 구성된 푸짐한 식단도 선수들을 만족스럽게 했다.

JAL은 본선에 올라갈 아시아 4개국 선수들을 위해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 간체자(중국)와 번체자(대만)용 메뉴를 따로 만들어 최대한 배려했다.

지난달 14일 소집된 대표팀은 하루 일당으로 5만원(감독은 10만원, 코치는 7만원)씩 받는다. 일본에서는 유영구 KBO 총재로부터 거액의 격려금도 받았고 1차 상금으로 30만달러도 손에 쥐었다.

승승장구해 우승까지 하면 최대 34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나라를 대표해 온 힘을 쏟아 부으면 명예와 부가 함께 생긴다는 사실을 WBC 대표팀 선수들이 몸소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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