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장자』
『장자』의 핵심 내용 |
1. 장자의 인간관
장자는 인간을 일상적인 사람과 이상적인 사람으로 나눈다. 이상적인 사람은 도(道)를 깨달은 사람으로서 진인(眞人), 지인(至人)으로 표현된다. 반면 일상적인 사람은 공간적, 시간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미미한 존재이다. 이러한 일상인은 환경과 교육에 얽매어 있기 때문에 더불어 도(道)를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장자는 이를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한다.
우물 안 개구리와 더불어 바다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살고 있는 터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오, 여름 벌레와 더불어 얼음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살고 있는 때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
2. 장자의 지식론
장자는 인간의 감각 기관가 인식 능력의 한계 때문에 인간의 지식 역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파한다. 즉 인간의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또 인간은 외부 사물에 의존하면서 그 마음이 밖을 향해 치달리기 때문에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얻은 지식은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자기를 기준으로 하여 선악과 시비를 판단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제 3의 척도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자에 의하면 지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크다, 작다 하는 개념과 있다, 없다 하는 개념은 모두 상대적이다. 큰 것은 작은 것보다 크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의 관점에서 보면 작다. 지식은 사람과 지역,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보느냐 인간 이외의 사물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예컨대, 아름다움의 기준은 물고기, 새, 사슴의 입장마다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장자는 인간이 누구나 승인할 수 있는 보편적 지식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 꿈과 생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하였다. 그 유명한 호접몽(나비의 꿈)의 비유가 그것이다.
옛날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일이 있었다. 훨훨 나는 나비가 되어 스스로 기분 좋게 느낀 나머지 장주는 자기 자신인지를 몰랐다. 갑자기 깨어 보니 놀랍게도 장주 자신이었다. 장주가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을 꾸어 장주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
그러나 장자는 참된 지식의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장자는 “진인(眞人)이 있은 뒤에 진지(眞知 : 참된 지식)가 있게 된다.” 고 말했다. 진(眞)이란 개념은 인위(人爲 : 억지로 무엇을 함)를 거치지 않은 ‘자연(自然 : 스스로 그러한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자연’은 공기, 흙, 물, 동물, 식물 등 우리의 감각이나 의식의 대상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의 감각과 언어와 의식의 대상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의 감각과 언어와 의식의 대상으로 삼고 그것에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시공간적 존재는 ‘물(物)’ 또는 ‘만물(萬物)’로 표현된다. 자연은 이러한 만물을 만물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연은 곧 도(道)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연 곧 도에 관한 지식이 참된 지식인데 이는 인간의 감각이나 사유의 대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장자는 참된 지식을 얻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마음을 깨끗이 하는 심재와 마음을 오로지 한 뜻으로 모으는 전심일지와 세계를 잊는 좌망(坐忘)을 제시한다. 마음의 재계(齋戒)는 마음과 정신을 깨끗이 씻고, 사려 분별하려는 지적 활동을 신중히 하고, 오로지 구도자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심지(心地)를 전일(專一)하게 하는 공부는 분산된 의식을 하나로 집중하는 수양이다. 천지 만물의 뿌리는 둘이 아닌 하나이기 때문이다. 좌망은 정좌한 자세에서 자아, 사회, 자연 등 일체의 현상을 잊어버리는 정신의 경지이다.
그렇다면 장자가 말한 참된 지식을 얻은 경지는 어떠한 것일까? 장자는 포정해우(소 잡는 사람이 소의 살과 뼈를 분리하는 것)의 우화에서 득도의 경지를 묘사하고 있다. 그 경지는 두께 없는 칼날 즉 허심(虛心 : 마음을 비움)으로 골절 사이의 빈틈 즉 사물의 자연스런 결(天理 : 하늘 또는 자연의 이치, 理는 玉의 무늬결을 뜻하는 글자) 속에 있는 틈에 접하는 것이다.
포정(疱丁)이 문혜군을 위하여 소를 풀어내는데 손을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로 짓누르고, 무릎을 버티며 소를 풀어 낼 때, 피륙이 갈라지면서 휙! 샹! 소리를 내고, 칼을 밀어 넣을 때 훅! 하며 내는 소리가 음악 소리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다. 탕임금 때의 악곡인 상림(桑林)에 맞추어 추는 춤과 합하며, 요임금 때의 함지(咸池)라는 악곡 가운데 하나인 경수(硬水)의 음절에도 들어맞았다. 문혜군 : 오! 훌륭하도다! 기술이 어떻게 이런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칼을 놓고) 포정 :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로서, 기술의 경지를 넘어선 것입니다. 처음 제가 소를 풀어 낼 때는 온통 소만이 보였습니다. 삼년 뒤에는 소의 몸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신명(神明)으로 만나되 눈으로 보지 않고, 감관과 사려 작용은 멈추어지고 신명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소의 자연스러운 결(天理)을 따라 힘줄과 뼈의 틈 사이를 치고 칼을 골절 사이의 빈 곳으로 집어넣습니다. 소 몸체의 자연을 따르니 경락과 뼈에 엉킨 힘줄조차 부딪히지 않는데, 하물며 뼈이겠습니까? 훌륭한 백정은 해마다 칼을 바꾸나니 자르는 방법을 쓰기 때문이요. 보통의 백정은 달마다 칼을 바꾸나니 빠개는 방법을 쓰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의 이 칼은 19년을 사용하였고 풀어 낸 소도 수천 마리나 됩니다. 그러나 칼날은 아직도 숫돌에서 방금 갈아 낸 듯합니다. 소의 골절에는 틈새가 있으나,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칼날로 골절 사이의 빈 틈에 넣으니 넓고 넓어서 칼날을 늘림에 반드시 넉넉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19년이 지나도록 칼날이 숫돌에서 방금 갈아 낸 듯한 것입니다. 비록 그렇더라도 매번 뼈와 힘줄이 엉켜 붙어 있는 곳에 이르면 저도 쉽게 하기 어려움을 보고,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경계하여 시력을 집중하고, 움직임은 서서히 하여 칼을 매우 가볍게 움직여 흙덩이가 땅에 쏟아지듯 휙 풀어냅니다. |
3. 장자 사상의 현대적 의의
고전적 의미는 각자가 그것을 읽고 자신의 삶의 조건에서 그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장자의 가르침은 현대의 물질문명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하는 화두를 던져 준다. 장자의 사상에서 여러 가지 의의를 찾을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두 가지만 서술하겠다.
첫째로 상대주의적 관점이다. 사람마다 마음이 같지 않음은 그 얼굴이 갖지 않음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마음만을 표준으로 삼아 생각하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특히 정치의 세계에서 독단에 기초하여 어떤 절대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전제적인 폭압이다. 사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타인의 삶을 존중하여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상대주의적 관점이 필요함을 설파한 것이다.
둘째로 현대의 기술 문명사회에서는 전문가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에게는 장자가 말한 참된 지식은 없고 기능만 있을 뿐이다. 참된 지식은 사물의 자연스런 결, 곧 천리(天理)를 깨닫는 것으로, 세속의 영달을 위해 추구하는 지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참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먼지가 끼고 오염된 마음 즉 사심(私心)을 정화하여 본래의 마음 즉 허심(虛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참된 지식에 도달하면 자신의 마음도, 사물도 해를 입지 않고 신명나게 어울릴 수 있게 된다.
저자 소개 장자(莊子)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매우 적다. 사마천의 ‘사기’에 다르면, 장자의 성은 장(將)이고 이름은 주(周)이다. 장자는 몽(蒙)땅에서 칠원리를 지냈으며, 맹자와 동시대 사람으로 생졸(生卒) 연대는 대략 기원전 369년에서 기원전 282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자의 저술로 알려진 ‘장자(莊子)’ 라는 책은 ‘남화진경’, ‘남화경’ 등으로도 불린다. ‘장자’는 내편, 외편, 잡편을 합하여 총 3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편 7편은 장자의 직접적인 저작으로 여겨지며, 그의 주요한 사상은 대략 여기에 갖추어져 있다.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문인과 후학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장자 철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
생각해 볼 문제 |
[자료출처-대성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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