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의 『순자』

1.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 성악설

순자의 사상에서 가장 먼저 논의되는 것은 언제나 『성악설(性惡說)』이다. 맹자가 사람의 본성은 원래 타고나면서부터 착하고 선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과는 대조적으로 순자는 사람의 본성이란 애초부터 공격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 욕구를 채우려고 하는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악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래서 그는 “사람의 성품이 악하고, 선하다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을 통해 순자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갖는 공격성과 이기심이다. 즉, 인간이 태어나서 아무런 교육이나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자기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게 되므로 서로 다투는 일이 생기게 되고 결국에는 인간의 질서를 깨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자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주장한 것은 인간의 가치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의도는 인간의 본성이 비록 이처럼 악하게 타고났지만,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이나 문화의 역할이 그만큼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선하다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 ‘인위적’이라는 말 또한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식적’이라는 의미보다는 ‘사람의 노력이 더해진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즉, 교육이나 문화적 교화 등을 통해 사람의 노력이 더해지면, 비록 인간이 악한 성품을 가진 존재일지라도 선한 인간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맹자가 성선설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도 결국은 선천적인 착한 성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교육하는 인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맹자의 경우에도 교육이나 문화적 환경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맹자와 순자는 비록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시각은 서로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교육과 문화에 대한 전망은 같은 지평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본성에 대한 인식이 다른 만큼 교육하는 방법에서 자율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타율을 중시하느냐 하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착하기 때문에 이 착한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맹자는 교육에서도 자율적인 자기 수양을 강조했다. 그러나 성악설을 기초로 하고 있는 순자의 생각에는 인간의 마음에는 언제나 이기적인 욕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내버려두면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무정부적인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타율적인 교화와 절제의 양식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양식의 규범화로 요청된 것이 바로 순자의 ‘예(禮)’이다.

2. 예(禮)의 의미

순자가 언급한 예는 공자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지만, 그 외면적인 구체성과 현실성에서 더욱 확대,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순자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욕구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준의 형식을 엄격하게 제시하여, 이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시킴으로써 절제를 가르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개인들 간에 흩어진 이기적 욕망의 힘을 통일하게 되면 사회의 안락과 질서를 이룰 수 있는 것이고, 만약 이 힘이 통일되지 않고 흩어진다면 사회는 불행하고 비참한 결과를 낳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자에게 ‘예(禮)’란 사회를 통제해 가는 하나의 중요한 사회 원리이자 동시에 사회 제도이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순자가 의미하고자 하는 ‘예(禮)’라는 것에는 문화적 개념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책의 곳곳에서 ‘문식(文飾)’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화적 형식을 의미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의 정서를 통일하기 위한 순자의 의도가 담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먹고 입고 살아가는 데에 일정한 형식이 갖추어짐으로써, 그들이 행동과 생활방식 및 사회 규범이 절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작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정서를 일정한 수준으로 이끌어 올리면서, 동시에 위계질서를 지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악과 의식이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정서를 경건하게 유도하고, 의식 행사를 체계 있게 형식화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의 문화적 기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으로 사회적 계급의 안정이 마련되어야만 했다.

예의 확립을 통한 사회적 질서는 우선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신분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재산이 많은 사람과 가난한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젊은 사람 등의 차별을 확실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즉, 순자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신분 계급의 엄격한 구별을 통한 신분적 질서를 중요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사회적 역할에서도 엄격한 분업이 중시되었다. 만약 각각의 계급이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을 어기고 다른 계급의 직분까지 욕심을 내서 충돌이 생긴다면, 결국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순자가 바라는 것은 사회의 질서가 안전하게 유지되고,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 적절하게 윤택해지며, 사회 제도가 문화적으로 평화롭게 실시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신분의 차이에 따라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사회의 안정된 질서를 위해서는 자신의 직분에 맞게 행동을 절제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순자의 예는 절제의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자유 민주주의적 개념으로 볼 때, 계급 분리에 대한 순자의 이러한 정당화는 대단히 부조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순자가 살고 있던 역사적 무대는 정통 왕조가 무너지기 직전이었으며, 자격을 갖추지도 못한 온갖 제후들이 왕 노릇을 흉내 내면서 힘자랑을 하던 대였다. 순자는 당시의 그러한 사회적 혼란이 바로 무질서한 이기적 욕망들을 방치한 데 있다고 본 것이었다. 사회적 구심점을 잃은 상태에서 어디에서도 체계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었다고 본 순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회적 절제와 조화를 되찾기 위한 규범과 형식을 세우려고 한 것이다.

3. 순자의 정치사상

사회적 중심을 되찾아서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려고 한 순자의 의도는 결국 필연적으로 나라의 ‘군주’를 옹호하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는 절대적인 지배자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된 사회적 혼란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사람들의 힘을 통일할 수 있는 구심점은 오로지 절대적 군주의 강력한 지배력을 통해서만 주어진다고 확신한 것이다. 순자가 절대적 군주에 대해 가진 이러한 희망은 서구의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피력했던 주장들과 매우 유사하다. 순자나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 갈등이 그들에게 강한 군주의 존재를 그리워하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다른 일반 유학자들이 주로 공자의 생각에 따라 고대의 유토피아적인 이상 사회를 만든 성인들 즉 이전의 왕들을 회고하고 추앙한 반면, 순자는 자기 시대의 현실적 왕의 출현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시대의 왕을 버려두고 옛날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자기 임금을 버리고 남의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과거의 왕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회고적 그리움만 가지고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 당대에서 강력하고 통일적인 힘을 가진 군주를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으로 인해 순자는 유교의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현실적인 정치관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4. 순자의 언어관

순자의 사상 가운데 매우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는 ‘언어 사용’에 관한 것이다. 대개 모든 사회가 혼란기에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은 ‘언어의 혼란’이다. 사회의 질서가 혼란에 빠지게 되면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되고 사람들의 동요된 마음을 사로잡아 기회를 잡아 보려는 선동가나 궤변론자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언어의 혼란은 곧 문화적 혼란을 야기하게 되어 사람들의 가치관을 어지럽히고, 그것은 결국 윤리적 혼란을 야기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결집된 힘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순자가 살았던 전국 시대의 혼란기 도한 이와 같아서, 순자가 나오기 이전까지 수많은 궤변론자들이 등장하여 언어적 혼란을 조장했던 것이다. 순자가 판단하기에는 당시의 정치적 혼란 역시 궤변론자들의 혼란스러운 개념들을 이용하여 정치적 야망을 이루려는 제후들의 계략으로 빚어진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명(正名)’ 이란 편에서 언어적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신의 이론을 펴고 있다. ‘정명’이란 말은 말 그대로 ‘이름을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의 이름이란 곧 언어적 개념을 말한다. 원래 정명은 공자가 앞서 주장한 바 있지만, 공자의 주장은 주로 윤리적 개념에 국한된 것이었다. 즉 임금은 임금의 이름에 걸맞게, 신하는 신하의 이름에 걸맞게, 아버지는 아버지의 이름에 걸맞게, 아들은 아들의 이름에 걸맞게 행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자는 공자의 이러한 윤리적 정명론에서 더 나아가 당시의 궤변론자들을 염두에 두고, 사물과 이름의 관계에 대해 논리적이고 인식론적인 접근을 하였다.

즉 언어적 개념이란 하나의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개념을 벗어나서 사용되는 개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파한 것이다. 그리고 잘못되고 혼란된 개념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질서를 확립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언어적 상식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어떤 특수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물과 부합하는 객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개념의 일반적인 약속을 벗어나서 왜곡된 의미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사회의 약속된 도량형을 어기고 사기를 치는 행위와 같다고 보았다. 순자가 살았던 시대가 기원전 약 4세기인 점을 고려할 때, 언어적 개념에 대한 순자의 이러한 통찰은 대단히 탁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5. 요약과 평가

순자의 사상을 종합해 보면, 그는 우선 인간의 내면적 도덕보다는 외면적인 문화의 가치를 더 중요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도덕성에 매달려 윤리적인 호소를 하기보다는, 인간의 타고난 이기적 본능을 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교화를 통해 개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순자는 유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사회학적 인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그는 이상주의자라기보다는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비록 후세에 많은 사람들이 맹자를 더 높이 평가했지만, 우리는 오늘날 순자의 사상을 통해 격변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했던 치열한 정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순자의 이러한 현실 개혁적인 태도는 오늘날 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더욱더 새로운 의미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고대 중국에서 유교가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화을 한 인물로는 세 사람을 들 수 있다. 우선 유교의 창시자로 알려진 공자(孔子)가 있고, 그 다음으로 맹자(孟子)와 순자(荀子, 기원전 290~기원전 238)가 그 맥을 잇고 있다. 공자는 이른바 춘추시대(春秋時代)를 배경으로 등장했고, 맹자와 순자는 그 다음 전국시대(戰國時代)라는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서 자신들의 학문을 세운 사람들이다. 전국 시대는 기존의 모든 전통이 파괴되고 새로운 열강의 제후들이 난립하면서 사회적으로 대단히 혼란한 시기였다. 특히 순자는 이러한 격동의 시대를 가장 현실적으로 대처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공자가 세운 유교의 학통을 이어서 새로운 학문을 전개한 맹자와 순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비되는 인물들이다. 두 사람이 모두 공자를 자신들의 출발점으로 여기고 있었으나, 학문과 이론을 전개한 방향은 매우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는 주로 의(義)를 강조한 반면 순자는 예(禮)를 더욱 중요시했고, 맹자가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보고 성선설(性善說)을 전개한 반면,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보고 성악설(性惡說)을 내세웠다. 그리하여 후세에 이 en 사람에 대한 평가에 따라 유교의 정통을 맹자로 보기도 하고 순자로 보기도 하였다.

‘순자(荀子)’라는 책은 순자가 남긴 책의 이름으로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3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순자 자신의 손에 의해 씌여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해진다. 이 책 가운데 순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예론(禮論)’, ‘해폐(海?)’, ‘정명(正名)’, ‘성악(性惡)’, ‘권학(勸學)’등 다섯 편이다.

생각해 볼 문제

1. 교육의 필요성을 순자와 맹자의 관점에서 각각 생각해 보자.
2. ‘언어와 사회’에 대한 순자의 생각이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자.
3. 순자는 인간의 타고난 이기적 본능을 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교화를 통해 개조하고자 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에서 이러한 순자의 교육관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생각해 보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 보자.

 

 

[자료출처-대성학원]

출처 : 대학입시수능정보(재수,점수공개)
글쓴이 : 교육길라잡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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