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논어』

『논어』의 핵심 사상

1. 인(仁)이란 무엇인가?

‘논어’를 통해 드러나는 공자의 사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공자의 철학을 ‘인의 철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공자가 창시한 이 유교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의 개념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원래 ‘인’이라는 글자는 ‘사람(人)과 둘(二)’이라는 글자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둘 이상의 사람 관계에서부터 ‘인’이라는 개념이 출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보통 우리가 ‘사람이 어질다’ 또는 ‘어진 사람’이라고 말할 때, 여기에는 이미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갖게 되는 덕목이 포함되어 있다. 제자인 번지가 인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한 마디로 ‘타인들을 사랑하는 것(愛人)’ 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즉, 인이란 타인에 대한 사랑의 정신이다. 자기 몸이나 자기 욕망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배려할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바로 인의 정신이다.

따라서 인의 정신이란 막연한 어떤 관념이 아니라, 자기와 타인의 구체적인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논어’에는 자기와 타인의 관계를 통해 인의 정신을 설명한 구절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어진 사람은 자기가 서고자 할 때에는 남부터 세워 주고, 자기가 이루고자 할 때에는 남부터 이루게 한다.”라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즉 인이란 이기적인 마음을 넘어서서 자기와 더불어 살고 있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피어나는 정신인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크게 보면 넓은 사회적 관계에서 고려될 수 있는 것이지만, 모든 사회 관계의 출발점은 바로 ‘나와 너’ 또는 ‘자기와 타인’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 관계의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에서의 마음 자세가 결국은 한 개인의 모든 사회적 관계를 결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 중에서 그 무엇보다도 이 ‘인’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인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한다. 흔히들 오해하기 쉬운 것이지만, 군자는 단순히 사회 계급상의 귀족이거나 명목상의 학자를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공자 자신도 결코 명문 집안의 후예나 높은 관직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논어’에는 군자에 대한 언급이 대단히 많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한결 같이 어떤 사람의 출신 성분이나 사회적 지위보다도 그 사람의 인격이나 덕성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군자가 되는 중요한 조건은 바로 그 사람 자체의 됨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지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펭서 말한 인의 정신이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만 비로소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군자는 말보다 실천을 더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만약 사람이 행동보다 말만 앞서서 말로만 헛된 약속을 한다면, 그 말이란 의미 없고 헛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군자는 말로 허황되게 장담하거나 공언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행위를 묵묵하게 해 나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아가 자기의 말과 행동이 일치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단속하고 반성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가 군자라고 할 때는 고리타분하고 점잖기만 한 인물을 연상하기 쉽지만, 사실상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강한 실천력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또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이렇게 자기 단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되거나 선생이 되었을 때 곧고 굳은 정신으로 자신이 맡은 일을 의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2. ‘예(禮)’란 무엇인가?

공자는 군자의 이러한 인의 정신이 ‘예(禮)’라는 구체적인 형식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할 때의 ‘예’는 우리의 자유로운 생각이나 행위를 구속하는 귀찮고 번거로운 것 정도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예’는 일종의 문화적 양식이자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모범적인 틀을 ‘예’라는 것으로 가시화한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만의 방법과 방식으로만 자기의 생각이나 표현을 나타낸다면, 결국 그 사회는 무질서한 혼란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해우이의 공통분모를 모아서 표준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예’인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생활의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사회적 갈등이나 문제들을 조율하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예의 개념은 법의 개념과 매우 근접해 있기 때문에 ‘예법(禮法)’이란 말도 있는 것이다.

다만 시대적 한계로 인해 과거의 예법을 고집하다 보면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러한 예법이 어떠한 의미를 지향하기 위해서 세워진 것인지에 대해서이다. 그런 까닭에 공자가 항상 강조한 것도 예를 지키고자 하는 내면적 정신이었다. 그는 형벌이나 형법으로 사람들을 억지로 억압하고 구속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검속(檢束)하게 만드는 예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는 눈앞의 벌이 무서워 억지로 피하기보다는, 예의 형식을 통해 문화적 교양을 배우고 그 속에서 스스로 자기 행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이 공자는 늘 인간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반성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노력한 사람이다.

‘극기복례(克己復禮)’란 이렇게 인의 정신을 바탕으로 예의 문화를 되살리고자 하는 공자의 생각이 함축된 주장이다. 여기에서 ‘극기(克己)’란 자기의 이기적인 욕망을 이겨 낸다는 것이고 ‘복례(復禮)’란 예법의 보편성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군자가 평생토록 힘써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정신을 휴머니즘으로 승화시킴으로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보편적 질서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런 유교의 전통은, 오늘날 개인주의가 만연한 풍토에 비장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덕(德)과 도(道)는 무엇인가?

공자는 ‘논어’에서 ‘덕(德)’과 도(道)에 대해서도 많은 언급을 하고 있다. 덕은 주로 개인의 내면적 정신에 축적되는 것이고, 도는 인간과 자연 세계를 통틀어 내재되어 있는 도리를 지칭한다. 자신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타인과의 공존을 지향하는 것이 인의 정신인데, 이 인의 정신이 마음의 내면 속에 쌓이고 쌓여서 얻어지는 것이 바로 덕이다. 그래서 ‘덕(德)’이란 글자는 예부터 ‘얻다(得)’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즉, 개인의 정신적 수양이 무르익어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것을 덕이라 부른 것이다. 그러므로 덕이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기지도 않으며, 어디 가서 그냥 얻어 올 수도 없는 것이고, 남이 함부로 가져가거나 빌려 갈 수도 없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오랜 내면적 수양과 반성적 생활을 통해서만 자기의 몸과 마음에 쌓여질 뿐이다. 따라서, 인의 정신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러한 덕이 몸에 배어서 이른바 ‘인자하고 후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도(道)’라는 개념은 대체로 ‘올바른 도리’ 또는 '사람으로서 지켜야만 하는 길‘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도는 개인의 윤리나 사회의 법도를 모두 통괄하여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도가 한 개인을 통해 드러나면 인이 되고 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자는 이것이 한 개인을 넘어서 집단이나 사회 또는 국가의 단위로 확대되기를 언제나 꿈꾸어 왔기에, 늘 ‘도가 행해지는 나라’ 라는 이상을 품고 있었다. 공자는 이러한 유토피아적인 세상이 자기 이전의 고대 사회에서 존재했었다고 믿었고, 그 시대처럼 평화롭고 의로운 세상이 자신의 시대에도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물론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세상에 이르기까지 공자의 그러한 열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시대에도 참다운 인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자의 이러한 정신이 여전히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정신의 고귀함은 완성의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완성의 단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노력의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자시 자신의 내면을 반성하는 출발점으로부터 사회의 보편적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이러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공자는 더불어 균형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공부란 단순히 ‘배우는 것(學)’ 에만 그치지 말고 ‘생각하는 것(思)’ 까지 겸하는 공부였다. 공자는 “만약 사람이 (남이나 책으로부터)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생각할 줄 모르면 망막해지고, 만약 사람이 생각할 줄만 알고 배우지 않는다면 위태로워진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바깥으로부터 배우는 공부와 안으로부터 생각하는 공부가 다 함께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구절로서, 오늘날 공부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한번쯤 새겨 볼 만한 것이다.

공자는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해 가면서 인생을 음미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늘 죽음보다 삶의 문제를 더 소중하게 여겼다. 한 제자가 “선생님, 죽음이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사는 것도 잘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삶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열다섯 살에는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는 뚜렷한 뜻을 세웠으며, 마흔 살에는 의혹이 없었다. 쉰 살에는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는 무슨 말이든지 귀에 거슬리지 않았으며, 일흔 살에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吾十有五而志干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感 五十而知天明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逾矩)”

이러한 공자의 고백은 자신을 타고난 성인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삶의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자신의 정신이 발전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데 그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자가 말하는 이러한 단계를 통해 우리는 세월의 연륜에 따라 인간 정신이 어떠한 경지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비록 그와 동일한 과정을 거치지는 못할지라도 그것을 우리가 살아가려는 인생에서 하나의 모범적인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서 공자의 ‘논어’는 이미 잊혀져 가는 과거의 낡은 고전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자의 ‘논어’가 그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역사 속에서 거듭 조명을 받아 왔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치부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공자의 사상이 시대적 변천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가지는 보편성이 있으며, 그만큼 인간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과거의 전통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무조건 공자를 존숭하여 ‘논어’를 신성화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옛날 시대의 고루한 유물로만 취급해서 그 속에 담긴 참뜻을 보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공자의 사상이 담긴 ‘논어’를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함으로써, 이 시대의 인간 문제를 풀어내는 데 지침이 될 만한 교훈들을 다시 발견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이 고전을 참으로 고전답게 하는 것이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을 창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등 동아시아 문명의 역사에서 유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유교는 고대 및 봉건 시대에 국가 이념으로 채택되어 사회 전반의 문화 규범을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리를 제공했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일반인들의 생활과 의식 속에 문화적 관습으로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문명권에 속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교를 창시한 사람이 바로 공자(孔子)이다. 그는 대략 기원전 551년부터 기원 전 479년까지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당시는 이른바 춘추시대(春秋時代)라고 부르는 역사적 시기로, 원래 주(周)나라가 정통 왕조였지만 정치적인 혼란이 매우 심해서 수많은 제후들이 내란을 일삼던 때였다. 공자는 바로 이렇게 어지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인간과 사회가 올바른 길을 되찾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였고, 그 고민의 흔적이 ‘논어(論語)’라는 책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논어’는 주로 공자와 그의 제자들 사이에 주고받은 말들을 기록한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두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의 이름은 제일 앞에 나오는 글자를 그대로 따서 지었다.

‘논어’외에 공자의 저술로 알려진 것으로는 역(易)에 대해 해설한 ‘십익(十翼)’이 있다고 전해진다. 또 자신이 태어난 노(魯)나라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춘추(春秋)’가 있으며, 이 춘추를 비롯하여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 ‘예기(禮記)’, ‘악경(樂經)’ 등을 합쳐 유교의 기본 경전으로 삼아 이른바 ‘육경(六卿)’을 편집했다.

생각해 볼 문제

1. ‘논어’는 공자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이 ‘논어’를 많이 보지 않는다. 그 이유를 공자가 제시한 덕목인 예(禮)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2.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할 줄 모르면 망막해지고, 생각할 줄만 알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고 했다. 이 두 경우의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자.
3. 근대성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동양적 사고이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유학은 하나의 학문이면서 동시에 통치 이념이었고 세속적으로는 종교 문화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학의 근본이념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그것이 오늘날 현대인의 삶과 세계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자료출처-대성학원]

출처 : 대학입시수능정보(재수,점수공개)
글쓴이 : 교육길라잡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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