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관광지화에 자식들 “사생활 보호를”
‘워낭소리’ 영화 흥행가도…주말 관광객 밀물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가 죽은 소 무덤 주변 밭고랑을 만들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14일 낮 경북 봉화군 상운면 산정마을.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다 관객인 260만명을 넘어선 ‘워낭소리’의 무대다. 30여 가구가 띄엄띄엄 자리잡은 이곳은 봉화읍에서 안동방향으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덩달아 이 마을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워낭소리 촬영지’라는 이정표와 간이화장실이 등장했다. 영화속 주인공 최원균(81) 할아버지 부부 집 마당에는 2개의 방명록이 새롭게 비치됐으며 문화관광해설사가 줄을 잇는 관광객들을 안내했다.

송경임(여·47) 봉화군 문화유산해설사는 “평일은 뜸하지만 주말에는 100여명이 찾는다”며 “영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개인 또는 가족단위 관광에서 이제는 투어나 단체관광이 부쩍 늘고있다”고 말했다. 봉화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탄생한 셈이다.

할아버지 부부의 삶은 그러나 영화처럼 여전했다. 할아버지는 이날도 집앞 밭에서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밭도랑을 만들었다. 그와 평생 함께하다 죽은 소무덤이 있는 곳이다. 할아버지는 “휴 휴” 한숨을 내쉬며 삽으로 땅을 팠고 아내 이삼순(78) 할머니는 “저 양반이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일을 한다”고 핀잔했다.

봉화군은 이 마을 일대를 관광지화하기 위해 최근 용역을 발주했다.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만들고 영화관, 기념품·친환경 농산물판매장 등의 건립을 검토중이다. 이를위해 주인공 할아버지 부부의 9남매중 장남인 영두(55)씨 내외에게 촬영의 주무대인 집을 수리할지 등 10여가지의 설문조사도 했다. 집에서 만난 최영두씨는 그러나 “부모의 사생활 보호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러한 사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관광객 때문에 부모의 삶이 자칫 방해를 받을까 우려때문이다. 자식들은 영화 개봉이후 이미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부모에게 안부전화나 문안인사를 날마다 하는데, 불효자로 비춰져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두씨는 “‘그 집 자식들이 뭐 그래’라는 말을 듣곤 하는 동생들의 하소연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죽기 직전까지 열심히 일한 소는 행복했을 것이고, 힘이 닿는 데까지 땅을 일구려는 것은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고 우리 농촌 노부부들의 자화상”이라며 “그 삶을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봉화 = 글·사진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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