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1. 마르크스 학설 비판


이러한 맥락에서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의 내용을 구성한다. 슘페터는 먼저 기존 이론을 비판하고 자신의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제1부 마르크스 학설’에서 마르크스 이론을 비판한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붕괴 이론은 노동 가치설에서 시작되어 잉여 가치론, 축적 이론, 자본 집중론, 대중 궁핍화론, 산업 예비군 이론, 공황 이론. 그리고 제국주의론에 이르는 이론 구조를 가지고 있다. 슘페터는 이러한 마르크스 이론이 자본주의의 붕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붕괴될 수 밖에 없는 내적 모순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내적 모순이 낳은 경제적 실패, 즉 공항에 의해 붕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슘페터는 이에 대해 반론을 펼친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붕괴의 원인을 경제적 실패에서 찾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순경제적으로는 붕괴될 내적 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도리어 자본주의 경제의 그 훌륭한 성공이야말로 자본주의 붕괴의 여러 가지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슘페터는 경제적 실패라는 원인을 제시한 마르크스 이론으로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설명할 수없다고 단정한다. 바로 이 점이 슘페터 스스로가 자신을 비마르크스주의자라고 부른 이유이다.

2. 자본주의는 잔존할 수 있는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붕괴 이론에 만족하지 않은 슘페터는 ‘제2부 자본주의는 잔존할 수 있는가?’에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본성을 설명한다. 그는 먼저 자본주의 문명의 눈부신 업적을 예찬하고 자신의 자본주의 붕괴 이론을 전개한다. 자본주의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주의의 눈부신 발전은 곧 경제 발전 자체를 기계화하고 발전의 추진력인 기업자의 기능을 무용화한다. 이는 기업자, 즉 부르주와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린다. 둘째, 자본주의의 발전은 중소 기업의 파산과 거대 기업의 발전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를 옹호했던 계급(중소 기업 출신의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를 갖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의 정치 세력을 약화시키고 반대파의 정치 세력은 강화시킨다. 셋째, 거대 기업은 한 개인이나 한 집안에 의해 운영되지 않고 주식을 가진 여러 사람들에 의해 공동으로 운영되고, 주식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됨에 따라 기업자 자체가 기업에 대한 열정과 자본주의 체제를 사수하려는 정열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사물도 정신도 모두 점차 사회화되어 오늘날 안팎으로 지지자를 잃은 자본주의 체제는 머지않아 다른 체제에 자리를 야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슘페터는 마르크스와는 달리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현상들을 자본주의이 붕괴 원인으로 보았던 것이다.

3. 사회주의는 작동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의 붕괴 원인을 논의한 후, 슘페터는 ‘제3부, 사회주의는 작동 할 수 있는가?’에서 가능한 하나의 사회주의를 규정하고 이를 검토한다. 슘페터는 우선 제3부 첫머리에서 상업 사회 및 그 특수 형태로서의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의 개념을 규정한다. 상업 사회는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와 생산 과정의 사적 관리에 의한 규제라고 하는 두 가지 요소를 내포하는 제도적 유형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상업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와 동일하지는 않다. 자본주의 사회는 상업 사회가 내포하는 두 가지 요소, 즉 생산 수단의 사유와 생산 과정의 사적 규제 이외의 신용 창조라는 요소가 추가됨으로써 규정된다. 이에 비해 사회주의 사회는 생산 수단에 대한 지배권과 생산 과정에 대한 지배권이 중앙 당국에 귀속되어 있는 제도적 유형을 말한다. 여기서 중앙 집권적 사회주의란 용어는 중앙 당국이 반드시 절대적인 권력을 장악한다든가. 혹은 집행에 관한 일체의 일들이 오직 중앙 당국에만 귀속되어 있다는 의미의 주앙 집권주의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개념 규정 후에 슘페터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질문은 이와 같이 규정된 사회주의 체제가 경제적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모순 없이 기능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슘페터는 이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둘째 질문은 자본주의의 경제와 사회주의의 경제 중 무엇이 더 능률적인가의 문제이다. 우선 슘페터는 자본주의에서 완전 경쟁이 상실되고 그에 따라 자원 최적 재분배의 합리성도 상실되지만, 사회주의에서는 이것이 해결된다는 견해를 부정한다. 완전 경쟁 경제보다 독점 자본주의 경제가 오히려 더 능률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유리한 점으로 다섯 가지 요인을 든다. 이 다섯 가지는 ① 불확실성이 배제됨으로써 비용, 낭비의 절감, ② 과잉 생산력을 경제 후생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 ③ 실업 배제의 가능성, ④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충돌이 해소됨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경제 능률의 향상, ⑤ 수입 원천의 국가 관리에 의한 조세의 폐지 등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문제는 과도기의 문제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의 문제를 말한다. 슘페터는 사회주의 사회가 성립되는 과정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 두 가지 경우가 성숙 상태에서의 사회주의화와 미성숙 상태에서의 사회주의화이다. 성숙 상태에서의 사회주의화는 자본주의 발전의 결과로서, 사회주의화를 이루기에 적합한 경제적 조건 및 심적 태도가 조성되고, 그에 따라 각종 계급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에 의하여 헌법 개정이란 평화적 방법으로 채택되는 사회주의화를 말한다. 반면 미성숙 상태에서의 사회주의화는 일반적으로 중소 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고, 부르주아적 질서에 따라 사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주의에 대한 혐오감이 상당히 뿌리 깊게 깔려 있기 때문에 의회를 통한 헌법 개정이 불가능하고 단지 혁명에 의해 이룩되는 사회주의화를 말한다.

4. 자본주의와 민족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의 제 4부 ‘자본주의와 민족주의’에서 슘페터는 민족주의 이론을 전개한다. 슘페터는 우선 역사적 고찰을 통해서 비민주적인 사회주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회주의자들이 자기의 사상이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민주주의의 이름을 빌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동시에 슘페터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슘페터는 민주주의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 방식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가 어느 사회에서나 반드시 최상의 정치 방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민주주의적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민주주의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무시한 채, 민주주의 그 자체를 최상의 가치로 이상화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5. 요약

이렇듯 슘페터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붕괴하고 사회주의 사회가 출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슘페터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이론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와 사회주의 사회의 출현을 설명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는 공황이라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성공에 의해 붕괴될 것이며, 만약 자본주의 붕괴의 상황이 성숙된 상황이라면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로서의 평화적 이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슘페터 학설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슘페터는 저서의 마지막 부분인 ‘제5부 사회주의 정당의 역사적 개관’에서 점차적인 사회주의화의 길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며 미국도 그 예외는 아니라고 결론을 짓는다. 슘페터가 보기에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한 점차적인 사회주의화는 역사적 대세였던 것이다.

저자 소개

『알로이스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 : 1883~1950)』는 1883년 2월 3일, 체코슬로바키아령 모라비아의 트리시(Trisch)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면서 자란 그는 아름다운 고대 도시 빈의 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 갔다. 그는 중간 계급 출신이었지만, 빈이나 영국 상류 사회의 우아하고 자유스러운 환경은 그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슘페터는 1893년부터 1901년까지 귀족 자제를 위한 학교인 테레지아눔에서, 이 학교의 특징인 고전 중심의 교육을 받고 1901년 졸업과 동시에 빈 대학 법학부에 입학, 1906년 법학학사의 학위를 받았다. 1906년에서 1907년에 걸친 영국 상류 사회에서의 사교나 일류 경제학자와의 친교는 그의 교양과 학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슘페터는 그의 나이 25세에 ‘이론 경제학의 본질과 주요 내용’(1908년)으로 학계에 데뷔했다. 이 저서는 순수 경제학의 방법론적, 내용을 출발점을 확립시키려는 야심작이였으며, 이로 인해 그는 소장 경제학자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보장받게 되었다. 그 후 슘페터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했고 제 1차 세계 대전 기간에는 오스트리아의 단독 평화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치에 관여하기도 했다.

1933년부터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대표적인 저작들을 집필했다. 그 시기의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경기 순환론』 2권, 『경제학사』, 『경제 분석의 역사』 등이 있으며 1942년에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가 출판되었다. 이 저서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슘페터의 위치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학문적 업적을 쌓았던 슘페터는 1950년 1월에 그의 생을 마감했다.

생각해 볼 문제

1. 슘페터의 '자본주의 붕괴 과정'은 마르크스의 그것과는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앞의 글을 참조로 정리해 보자
2. 슘페터는 비록 자본주의 몰락 원인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와 견해를 달리하긴 했지만, 그 역시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견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는 더욱더 번성하고 있으며, 오히려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는 현실을 낳았다. 이러한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슘페터가 제시한 자본주의 몰락의 과정이 타당한 것인지, 아니면 타당하지 않은 것인지 친구들과 토론해 보자.

 

 

[자료출처-대성학원]

출처 : 대학입시수능정보(재수,점수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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