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의 『사회 계약론』
1. 『사회 계약론』의 의의
루소는 사회의 온갖 부조리의 원인은 인간 본성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제도와 정치적 부조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루소는 모든 사회 현상이 결국 정치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했으므로, 정치 사상은 그의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루소의 정치 사상을 집약해 놓은 것이 『사회 계약론』이다. 루소는 인간의 선한 본성과 자유를 토대로 국민들의 동의에 따라 국가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국가 권력의 근거는 국민들의 동의인 ‘사회 계약’에 의해서이다. 루소에 따르면 사회 계약의 구성적 실천 속에서 인간들은 이성과 도덕에 따르기로 약속하게 되는 것이다. 루소의 『사회 계약론』은 이상적인 사회 질서와 정부 수립을 논하면서 오늘날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2. 루소 정치 사상의 시대적 배경
루소가 살던 시대는 절대주의 말기였다. 봉건적 토지 소유와 신분적 지배를 기반으로 하고 있던 당시의 프랑스 절대 왕정은 겉으로는 험한 위세를 자랑했지만 안으로는 날이 갈수록 심한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소는 모든 사회악(社會惡)의 근원이 ‘절대주의’라는 사회 제도에 있다고 생각했다. 소수의 특권자들을 위하여 선량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을 고통 받게 하는 절대 왕정이야말로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루소는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 제도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3. 루소의 자유와 평등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 제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루소가 생각하는 인간의 자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루소는 인간의 자유를 두 가지로 나눈다. 그것은 자연적 자유와 사회적 자유이다. 자연적 자유란 개인의 힘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제한될 수 없고,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무제한의 자유를 말한다. 이러한 고립된 동물로서의 자연적 자유는 사회 속에서 현실성이 없지만 실현되어야 할 자유의 원형으로 존재한다. 이에 반해 사회적 자유는 시민적 자유로 구체화되는데 자신이 만든 법률에 복종하면서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자유는 ‘공동의 자유’라는 성격을 내포하므로 이러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시민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정당한 법을 가졌을 때 자유롭게 된다.
이러한 루소의 인간 본성론에서 또 다른 한편으로 평등 개념이 도출된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개체로서는 ‘참된 인간’이 될 수 없고 사회 속에서만 도덕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도덕성에 의한 인간은 사회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의 논의를 가능하게 하고 이로부터 존재의 통일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사회 상태의 인간은 전제의 일부로 통합되는데 이것이 곧 참된 인간이다.
이처럼 루소에게 인간의 자유는 인간의 본성이고 자격이며 인간으로서의 가치이다. 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양도되거나 포기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코 억압될 수 없는 존엄한 가치였다. 다라서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는 루소에게 가장 근본적인 것이었다. 루소가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고 한 것은 그의 사상의 기본적인 전제가 된다.
4. 국가 권력의 근거는 무엇인가?
인간 본성으로서 정치적 자유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반드시 국가 권력의 권위와 충돌하게 되므로 자유는 곧 자유와 권력의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권력이 자유를 보장하게 되는가? 국가 권력의 근거가 무엇인가? 루소 사상의 기본적 출발점은 이처럼 권력의 정당성 문제로 집약된다.
국가 권력의 근거에 관하여 루소는 독특한 정치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는 동의에 따라 성립된다.’ 즉 우리가 복종할 의무가 있는 정당한 국가 권력은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약속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그에 다르면 인간 상호간에 자연적, 육체적 불평등이 있기는 하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에 서로 평등한 조건 위에서 ‘공동의 힘으로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것’을 약속하게 되고 이 약속으로부터 개개의 인간들을 대신해 ‘정신적이고도 집합적인 하나의 단체’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곧 ‘국가’라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 권력의 근거는 국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동의에 따른 사회 계약이다. 그런데 국가 권력이 이렇게 구성되고 행사될 때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올바로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는 사회 계약에 따라 성립된 국가 권력이 가장 상위에 위치한 ‘일반 의지의 지도’에 다를 때 비로소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보장하고 나아가 전체의 목적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일반 의지란 무엇인가?
일반 의지는 루소의 독창적이고도 핵심적인 개념으로 국가 구성원의 동질성을 전제로 성립될 수 있다. 동질적인 사회 집단의 구성원들이 다 같이 바라는 공공의 복지와 의지가 곧 일반 의지이다. 일반 의지는 공동체 전체의 의지이므로 ‘언제나 공동의 이익만을 지향하고 항상 옳은 것’이며 그것은 개인의 사적이익에 반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시만 사회의 정당성은 오직 일반 의지의 차원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일반 의지는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항상 정장하고 항상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파괴되거나 분할할 수 없는 절대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루소는 특수 의지의 단순한 양적인 합인 전체 의지를 일반 의지와 구분한다.
일반 의지가 공동체의 일반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이고 항상 평등을 지향하는 데 반에 특수 의지는 개인의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므로 본성상 사회의 정당한 기초가 될 수는 없다. 특수 의지가 공공 복지를 지향하는 일반 의지에 우선할 때 사회의 동질성은 무너지고 사회는 분열되어 국가의 안정성은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시민으로서 가지는 의지와 개인으로서 가지는 의지가 다른 것이라면 공동체 내에서는 이들의 조화가 필요하다. 자유로운 인간들의 결합에 의해 형성된 일반 의지가 지배하는 사회는 인간 본성에 합당한 정당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일반 의지에 대한 복종은 타자와의 관련선상에서 자신의 이익을 결정하는 덕성의 표현이며 시민 사회가 가능하게 되는 도덕적 자유인 것이다. 루소에게 조국을 만드는 것은 영토나 국경, 법적 소속성이라는 형식적 속성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실현을 위해 결합된 공동체와 그 구성원과의 관계라는 도덕적 측면이다. 그러므로 루소의 일반 의지가 구현되는 이상적인 정치 공동체의 구상은 개인의 자유와 완전한 사회 질서의 이상을 화해시키고자 하는 시도였다.
인민에 의해 형성된 일반 의지는 입법권으로 나타나고 그것의 실현은 집행권으로서 그 권리는 정부가 가진다. 일반 의지란 동질적인 사회에 토대를 둔 국가의 최고 이념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일반 의지를 행사하는 것이 주권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에서 일반 의지를 집행하는 최고 권력이 주권인 것이다. 그러므로 주권은 일반 의지의 주체인 모든 사회 구성원, 즉 인민의 주권이 되나. 주권이 군주에서 인민으로 옮겨간 것은 획기적인 의의를 가진다.
결국 루소의 일반 의지는 단순히 권력을 장악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을 만큼 평등하고 동질적인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지향하는 공동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등한 사회가 구현되지 않는 한 일반 의지는 나타나기 어렵고 일반 의지를 실행하지 않는 구각 권력은 정당한 권력이 될수 없다. 중요한 점은 권력 장악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이 일반 의지를 실행하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저자 소개 『쟝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 1712~1778)』는 1712년 6월 28일 즈네브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종교 전쟁 당시 프랑스에서 이주해 온 이래 거의 100년 이상을 즈네브에서 살았지만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였다. 루소는 태어난 지 불과 9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형과 함께 숙모의 손에서 자라면서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아버지가 즈네브를 떠나고 형마저 집을 나가, 가정을 잃어버린 루소는 모험과 방랑 생활을 시작한다. 비록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고아에 불과했지만 선량한 마음으로 일하고자 했던 그에게 사회의 부조리와 특권 계급의 온갖 만행은 인간 본성과 사회 제도에 대한 그의 사상적 기반을 형성하게 해 주었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독학으로 철학과 문학뿐 아니라 음악과 자연 과학 및 신학에 대해서도 상당한 소양을 쌓았다. 그 후 가정 교사와 프랑스 대사의 비서일을 하면서 모든 사물은 결국 정치에 따라 좌우되고 국민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정부의 성질에 따라 제한받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는 『학문과 예술론』 으로 디종의 아카데미 현상 모집에 합격하면서 파리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 뒤 『인간 불평등 기원론』, 『정치 경제론』을 발표하면서, 그의 사상을 하나하나 정리해 갔다. 1758년 이후로 그는 저작에 전념하여 1761년 여름에는 『에밀』과 『사회 계약론(Du contratsocial)』을 완성하였다. 이 두 저작은 오늘날 무소를 불멸의 사상가로 만들어 주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에게 심한 박해를 가져다 주었다. 현실의 개혁을 부르짖는 무소는 다시 방랑 생활을 하면서 1770년에 『고백록』을, 1776년에는 『대화ㅡ루소, 장 자크를 심판하다』를 완성하였으며 그 해 가을부터 『고독한 산보자의 꿈』을 쓰기 시작하였으나 1778년 7월 2일 글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생애를 마감하였다. 루소는 개인적으로 무질서하고 불안정한 방랑의 생활을 계속하였으나 자유와 인간애에 기초하여 끊임없이 절대주의의 부조리와 싸워 온 위대한 인물이다. 프랑스 혁명 이 후 구민 공회가 루소를 ‘위인의 전당’에 묻으면서 그의 위업이 후대에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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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대성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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