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자책(e-book) 시장이 분주하다. 해외는 아마존 킨들과 애플 아이패드가 차세대 전자책 패권을 두고 한판 붙을 기세다. 국내는 물밑 작업이 한창으로 여름방학을 전후해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전자책. 과연 올해는 꽃을 피울 수 있을까?
■ ‘매미의 꿈’, 10년을 기다린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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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화두인 아마존닷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
전자책이라는 화두가 뜨겁다. 정확히는 전자책 단말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자책은 10여 년 전부터 ‘주목할 만한 IT 산업 분야’로 꼽혔지만 몇 해가 지나도 답보 상태였다.
실제로 전자책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이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 시리즈의 성공 이후였다. 이전까지 전자책은 PDA에서 PMP로 다시 휴대폰으로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시장이 커지기만 기다려야 했다.
전자책 단말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독서에 특화된 기기이기 때문이다. 기존 멀티미디어 기기로도 활용은 가능하지만 ‘읽는 맛’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가독성, 배터리 성능, 무게도 전자책 단말기에 비하면 열세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졌다. 온라인으로 내려 받으면 되니 책 한 권 사려고 서점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배송을 기다리지도 않아도 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제작과 유통 비용을 줄이고 재고 부담도 없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인터넷 전용선과 무선 인터넷 속도도 빨라져 최근까지 전자책 시장 성장을 가로 막았던 대부분의 장벽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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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전자책은 주로 PDA를 통해 읽는 게 대부분이었다. |
전자책 단말기의 핵심은 전자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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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잉크의 원리는 흑백 캡슐의 전자적 반응이다. | 전자잉크(e-ink)는 유아용 자석놀이 그림판과 같은 원리다. 1997년 MIT 미디어 연구소에서 처음 개발한 전자잉크는 흑백분말이 들어 있는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캡슐로 화면을 표시한다. 자석놀이 그림판 속 철가루가 자석에 달라붙어 그림을 그리듯 전기를 가하면 흑색이나 백색 분말이 화면 위로 올라와 글자를 표현한다.
전자책 단말기에 전자잉크를 쓰는 이유는 LCD나 LED 액정과 달리 전력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충전으로 수십 시간을 쓸 수 있는데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야외에서도 가독성이 좋다. 단 컬러 전자잉크가 개발 중이라 흑백화면만 지원한다는 문제가 있다. |
■ 해외에서 먼저 일어난 전자책 붐
전자책의 가능성은 인터넷 서점업체인 아마존닷컴에서 내놓은 킨들이 성공을 하면서 증명해 보였다. 2007년 첫 선을 보인 킨들은 이후 킨들 2와 킨들 DX로 이어지면서 아마존닷컴을 전자책의 선두주자로 만들었다. 아마존닷컴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에 팔린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많았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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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전자잉크도 머지않아 상용화될 전망이다. |
아마존닷컴은 첫 번째 킨들 시리즈를 내놓으며 25만 권에 달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 덕분에 초기 출시 가격이 360달러(약 50만 원대)에 달하는데도 100만 대 이상을 팔았다.
책값이 기존 종이책의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저렴해 부담도 적고 무엇보다 PC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주요했다. 기존 멀티미디어 기기들은 대부분 PC를 거쳐 전자책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라 번거로웠다.
킨들 DX는 이동통신망이 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살 수 있다. 처음 등록만 해두면 신문이나 잡지는 물론 블로그나 RSS처럼 PC 기반 서비스도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니 PC가 필요치 않다.
아마존닷컴은 킨들 출시 후 1년 만에 매출액 67억 달러, 순이익 2억 2,500만 달러를 거둔다. 이 수치는 투자 전문가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마존닷컴은 최근 킨들 DX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북미는 물론 아시아 지역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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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들 DX의 성공은 국내 전자책 단말기 제조사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
■ 킨들의 성공, 전자책 시장에 불이 붙다
아마존닷컴의 킨들 시리즈는 2007년 첫 시리즈 이후 세 번째 모델인 킨들 DX가 나올 때까지 이렇다 할 견제 없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아마존닷컴이 보유한 전자책도 처음 25만 권에서 3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난 180만 권이 됐다. 킨들 구매를 망설이게 한 이유 중 하나였던 PDF 리더와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능도 강화됐다.
아마존닷컴의 성공은 다른 제조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인 반스앤드노블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지난해 10월 나온 누크(Nook)는 6인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와 별도로 3.5인치 컬러 LCD를 달았다.
책을 읽으면서 LCD 창으로 찾고자 하는 책을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구조다.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얹고 와이파이도 달아 무료 콘텐츠를 간단하게 내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출시 후 킨들의 복제품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실제로 출시 후에도 킨들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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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앤드노블이 내놓은 누크. 듀얼 화면으로 독서와 정보 검색을 동시에 할 수 있다. |
킨들과 누크가 싸우는 동안 휴대용 기기 전문 업체인 소니에서 ‘소니 리더 데일리 에디션’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다. 399달러에 출시한 소니 리더는 인터넷으로 공공도서관 정보를 검색해 인접한 도서관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이런 기능을 위해 AT&T의 3G 모듈을 달았다. 7인치 터치스크린 액정과 1.6GB 메모리를 단 소니 리더는 PDF나 MS 워드 문서도 읽을 수 있고 AAC와 MP3 오디오 파일도 듣는다. 전자책은 3G 통신망을 통해 소니의 e북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점차 심화되는 경쟁 양상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0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전시회에서 출품된 전자책이 30여 종이 넘었었는데 각 업체들은 킨들보다 나은 성능과 값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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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리더 데일리 에디션. |
수많은 제조사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애플이다. 4월초 출시를 앞둔 아이패드는 3월 중순부터 사전 주문을 접수해 첫날 12만 대를 기록했다. 첫날 오전에만 시간당 2만 5,000대를 판 셈. 아이패드는 킨들과 달리 LCD를 써서 총천연색으로 전자책을 읽는다.
그간 한계로 꼽힌 흑백화면 일색의 전자책과 정반대다. 와이파이는 물론 3G 통신까지 가능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자책을 살 수 있다. 아이패드의 전자책 서점인 아이북스토어가 앱스토어만큼만 성장한다면 킨들의 점유율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 의견이다.
미니노트북과 전자책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아이패드는 얼마나 팔릴까?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패드용 IPS 패널을 90% 전담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에서 가늠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올해 애플은 아이패드 생산물량을 1,300만 대로 잡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이 중에서 1,000만 대의 IPS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물론 이 모든 물량이 팔릴 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전자잉크 방식 제품보다 통신 환경이 뛰어나고 멀티태스킹 기능까지 갖춰 투자 대비 활용도가 뛰어나다는 점만 보면 기존 전자책 제조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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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패드가 전자책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하자. |
■ 기지개켜는 대한민국 전자책 시장
해외에서 전자책 시장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동안 국내에서도 대형 서점과 제조사가 전자책 단말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10여 년 전 PDA 보급과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비싼 단말기 값과 어려운 설정법 등이 걸림돌이었다.
지난해까지 이렇다 할 전자책 리더가 없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교보문고가 제휴를 맺고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전자책 단말기 ‘SNE-50’은 당시까지 연간 2,100억 원 규모의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교보문고는 국내 전자책 시장이 2010년 1조 600억 원, 2012년에 2조 3,8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SNE-50은 5인치 전자잉크 패널을 달고, 펜으로 화면에 글씨를 쓸 때 종이와 같은 감촉을 느끼도록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메모도 적는 즉시 자동 저장되는 방식이고 달력을 보면서 일정 관리도 가능해 전자수첩의 역할도 했다.
512MB 메모리를 달아 전자책 표준 포맷인 ePub 확장자 기준으로 400여 권의 책이나 메모 8,000장을 저장한다. 무게는 200g, 두께는 9mm로 휴대성도 고려했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4,230장을 연속으로 보고 TXT, MS 오피스 파일(PPT, DOC, 엑셀), PDF 파일을 BMP 그림파일로 변환해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국내 전자책 시장이 경직되어 있는 탓이었는지 SNE-50K는 큰 이슈를 일으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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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첫 번째 전자책 단말기, SNE-50. |
SNE-50의 단점은 지난 2월 나온 SNE-60에서 대부분 보완했다. 1인치 커진 6인치(15.2cm) 전자잉크 패널을 달았고 메모리도 기존 512MB보다 4배 늘어난 2GB를 얹었다. 저장할 수 있는 책 분량도 400권에서 1,400권으로 늘었다.
60에서는 전자사전, MP3 재생, 독서 중 메모 기능 등을 더했다. 와이파이 기능을 실어 교보문고의 전자책 콘텐츠를 시중가의 50~60%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다. 주요 신문사와 제휴를 맺어 신문을 구독하면 아침마다 자동으로 뉴스를 다운로드한다.
한편 삼성전자에서 SNE 시리즈를 내놓는 동안 휴대기기 전문회사인 아이리버도 지난해 9월 교보문고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석달 뒤인 11월 모습을 드러낸 아이리버의 전자책 ‘스토리’는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초기 물량 2,000대를 모두 팔아 화제가 됐다.
아이리버 스토리는 6인치 전자잉크 화면에 2GB 저장용량을 갖췄다. 전자책의 주요 포맷인 PDF와 ePub는 물론, txt, doc, ppt, xls, hwp 등 일반적인 문서 파일도 포맷을 바꾸지 않고 알아챈다. MP3 플레이어 기능도 갖춰 mp3 파일 외에도 wma나 ogg와 같은 무손실 압축도 인식한다. 전자수첩처럼 메모와 음성녹음 기능도 빠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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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50의 단점을 보완해 용량과 쓰임새를 늘린 SNE-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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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변환 없이 다양한 문서포맷을 알아채는 아이리버의 스토리. |
■ 제조사, 이통사-서점 간 제휴로 콘텐츠와 통신 문제 극복
사실 전자책의 기능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핵심은 ‘어떻게 콘텐츠를 공급할 것인가’이다. 미국처럼 대형서점에서 직접 단말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아무리 단말기가 좋아도 써먹을 콘텐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국내는 삼성전자, 아이리버와 교보문고의 제휴처럼 제조사-서점이 힘을 합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소기업은 인터넷 서점이나 전자책 전문 업체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SNE-60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북큐브네트웍스의 전자책 단말기 ‘북큐브 B-612’는 전자책 업체인 북토피아와 제휴로 3만여 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읽을 수 있다. 6인치 전자잉크 패널을 썼으며 와이파이 기능을 갖췄다.
플래시 메모리 2GB를 얹고 두산동아의 프라임 영한/한영/국어사전을 담았다. MP3 플레이어 기능도 빼먹지 않았다. B-612를 통해 구입한 전자책은 추가 결제 없이 PC에서도 읽을 수 있다.
현재 북큐브와 북토피아는 현재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대우건설 등 전국 1,000여 기관에 전자책 도서관을 구축 중이다. B-612 구매자가 이 중 한 곳의 도서관에 등록만 되어 있어도 다른 전자책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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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브네트웍스의 전자책 단말기 ‘B-612’는 3만여 권의 전자책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
한편 제조사-대형서점 형태의 제휴와 달리 대형서점-이동통신사와 제휴로 나온 전자책 단말기도 있다. 3월 말 판매를 시작하는 ‘비스킷’은 인터파크INT와 LG텔레콤이 합작해 만든 전자책 단말기다.
비스킷은 30만 원대 후반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며 6인치 전자잉크 화면에 3,000여 권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1회 충전으로 일주일 정도 쓸 수 있어 효율성과 편리함을 강조했다. 이밖에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신문 서비스 기능 등 기본적으로 전자책이 갖춰야 할 조건은 다 갖췄다.
비스킷의 특징은 3G 이동통신을 통해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스킷을 구입해 인터파크 홈페이지에 단말기를 등록하면 바로 쓸 수 있으며 비스킷을 통해 전자책을 내려 받는 동안 드는 데이터 통화료도 무료다. 차후 인터파크는 LG텔레콤과 별도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얹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텔레콤이 인터파크와 제휴를 맺고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자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전자책 관련 사업 준비로 분주해졌다. KT는 그간 구축해 온 ‘3W 네트워크’(WCDMA, Wi-Fi, Wibro)를 바탕으로 하는 모바일브로드밴드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곧 무선통신, 전자책, 태블릿 PC를 중점을 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휴대폰이나 PC에 휴대기기를 연결해 무선 인터넷을 쓰게 하는 테더링 기술과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휴대기기를 하나의 요금제로 쓰는 스마트 셰어링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이를 기반으로 전자책 온라인 플랫폼을 내놓고 콘텐츠 제작과 유통까지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사업이 활성화되면 PC, 스마트폰, 전자책 단말기, 태블릿 PC 등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달리 SK텔레콤은 전자책 콘텐츠 업체들에게 이동통신망을 임대해 주는 형태로 사업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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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신 제품답게 다양한 기능을 두루 갖춘 인터파크의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의 예상 모습. |
■ 실생활 속에 들어오는 전자책
아직까지 국내에서 전자책 단말기의 위치는 얼리어댑터들을 위한 디지털 기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전자책 콘텐츠 자체는 이미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으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전자책 콘텐츠 생산을 추진함에 따라 향후 전자책과 관련 단말기들이 풍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정부는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을 통해 향후 종이 교과서와 전자 교과서를 혼용해 쓰겠다고 발표했다. 교과서를 이해하고 공부하려고 따로 참고서를 사야 하는 문제가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교과서가 재미없는 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011학년도 국어, 영어, 수학 과목부터 집에서 쓸 수 있는 전자 교과서를 CD로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전자출판협회도 연간 10만 종의 전자책이 출간될 수 있도록 관련 제반 사업을 시작해 최근의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전자책 제작과 유통’에 관한 교육을 통해 1인 출판사나 저자, 작가들이 직접 전자책 콘텐츠 사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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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전자책 단말기가 교과서를 대신 할 날이 올지 모른다. |
■ 콘텐츠 수급은 당연, LCD 제품의 도전도 받아야
결국 전자책 단말기 성공의 관건은 읽을거리가 얼마나 풍성한가, 즉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가에 달렸다. 그러나 아직 국내 전자책 콘텐츠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가장 먼저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 교보문고의 전자책 코너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종이책에 비해 형편없다.
3월 현재 교보문고 디지털북 코너의 주간판매량을 살펴보면 1위인 <덕혜옹주>만 신작이다. 2위인 <천년의 금서>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의 SNE-50이 나올 때 함께 출간된 책이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책은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유명 소설도 팔지 않는다. 사정은 인터파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단말기 종류는 늘어 가는데 반해 콘텐츠가 빈약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할 지경이다. 심지어 전자잉크 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자잉크가 LCD보다 가독성도 좋아 눈에 피로를 덜 주고 야외에서도 읽을 수 있지만 대중교통이나 실내에서 더 많이 쓰는 터라 굳이 전자잉크가 아니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오히려 흑백 단말기보다 컬러 LCD 디스플레이를 단 모델이 활용도에서 더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코원과 아이스테이션에서는 LCD 패널을 쓴 전자책을 개발 중이다.
향후 전자책 시장은 전자잉크냐 LCD냐, 3G 통신과 와이파이를 지원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최신 콘텐츠를 수급하느냐에 따라 틀이 짜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10년 동안 꽃이 피길 기다린 전자책 시장의 성패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