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구슬'의 그림은 구수하다. 한 동자승같은 아이가 한복을 입고 구슬을 잃어 슬퍼하고 있는 그림이다. 아이세움에서 편찬한 이 책을 우리집 꼬마가 빌려왔다.그래 잘 빌려왔다고 칭찬을 하고 내용을 살짝 들춰 보았다. 내용인즉 간단하다. 노마라는 소년이 파란 유리구슬을 잃어버렸다. 노랑 구슬이 둘, 파랑 구슬이 하나 총 3개가 있었는데 파란 구슬만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노마는 구슬을 찾으러 큰길 앞 우물 앞으로 가고 기동이 집 담 밑으로 가고 버드나무  밑으로 간다. 그런데도 못 찾았다. 그래서 노마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 구슬만 찾는다면 지금 가진 것 모두를 몇 갑절 더 주어도 바꾸겠다고 ...

 

 이 글을 읽고 우리 아이는 독후감을 썼다. 그 내용이 이렇다. "제가  구슬을 잃어버린다면 구슬을 안 찾을 거예요. 왜냐하면 구슬은 가게에서도 팔고 난 구슬놀이를 안해서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구슬을 안 찾을 거예요. "

  나는 이 글을 읽고 화가 났다.  나는 우리 아이가, 2학년인 우리 아이가 작가가 말하는 상징을 찾아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참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소감을 말했을 뿐이고 이것은 또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난 왜 화가 많이 났을까? 그 이유는 또 하나의 것으로 이것은 나에 대한 것이다.  아이가 나의 삶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 나를 떠났을 때 그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던가? 그들과 아름다웠던 삶을 반추해 보며 찾아다닌 적이 있던가? 그리고 단 한번이라도 그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아이에게 한 마디를 해 주었다. 아이야, 너에게 소중했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너는 기분이 어땠니?  그 사람과의 추억이 생각나지 않던? 그것이 슬프지 않던? 이렇게 얘기해 주었더니 우리 아이는 '외할아버지'라고 얘기를 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슬펐고 그 뒤에도 많이 생각을 했다고 그리고 가끔씩 외할아버지가 생각이 난다고... 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랬더니 우리 아이는 내가 슬퍼할 얘기를 했다고 생각해서 인지 그런데 구슬은 사람이 아니잖냐고 말을 한다. 사람과 구슬은 다르지 않아요? 나는 작가는 상징을 통해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동을 준다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다시 글을 쓴댄다. 그래 한번 써 보렴... " 제가 소중한 걸 잃어버린다면 꼭 보고 싶을 거예요. 왜냐하면 옛날에 놀았던 추억들이 생각이 날테니까요. 아이는 왜  파란 구슬 생각을 많이 했는지 이제야  잘 알겠어요." 나의 기억창고 문앞에도 이 '잃어버린 구슬에 대한 추억'을 정성껏 새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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