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은 삶, 불꽃 타고 하늘길 올라 영면

한겨레 | 입력 2009.05.29 10:50 | 수정 2009.05.29 22:00

 




[한겨레] [국민장 9보] 권양숙씨 눈물작별 끝 탈진…경찰·시민 서울광장 대치

[노 전 대통령 국민장 9보]

화장장 시민들 2만여명 운구행렬 맞으며 오열
분향실서 애끊는 작별, 권양숙씨 울다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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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l > > > > >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거행된 29일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화장될 경기도 수원시 연화장 승화원으로 유족과 봉하마을 조문객을 태운 버스가 먼저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꽃 속에서 재가 되었다. 불꽃과 같은 삶을 살았던 그는 그렇게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서울역 광장을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6시5분께 경기 수원 연화장에 도착했다.

예상 도착 시간보다 3시간 가량 늦어졌지만, 시민들은 뙤약볕 아래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운구 차량을 기다렸다. 수원 연화장에 모인 시민들은 2만여명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운구행렬이 들어서자 곳곳에서 오열했고, 때로는 "노무현, 노무현"을 외쳤다.

영구차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 전 대통령의 운구를 국군 의장대 장병 11명은 승화원 화장장 안으로 옮겼다. 화장장으로 들어선 운구는 대차로 다시 옮겨 진 뒤 화장실 8호로 향했다. 권양숙씨 등 유가족들과 장의위원,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은 분향실 8호에 들어섰다.

6시25분 운구를 분향실 8호로 옮겨 유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의식(고별)이 시작됐다. 권양숙씨는 결국 흐느끼며 의자에 주저 앉고 말았다. 한명숙·한승수 공동위원장 등 장례 관계자들은 6호실에서, 일반 시민들은 승화원 앞 마당에 설치된 대형 텔레비전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화장실 8호의 문은 열렸고, 운구는 화로 속으로 옮겨졌다. 1000도의 불꽃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재가 되어갔다.

한편,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 1만여명은 자리를 지켰다. 6시께 운구행렬을 따랐던 시민 500여명도 다시 서울광장으로 모였다. 경찰은 서울광장 옆 태평로에 전경 버스로 벽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집을 돌아갈 것을 권유하는 방송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경찰 대열 앞에, 서울광장 잔디밭 등 곳곳에 모여 앉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수원 홍용덕/권오성 이정연 기자 ydhong@hani.co.kr

[노 전 대통령 국민장 8보]

운구행렬 화장장행 길목마다 애도 인파에 막혀

서울역광장 출발 뒤 2시간여 지나서야 고속도로 진입
경찰 청와대 방면 물대포차 배치…항의시위 진압채비


화장을 위해 수원시립 연화장으로 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수많은 시민들의 애도 속에 가로막혀 서울역광장을 떠난 지 2시간이 넘도록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감정에 복받힌 시민들이 운구행렬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주검을 실은 운구차는 이날 오후 5시30분께 효창공원 쪽에서 삼각지역 사거리 앞으로 향하는 고가도로 위를 지나 녹사평역 사거리와 반포대교를 향했다. 삼각지역 사거리 앞의 고가도로 입구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운구행렬을 가로막았고, 전경 400여명이 운구차 주위를 에워싸기도 했다. 시민들은 감정을 다스린 뒤 조금씩 길을 열어줬다. 오후 6시 현재 운구행렬은 도심을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해 수원 연화장으로 제 속도를 내며 이동하고 있다.

앞서 오후 3시30분께 서울역 광장 앞에 도착한 운구행렬은 1만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뒤를 따르는 가운데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지만 길목마다 안타까워하는 시민들로 인해 제대로 속도를 못 낸 채 예정시간보다 계속 지체됐다. 운구행렬은 서울역 광장을 출발해 남영역 네거리에서 용산경찰서 쪽으로 방향을 틀어 삼각지역 사거리 쪽으로 향했다. 애초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곧장 삼각지역, 녹사평역 등을 거쳐 반포대교로 가려했었다. 추모시민들을 피해 잠시 옆길로 돌아간 것이다.

당시 운구행렬을 따르던 시민들은 남영역 사거리에 이르자 두 무리로 나뉘어 일부는 용산경찰서 방향으로 옆으로 빠진 운구행렬을 따르고, 나머지는 곧장 삼각지역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곧장 내려간 시민들이 삼각지역에서 운구행렬 앞을 막아서게 된 것이다.

한편, 경찰이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한때 기습적으로 둘러싸 항의하는 시민들과 충돌을 빚으면서 서울광장 인근 도로는 이날 오후 내내 도로가 통제됐다. 일부 시민들이 만장을 앞세운 채 경찰과 대치해 있다. 경찰은 세종로사거리 청와대 방면에 물대포차를 배치하고,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는 휴대용 색소 물대포를 준비하는 등 시위 진압을 위해 준비를 갖추고 있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슬픔은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나누자"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권오성 이완 김성환 기자 sage5th@hani.co.kr

[노 전 대통령 국민장 7보]

경찰 서울광장 기습 봉쇄, 시민 항의 시위

[국민장 7보]운구행렬 빠져나간 틈타 전경차 벽 시도
시민들 속속 모여들어 몸싸움 대치 "독재 타도" 구호도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또다시 봉쇄하려 하자 시민들이 거센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29일 오후 노제를 마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을 따라 참석했던 시민들이 빠져나가면서 서울광장이 다소 한적해졌다. 이를 틈 타 경찰은 오후 3시20분부터 전경버스를 동원해 서울광장 일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이 여전히 광장에 남아 있었던 상태였다.

이에 거리 방송을 하던 차량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흥분한 일부 대학생 등 시민 500여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물병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일단 전경버스를 철수시켰지만 서울광장 무교동 방향에서 경찰 병력을 동원해 항의하는 시민들을 진압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독재타도"를 외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앞서 오후 3시30분께 서울역 광장을 빠져나온 운구행렬은 화장을 위해 경기 수원 연화장으로 출발했다. 운구행렬을 뒤따른 장의위원들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버스를 나눠타고 수원으로 향했다.

노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수원 연화장 일대에는 노란색 풍선 등으로 온통 노란색 물결이 일고 있다. 수원지역 노사모 회원들은 자체 추산 2만여명(경찰 추산 2천여명)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이날 오전부터 운구행렬이 지나는 수원 연화장 진입로 일대에 노란 풍선과 펼침막 등을 장식해 놓았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장의위원 외에 일반 시민들의 출입은 제한된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화장을 마친 뒤 곧바로 김해 봉화마을로 출발해 노 전 대통령의 사저 뒤에 있는 봉화산에 있는 정토원에 49재 때까지 안치될 예정이다.

이완 홍석재 송채경화 김성환 기자 wani@hani.co.kr

[노 전 대통령 국민장 6보]

운구차 가로막고 뒤따르고, 서울광장~서울역 '작별의 강'

1시간 넘게 가듯 말듯…화장장 직행 차질
"노무현, 노무현…" 연호 속 "이명박 물러나라" 구호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제를 마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한 시간여 만에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다.

오후 2시께 노제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 광장을 출발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는 이를 둘러싼 시민들로 인해 한동안 출발을 하지 못했다. 경찰 오토바이 2대가 앞장선 채 광장을 빠져나가던 운구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노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은 아쉬운 마음에 운구차를 손으로라도 만져보려고 다가서면서 광장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같은 시간, 운구행렬을 기다리고 있는 서울역 광장에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고자 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제를 지켜본 시민들(1시 현재 경찰 추산 18만명)도 서울역을 향해 움직이는 운구행렬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구행렬를 보고 좀더 가까운 데서 바라보려는 시민들은 서울역-퇴계로 고가도로 위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뒤에 시청앞 광장에 남은 일부 시민들은 광장의 쓰레기들을 정리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운구차의 이동을 중계하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빠져나온 운구행렬은 서울 태평로 숭례문 앞을 지나 오후 3시께 서울역 광장 앞에 도착했다. 수많은 인파들로 인해 차량은 거의 속도를 내지 못했으며,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에 도착한 것이다.

운구차량이 서울역 쪽에 도착하자 사람들은"노무현"을 외치면서 오열하거나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이명박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아쉬운 마음에 운구차를 막아서며 오열하기도 했으며, 한 시민은 '내 마음의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귀가 적힌 노 전 대통령의 그림을 운구차에 붙이기도 했다.

거리에 나온 직장인 하윤희(38)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비주류는 결코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현 정권을 결코 용서할 수 없으며 남은 3년을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역 앞 광장까지 시민들과 함께 한 뒤 곧바로 화장장으로 출발하려는 애초 계획은 시민들이 길을 막는 바람에 여의치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운구차 앞을 막아 서며 "보내드릴 수 없다"며 오열하는 바람에 운구차는 계속 멈춰서야 했다. 장의위원들이 시민들을 위로하며 말려 겨우 길을 조금씩 터나갔다. 두 시간 전, 서울시청앞 광장 노제에서 시민의 품으로 안긴 노 전대통령이 이렇게 다시 서울 시민들 곁을 떠나 화장장으로 떠났다.

이완 김성환기자 wani@hani.co.kr

[노 전 대통령 국민장 5보]

사람사는 세상, 시민 품속에서 사랑으로 부활

[국민장 5보]서울광장 수만 명 선 채로 노제…애창곡 함께
노란 종이비행기와 풍선 날리며 운구행렬 붙잡고 또 붙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시 동안이지만, 시민들의 품속으로 돌아왔다.

29일 오후 1시20분께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는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천천히, 천천히 들어섰다. 경복궁 영결식장에서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이다.

형형색색의 만장들이 광장으로 도착하는 운구행렬을 지나가게 하기 위해 양옆으로 갈라섰다. 자리에 앉아 있던 수만여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을 맞았다.

도종환 시인 사회로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노제'는 국립창극단이 떠난 넋을 위로하는 혼 맞이 소리로 시작했다. 이어 국립무용단의 진혼무와 함께 안도현·김진경 시인의 추모시 낭독, 안숙선 명창의 조창이 진행됐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선 채로 노제를 지켜보며 일부는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장시아 시인은 무대에 올라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어내려갔다. 애써 슬픔을 참고 있던 권양숙 여사는 고개를 떨궜고,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도종환 시인의 선창으로"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를 외친 유가족과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이 애창곡이었던 '사랑으로'를 함께 불렀다. 노래가 가득 찬 광장은 슬픔도 가득 찼다. 아버지의 육성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노제를 지켜보던 건호·정연씨는 오열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20분께 경복궁 영결식이 엄수된 뒤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서울 경복궁 동문을 빠져나왔다. 운구행렬 뒤로는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의 지인 등이 도보로 뒤를 따랐다.

운구행렬은 경찰 오토바이 6대가 호위를 한 채,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모신 무개차와 유해가 모셔진 운구차가 뒤따랐다. 경찰차 4대는 대형 태극기를 연결한 채 행렬의 뒤를 따랐다. 운구차량 뒤로 문재인 변호사와 노란 넥타이 차림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 전 총리,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이 침통한 표정을 한 채 행렬 맨 앞을 지켰으며, 그 뒤를 시민들이 뒤따랐다.

경복궁 영결식이 열리기 전 이미 세종로와 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운구행렬이 지나자 뒤를 따르면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아쉬워했다. 운구행렬을 바라보면서 시민들은 "사랑합니다"라 외치며 비통한 표정을 보였다.

또 운구행렬이 이동하는 동안 서울광장에서는 추모 공연이 진행됐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우리나라, 안치환, 양희은, 윤도현밴드 등 가수들이 나와 고인을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양희은씨는 평소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상록수'를, 김해 봉화마을을 찾아 조문을 했던 윤도현밴드는 '후회 없어'라는 노래를 불렀다. 3살배기 아들과 함께 나온 안윤상(34)씨는 "안 나오면 안 될 것 같고, 안 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나왔다"며 "노사모 활동을 했었는데 사람들이 나중에 노 전 대통령 욕 많이 해 지지자라는 걸 숨기기도 했던 게 너무 후회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께 노제를 마친 운구행렬은 서울역 광장으로 출발했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아침 이슬',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운구행렬은 광장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엔 시청앞 광장에 들어올 때처럼 쉽게 움직이진 못했다. '바보 대통령'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하는 시민들은 운구행렬에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았다. 외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누워있는 그를 향해 노란 종이비행기와 풍선을 날렸다. 시민들은 좀처럼 고인의 마지막 길을 내주려 하지 않았고, 운구 행렬은 예정시간을 넘겨 서울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송채경화 권오성 김민경 김성환기자 khsong@hani.co.kr

[노 전 대통령 국민장 4보]

광화문~서울광장 60만명 '시민영결식'

시민들 줄이어 조사…고인 묵념 땐 시간 멈춘 듯 '…'
MB 전광판 등장에 야유…"아직도 그냥 꿈이었으면"


서울 경복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던 시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60여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시민 추모제'가 진행됐다. 시민들이 마련한 만장이 휘날리는 세종로 일대는 도로와 인도 구별 없이 고인을 추모하려는 인파들로 가득찼다.

이날 11시께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시작한 '시민 추모제'는 시민들의 추모의 글을 읽는 것으로 시작됐다. 시민들이 연단에 올라가 돌아가면서 11시50분까지 짤막한 조사를 읽었다. "이제 무거운 짐 우리가 덜어드리겠습니다. 미움이 없는 곳에서 편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으로 지낸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투표도 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겠습니다." 한 대학생은 "내가 처음 뽑은 대통령, 돌아가신 것 슬퍼하는 것 보다 나의 아이들이 바르게 살 도록 가르치겠다"고 낭독하기도 했다.

경복궁 영결식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전광판 등으로 중계를 지켜봤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의 전광판과 코리아나호텔 전광판에서도 영결식을 생중계 장면으로 내보냈다. 시민들은 영결식을 보면서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를 보였다. 고인에 대한 묵념이 진행되자 세종로 일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깊은 침묵에 빠졌다. 경찰들도 잠시 통제를 멈춘 채 영결식 중계를 지켜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광판에 등장하자 일부 시민들이 흥분해 욕설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시민분향소에서 마련한 만장 50개와 흰 국화꽃으로 뒤덮힌 영결식 트럭이 세종로 사거리 쪽으로 이동했다. 그 뒤를 노란 모자와 리본, 손팻말 등을 든 시민들이 뒤따랐다. 노란색 목도리를 멘 채 함께 나온 성낙연(48)씨 부부는 "안나오면 죄 짓는 것 같아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며 "광주항쟁 당시 광주에 있으면서 알게된 '야인 노무현'은 우리 시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마른잎 다시 살아나 그대 뜻을 펼쳐라'는 글귀가 씌여진 만장을 든 전설혜(33)씨는 "이 정권에게 국민 목소리를 들으라는 경고를 보내려고 만장을 들고 나섰다"며 "오늘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토요일보다 더 가슴아프고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1시께 시작될 노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애초 덕수궁과 프레스센터 사이 대로를 가득 채웠던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의 진행을 위해 길을 트는 모습도 보였다. 노 전 대통령 운구 차량은 이 길을 지나 시청앞 광장에 조만간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성 김민경 김성환기자 sage5th@hani.co.kr

이명박 대통령 부부 헌화 때 고성 소동

한명숙 전 총리 눈물 추모사 "더는 혼자 힘들어 마시길"
광화문~서울광장 60만 인파…전광판으로 영결식 동참


[노 전 대통령 국민장 3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시민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고인은 떠났다.

이날 오전 11시께 조악대 연주가 시작된 가운데 서울 경복궁 앞뜰로 국화꽃으로 장식된 노 전 대통령 운구차량이 입장했다. 노 전 대통령 영정과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이 운구차를 이끌었다. 운구차 뒤로는 침통한 표정의 권양숙씨와 노건호·정연씨 등 유족들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섰다.

고인에 대한 묵념이 이어지자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입술을 깨문 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영결식은 유가족과 전·현직 대통령, 국내외 귀빈 등 사회 각계인사 등으로 구성된 장례위원 1400여명도 참석했다.

국민의례와 추모 연주로 시작된 영결식은 장례 집행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약력보고가 이어졌다. 이어 공동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가 흰 국화와 노란 장미 등으로 장식된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서 추모사를 읽어 내려갔다.

한승수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낙선하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지역주의를 타파하려는 신념과 원칙을 지키려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며 "고인께서 그토록 열망하시던 화합과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고 세계 속에 품격 있는 선진 일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이어 "고인은 반칙과 특권에 젖은 이 땅의 권력문화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았으며, 화해와 통합의 미래를 위해 국가공권력으로 희생된 국민의 한을 풀고 역사 앞에 사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 전 총리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전 총리는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 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빈다"며 울먹이며 추모사를 끝맸었다.

종교계의 추모 기도도 이어졌다. 조계종 명진 스님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인 권오성 목사의 안식 기도가 이어졌다. 이어 천주교 송기인 신부, 원불교 이선종 서울교구장이 추모 기도를 집전했다.

고인의 영정 앞 헌화도 이어졌다. 유가족에 이어 전·현직 대통령 순서로 진행된 헌화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헌화를 하려던 순간 참석자 쪽에서 고성이 일어나 경호원이 이를 제지하면서 소란을 빚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 행렬은 이날 낮 12시20분께 경복궁 영결시장을 나와 인도에 늘어선 시민의 애도 속에서 세종로를 거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향해 빠져나갔다. 고인의 영정을 세운 무개차와 태극기를 선두로 영구차, 유족, 장의위원 등이 뒤따랐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광화문에서부터 서울광장까지는 인파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거리에 설치된 화면 등으로 영결식 장면을 지켜봤다.

지난해 6월10일 촛불집회가 당시 60여만명이 모였던 것을 감안한다 해도, 이날 모인 인파는 적어도 50만여명이 넘어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낮 12시 현재 12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께 경남 김해시 봉화마을을 출발한 운구차량은 중부내륙·경부고속도로를 거쳐 375㎞를 달려 서울 경복궁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운전기사 최영(45)씨가 운전을 하며 검은색 캐딜락 운구차량 뒤로 장례위원과 친족 등이 탄 버스 5대가 뒤를 따랐다. 운구행렬 운행 내내 경찰 차량이 이들을 호위했다.

김민경 홍석재 김성환 기자 salmat@hani.co.kr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사는 하늘로

[노 전 대통령 국민장 2보] 못다 이룬 꿈 '소통 부활'
서울광장 빼곡히 수만여 명 노란 풍선으로 '작별 눈물'


[노 전 대통령 국민장 2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 도심 일대는 영결식과 노제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인파들로 이미 가득찼다.

29일 오전 10시 영결식 뒤 노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시민들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다. 자리를 찾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광장 주변에 선 채로 추모제 리허설을 지켜봤다. 오전 10시 현재 2만3천여명(경찰 추산)이 모여든 서울광장이 인파로 가득차자 경찰은 예정보다 일찍 세종로 일대 교통을 통제했고, 시민들을 도로 위로 들어서고 있다.

광장 안에 시민들은 손에 노란 풍선을 든 채 한창 진행 중인 추모제 사전준비를 지켜보고 있었다. 민중가요 노래패가 노래 '그 날이 오면'을 부르자 시민들은 숙연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만장단 행렬도 도로에 모여들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찾은 김동열(42)씨는 "중1 아들도 학교 안보내고 데려왔다"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시민 추모제는 연예인 김제동의 사회로 가수 안치환, 윤도현, 양희은씨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같은 시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 문화 예술의 광장 계단에는 노란 리본을 목과 손에 두른 시민 500여명이 모여 있다.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경찰은 세종문화회관~경복궁 사이의 도보를 통제하고, 경복궁 방향에서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지나는 길로만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이날 새벽 김해 봉화마을을 출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 행렬은 4시간 반 만에 서울 시내로 들어왔다. 원래 태평로를 거쳐 광화문~경복궁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운구행렬은 시청앞 광장에 예상보다 빨리 인파로 넘치면서 한남대교를 거쳐 신라호텔과 안국동을 지나 동십자각 사거리를 거쳐 오전 10시50분께 경복궁에 도착했다.

김민경 홍석재 정유경 기자 salmat@hani.co.kr

서울광장 '시민영결식', 새벽부터 '노란 물결'

전경차 벽 사라지고 시민들 발길 잇달아
장미·풍선 준비, 거리 청소, 밤샘 김밥…


[노 전 대통령 국민장 1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29일 아침, 영결식이 가까워 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도 영결식과 노제를 준비하는 손길로 바쁜 모습이었다.

이미 이날 오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영결식과 노제에 참석하기 위해 시민 12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들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하철 시청역 입구 근처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통해 김해 봉하마을을 출발한 운구차 행렬을 지켜봤다. 아침 일찍부터 서울 태평로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를 찾은 박아무개(22·대학생)씨는 "노제가 진행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노란 장미 63송이를 사왔다"며 "슬프지만 슬퍼하지 않고, 원망하지만 담담하게 오늘 끝까지 자리를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은 대한문 주변을 청소하고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부 주도의 영결식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마련 중인 '시민영결식'에 쓰일 트럭에 국화를 장식하는 작업도 이어졌다. 하던 일도 접고 대한문에 나왔다는 박아무개(44)씨는 "어젯밤 10시부터 나와 김밥 300줄 말았다"며 "나는 '노사모'도 아니지만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을 깨끗하게 치우고 싶어서 길거리를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로 일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길거리에 노란 풍선을 달고 있었다. 근무를 나온 경찰이 자원봉사자를 돕는 모습도 보였다. 노란 풍선 행렬은 서울 청계 광장 부근까지 이어졌다. 갑호비상 상황답게 광화문에서부터 대한문 앞까지 이어지는 세종로 일대에는 경찰병력과 시민이 거의 반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의 전경버스 철수가 미뤄지면서 일부 시민이 도로를 점거하는 등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오전 7시께를 넘어서도 전경버스가 철수하지 않자 시민 100여명이 "약속대로 버스를 철수하라"며 '근조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는 검은색 스티커를 전경버스에 붙이는 등 경찰에 항의했다. 이에 전경들이 사람들을 인도 쪽으로 밀어붙이며 몸싸움을 벌였으나, 오전 7시50분께부터 전경버스가 철수하기 시작했다.

오전 8시께 시민 400여명이 전경버스가 철수할 때까지 있겠다며 대한문 앞 도로를 점거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빚기도 했다. 도로점거 소동이 빚어지자 장례위원회에서는 "노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충돌을 빚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전경버스의 차벽이 사라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노란 만장과 시민들로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

김민경 홍석재 김성환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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