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최현배)님의 글에서

산에는 꽃이피네(산유화)

세종어제훈민정음

사모곡

무심한 세월은

강가에 앉아서

산유화

석봉상절

藝 道

호수에 사는 거북이 천년을 기다려야 한치 위의 연잎에 올라 앉을 수 있다는 경구

(맹구우목.盲龜遇木)는 이룸을 위하여 사는 사람들에게 크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여기에는 인내와 기다림과 여유가 그리고, 뿜기 위한 축적이. 그래서 달관을 배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작가에 있어선 목표를 위한 과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지나간 창조 작업에 있어서 이루겠다는 야망보다는 이루기 위해 쫓는 그것은 예술적 속성에

속하는 본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작가가 작품을 창조하지만 작품이 작가를

존재 시킨다는 창조 원리에도 합당 하다고 여겨지며 작가로 하여금 결과된 작품이지만

어떻게 남기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남을 것인가란 뜻으로도 우회하여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사명은 광부가 광맥을 쫓듯 부단히 파고 들어가는 일이라고 믿게 된다.

나는 오늘 잠깐 손을 멈추고 그 광맥의 어느 지점에서 지금 캐내 정제한 결과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서(書)예술에 있어서 그 맥은 너무 많고 다양한 것이어서 그 정제된 모습으로 값진 귀품을

이루는 일은 극히 벅찬 작업이고 그 품의 무게는 무한한 것이지만 다만 땀 흘리는 일이

창조인의 숙명이라고 믿고 천성으로 몰두할 일이 아닌가 한다. 서예술의 질긴 생명력은

그 자체가 오랜 세월 응집된 흔적이거니와 거기에 자기 숨결이 깃든 열매가 있다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나의 서작의 방법론에 있어선 이미 발표한바 있지만

守,破,離의 창신개념에 근거해 표출된 나의 離에 대한 평가는 내 몫이 아니다.

오직 원컨데 이번기회를 통해 더 새로운 광맥이 보이는 행운이 있었으면 한다.

▒ 1991년 봄 서희환 개인전에서 남긴 글 ▒

금산사 범종명

서화동원

푸른민족

서둘지 않고

유경환詩 어머니

훈민정음序

더불어

노산詩

흘러예는 얼

오우가(五友歌)

돌틈에 뿌리서린 나무여

사랑의 근본

더운은혜

대숲에 스미는

내마음 저달을 맹글고저

국화 옆에서

송강詩

한석봉詩

씨디여난

공자의 말씀

守,破,離 의 辨

서예술(書藝術)의 창조 작업이 그 방법론에 있어선 다양할 수 있지만

그 방법 자체가 지나쳐 원리에 맞지 않으면 서예술의 본질 접근에

오히려 본령을 방조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추구하는 방식이 너무 외형적이거나 가시적 형상에만 치우치면

서예술의 원형질 탐구와는 거리가 먼 내재율의 상실을 가져와

도금된 상태로 눈가림할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예술(書藝術)은 다양한 개성으로 창출하되 서예술만이 지닌 동양적 내면의

신비성 다시 말해 풍김의 격조를 향기로 끌어 내는데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긴다. 그것은 깊은 안목과 절제된 단순성 소박한 무욕

내지는 순수성으로 해서 고도의 예술적 직관력이 요구 된다고

보지만 그 불씨는 고전으로부터 그 원리를 터득하는데 있을 것이다.

이 길만이 속된 기교의 껍질을 벗는 첩경이며 서예술의 진수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 위해 서예술 창출 방법의 기초가

되는 획이나 필력의 개념도 힘의 논리로 보지를 않고 질김의

논리로 이해하고 있으며 가장 강한 힘은 강한데 있지 않고 오히려

유한데 있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서예정신과 창조 방법으로 수졸의 천진이나 질박의 원시성이나

웅건의 초연도 자기가 서예술을 이끄는게 아니고 서예술 속으로

자신이 함몰하는 무념의 경이어야 한다는 종교심 같은 이치를

터득하고 싶지만 어디 가당한 일인가.

나는 우리 문자의 서예적 위상의 추구에 대하여 서의 원리에

근거해 창제된 문자형이라 하더라도 그 법전의 극소하고 그 전형도

생명감이 미흡하므로 그 돌파구는 서예술의 창조 방법론과

원형질을 추구하는 서의 정신을 기저로 한문서의 그 많은 비법을

우리 문자에 주입 접목해 새롭고 고격의 차원으로 끌어와 한서와

비견할 높은 격조로 창출해 내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나의 경우 이 일은 방법론이기에 앞서 사명감으로 느끼며 일관해

왔다. 그래서 갑골 길금 대소전 전후한예 육조에 이르는 무구

불후의 법전과 광개토대왕비의 무애 탈속한 한서들을 탐미했고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훈민정음해례의 독특한 결체와 행초에

영향된 토반들의 꾸밈없는 그러면서 원초적 생명감이 있는 우리

서품에 대해서도 좌우에 가까이해 왔다.

뜻 밖에도 한문서 몇점과 문인화 몇점을 곁들인 바도 이런 한결같은

추구에 대한 변증일지 모른다.

이번에 펼치는 작품들이 오랜 세월 오늘에 이른 집약된 소산이지만

한편 나의 이러한 이상에도 불구하고 더 다다르지 못함을 한하는 터라

차제에 높은 눈을 가진 분들의 채찍으로하여 보다 밝은 개안(開眼)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1990년 봄 서희환 개인전에서 남긴 글 ▒

가시리

무념은 근원에

소나기 한줄기

믿음은 산같이

인생은 유한한데

불혀드리운 더운공

님위한 마음

사랑은

십장송

구생(九生)

참위대함은

백자

대우해심근느태

송강가사

십장생

늘푸른

평보(平步) 서희환(徐喜煥)
1934.1.5 전남 함평 출
광주사범학교졸업
17회 국전 대통령상 수상
세종대학교 교수역임
1995.4.19 서울 졸

<출처: 조블/ 김복규님>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天然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