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투자자가 초보를 이끌어 줍니다. "
기사입력 2011.01.01 08:30:3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남산주성’이란 필명을 알고 있는가? 가치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법한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를 지칭하는 말이다. 바로 직장인들이 꿈꾸는 ‘샐러리맨 투자의 신화’로

불리는 주인공이다. 그는 효성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다 2005년 전업투자자로 변신, 당시 3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현재 80억원으로 불렸다.

그런 김 대표가 인터넷을 통해 5년 넘게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포털사이트의 증권 관련 카페인 ‘가치투자연구소(cafe.naver.com/vilab)’다. 회원수는 현재 7000여 명으로 크지 않은 커뮤니티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치투자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주식투자의 기본은 물론 투자에 관한 지식과 선배 투자자들의 경험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의 정석’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가치투자연구소.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석 대표를 만나봤다.

회원들이 알아서 교류한다! 자율방임형 관리방식

“처음 카페를 개설할 때는 제가 갖고 있는 투자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고 가까운 분들과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는 공간이 목적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회원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투자자들이 서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김 대표는 재테크 커뮤니티 가치투자연구소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자료정리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서로의 투자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가치투자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운영자인 김 대표의 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영자나 스텝들이 나서서 활성화시키는 많은 재테크 커뮤니티와 달리 김 대표는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성장하는 순수한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사실 김 대표가 글을 잘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티가 세력화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많은 인터넷 주식 관련 카페들이 지식과 생각의 공유라는 커뮤니티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돈을 받거나 세력화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근래 글을 많이 쓰지 않는 건 운영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죠. 운영자의 영향력이 커지면 반대 의견이 사라지고 지식 공유라는 원래의 목적이 퇴색되기 마련이죠.”

그는 운영자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회원으로만 대우받기 원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직장에서 한 달 동안 160시간 이상 일을 하고 몇 백만 원의 임금을 받는데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투자 공부에는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면서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좋은 커뮤니티는 투자 공부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고 지식품앗이를 통해 시간을 줄여주는 일을 해준다”고 덧붙였다.

방대한 분석보고서, 초보들의 투자훈련소?

가치투자연구소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기업분석과 더불어 회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실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기업체의 분석보고서는 물론 투자원칙과 철학, 투자아이디어 등 주식투자와 관련된 방대한 양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 보고서의 대부분은 회원들이 스스로 올린 글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회원 수가 늘면서 회원 각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의 분석보고서를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렇게 올라온 분석보고서는 여러 회원들에게 읽혀지고, 댓글 토론을 거쳐 더욱 깊이 있고 정교하게 다듬어진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올리는 보고서를 또 다른 회원들의 토론 과정을 거쳐 검증함으로써 스스로의 투자 실력과 투자의 안전성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날카로운 토론이 가능한 이유는 ‘가치투자연구소’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재테크 커뮤니티 중 상당히 오래된 편에 속하는 ‘가치투자연구소’는 초창기 회원들 중 상당수가 증권시장에서 주목받는 전업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초보 투자자들이 올려놓은 분석보고서에 날카로운 지적과 세련된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

김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 투자에 어설픈 초보 투자자들이 큰 금전적 손실 없이 훌륭한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고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며 “어찌 보면 선배 투자자들이 후배격인 초보 투자자들을 투기가 아닌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작은 의미의 투자 학교로도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5년 만의 오픈 모임, 친목보다는 공부가 우선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하지만 정작 가치투자연구소는 얼마 전에 처음으로 오픈모임을 가졌다. 다른 재테크 커뮤니티가 한 달에 한 번 혹은 분기에 한 번 정도 오프라인 활동(이하 정기모임)을 갖는것에 비하면 커뮤니티가 만들어진지 5년이 지나서야 갖는 첫 모임은 좀 의외였다.

김 대표는 “제 자신의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귀한 시간을 내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고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특히 정기모임이 잦아지게 될 경우 커뮤니티의 성격이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그동안 오프라인 모임이 없었던 한 배경이다.

실제 2010년 12월1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대강당에서 개최된 첫 번째 오픈모임 역시 ‘친목’보다는 ‘투자공부’에 집중돼 있었다. 300명이 넘게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는 환율과 2011년 산업전망에 대한 강연과 패널토론을 통해 성공과 실패 사례, 기업분석 노하우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강연이 끝나고 뒤풀이가 있긴 했지만 5시간 넘게 진행된 강연과 토론은 참석한 회원들의 투자 지식을 높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김 대표는 “투자 커뮤니티인 만큼 친목도모도 좋지만 유익한 정보와 올바른 투자방법 등에 대해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는 정기모임은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치투자연구소를 ‘올바른 투자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선배 투자자들이 후배 투자자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순수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김태석 대표. 자신이 만들었지만 회원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그가 있기에 가치투자연구소의 회원들은 오늘도 ‘가치투자’에 한 걸음씩 더 다가서고 있다.

[서종열 스포츠서울닷컴 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프리미엄 월간지 Luxmen / JANUARY, 2011 vol. 04 기사입니다 / 자세한 기사는 럭스멘 1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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