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뉴스에서 사주인 윤세영 회장의 모교를 홍보하는 등 민원성 보도가 상당수라는 내부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최근 사측이 기자들의 온라인 소통 공간이자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부 게시판의 실명제를 추진해, 내홍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지난 16일 방영된 SBS <8뉴스> 14번째 단신모음 뉴스인 '40년만의 수학여행'이었다. 특히 서울고에서 열린 6.25 전쟁 참전 기념비 제막식을 소개하는 이 단신뉴스는 윤세영 SBS 회장의 민원을 수용한 것으로 밝혀져 뉴스 선정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BS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지난 22일 노보에서 "'8뉴스'는 지난 16일(토) 서울고의 6.25 참전 기념비 제막식, 서울 이화여고의 바자회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참석한 소식, 모 행사장에 참석한 아이들의 김장 담그기 소식 등을 사내 민원을 수용해 보도했다"며 "이 같은 민원성 보도가 매주 1~2개씩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
|
|
|
▲ 지난 16일 방송된 SBS <8뉴스> |
|
|
SBS 노조는 "토요일 휴일 스케치를 나가기 전부터 사건팀에는 세 가지 민원이 들어왔다"며 "서울고와 이화여고 이야기는 보도국장으로부터, 김장 담그기는 사내의 다른 인사로부터 들어왔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민원의 핵심은 (윤세영)회장의 모교인 서울고 소식"이라며 "서울고 소식은 국장의 지시가 있었을 때부터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SBS 노조는 "휴일스케치가 민원스케치가 돼버린 것은 비단 이번 만이 아니다"라며 "언제부터인가 휴일스케치 내용 중 1~2가지는 사내외의 어디로부터인가 하달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고 밝혔다.
또 저녁 뉴스인 <SBS 퍼레이드>도 민원성 보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BS 노조는 "'8뉴스'에 처리하기 어려운 민원을 '퍼레이드 단신'이라는 이름으로 편집부에 넘겨 주는게 별로 이상한 것도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노조는 "유명인의 단순 동정에서부터 사내 홍보, 각종 행사 안내까지 민원 기사에 밀려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 넣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고 한다"며 "민원 뉴스 코너를 따로 만들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밝혔다.
|
|
|
|
▲ 지난 16일 방송된 SBS <8뉴스>. |
|
|
SBS 민원성 보도 문제 이외에도 최근 SBS 보도국 내부에선 내부 게시판의 실명제 문제로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범 보도국장은 지난 2002년 기자협회가 기자들 간의 소통을 위해 사내 온라인망에 익명제로 개설했던 '기자실'(자유게시판)을 최근 실명제로 전환했다.
논란의 단초는 일부 기자들이 스마트폰 지급 시기가 예정보다 지연되자 익명으로 사측을 비난·비판하는 글을 썼고, 보도국장의 경고에도 관련 댓글을 올렸다. 그러자 최 보도국장은 전산팀에 프로그램 개편을 지시하며 실명제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기자협회는 지난 15일 긴급 운영위원회, 20일 총회 등을 개최하고 "내부의 쓴 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리더십으로 어떻게 외부를 향한 날선 비판을 당당한 감당할 것이냐"며 반발했고, 현재 기수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최영범 보도국장은 24일 통화에서 "수도 없이 많은 행사 보도 자료 중에서 기사가 될 만한 것을 취재해서 다루는 것"이라며 민원성 보도 논란을 일축했다.
최 보도국장은 게시판 실명제에 대해선 "수 차례 걸쳐 (기자협회 등에)익명게시판 문제의 개선책을 주문했지만 개선이 안 됐다"며 "(익명제를 통해)건전한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후배를 야유하고 조롱하는 글이 많아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어느 언론사도 익명게시판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SBS는)지금도 일부 순기능을 인정해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고, 지금도 익명으로 글이 올라와 있다"고 밝혔다.
|
|
|
|
▲ 서울 목동 SBS 사옥. 이치열 기자 truth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