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NYT기자, 극적 탈출 비결은 '게임'>

데이비드 로드 기자(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돼 파키스탄에 억류됐던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게임' 덕분에 20일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NYT와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데이비드 로드(41) 뉴욕타임스(NYT) 기자와 타히르 루딘(34) 아프가니스탄 기자의 긴박했던 탈레반 탈출기를 공개했다.

   19일 저녁 파키스탄 북(北)와지리스탄의 미람 샤 마을에 위치한 수용소.

   로드와 루딘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감시원들에게 이 지역의 인기 보드 게임인 '드래프트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게임이 끝날 때마다 한 판 더 하자고 졸랐다. 자정까지 이어진 게임에 지친 감시원들은 하나씩 쓰러져 자기 시작하더니 새벽 1시에는 모두가 곯아 떨어지게 됐다.

   잠자는 감시원들 사이를 살금살금 기어나온 로드와 루딘은 창문 위로 올라가 미리 감추어둔 낡은 밧줄을 늘어뜨리고 벽을 기어 내려갔다.

   그러나 밧줄 길이가 짧아 나중에는 점프할 수밖에 없었다. '쿵' 소리가 났지만 다행히 달달거리는 고물 에어컨 소리에 묻혀 감시원들의 귀에 들리지는 않았다.

   뛰어내린 충격으로 발에 부상을 입었지만 로드와 루딘은 자유를 위해 힘껏 달렸다.

   주변 지리도 미리 익혀뒀다. 루딘은 수시로 꾀병을 부려 수용소 밖 의사에게 데려가 줄 것을 요구하거나, 크리켓에 흥미가 있다면서 외부에서 하는 경기를 구경시켜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이들은 약 2주전 수용소 안에서 우연히 낡은 밧줄을 발견한 이후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짰다.

   로드와 루딘을 납치한 단체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탈레반의 한 분파인 '하카니' 조직인 것으로 밝혀졌다.

   로드와 루딘, 그리고 이들의 운전사인 아사둘라 만갈(22)은 작년 11월 탈레반 지도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지역을 이동하다 변을 당했다.

   로드와 루딘은 더 타임스 기자로 활동하면서 퓰리처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운전사인 만갈은 수용소에 남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bb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6/22 12: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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