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무-임세령씨 전격이혼 합의 배경은?
김희섭 기자 firem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이재용씨의 부인 임세령씨. 1998년 6월 8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정원에서 열린 결혼식 모습.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32)씨와 결혼 11년만에 이혼했다.

이 전무 변호인과 임씨 변호인은 18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혼 조정에서 법원이 제시한 조정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날자(字)로 법적으로 남남이 됐다. 두 사람은 이날 조정에 나란히 불참했다.

이날 열린 이혼 조정에서 1남1녀의 자녀에 대한 친권은 이 전무가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자료 액수나 재산 분할액 등 구체적인 조정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날 전격적으로 조정을 받아들인 것은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부부의 사생활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씨는 지난 11일 이 전무를 상대로 10억원의 위자료와 양육권, 재산 분할 등을 요구하며 이혼 소송을 냈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1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개막된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골프대회 출전을 갑자기 취소했다.
이 전무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조(組)가 돼 사흘 동안 경기를 벌이는 이 대회에서 프로 골퍼 최경주와 함께 경기를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인 임세령(32)씨가 이혼 및 재산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대회 출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삼성에 따르면, 이 전무는 이날 페블비치 골프 대회 개막 직전 최경주와 동반 라운딩 출전을 포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혼 소송이 알려진 상황에서 골프를 칠 수 있겠느냐”면서 “대회 출전을 포기했지만 귀국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당초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의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AT&T와 관계를 감안해 AT&T가 스폰서로 나서는 프로암 대회 출전을 결정했으며,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해 그동안 AT&T 뿐만 아니라 반도체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인 애플사 관계자들과도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혼 소송 사실이 알려진 뒤 공개적인 장소에서 세간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상황은 피하기 위해 대회 출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지난 1998년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임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임씨는 현재 자녀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사돈 기업인 대상그룹은 1956년 설립된 종합식품회사다.
미원, 청정원 등의 브랜드로 유명하며 조미료, 장류 분야의 선두 업체다. 연 매출 1조원에 임직원은 2700명에 달한다.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산하에 대상, 동서산업, 대상팜스코,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대상정보기술 등 국내외에 25개의 자회사가 있다. 또 임창욱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창업투자사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산하에 나드리화장품, 부산하나로카드 등의 회사가 있다.

대상의 모태는 1956년 임창욱 회장의 부친 임대홍 창업 회장이 설립한 동아화성공업이다. 일제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지배하던 시절 국내 자본과 독자 기술로 국산 조미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임 회장은 미원 상표를 등록한 뒤 1960년대에 국산 조미료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70~80년대에는 업계 1위를 달리던 미원에 맞서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미풍, 다시다 등을 내놓으면서 양 사가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펼치기도 했다.
부친에 이어 1987년 미원그룹 회장에 오른 임창욱 명예회장은 1997년 그룹 이름을 대상으로 바꿨다. 주력 계열사인 미원도 대상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대상의 대표 브랜드는 ‘청정원’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0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현재 대상그룹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작년 2월 특별사면을 받은 뒤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섰다. 두산그룹에서 종가집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장류와 조미료 시장에 이어 포장김치 분야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상은 종합식품 분야와 바이오, 전분당, 건강식품 등 4개 부문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 일가가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65%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임 명예회장은 딸만 2명이다.
둘째 딸인 상민씨가 지분 29.07%로 대상홀딩스의 1대 주주이고, 장녀인 세령씨는 지분율 19.9%로 2대 주주다.

세령씨는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부인으로, 이번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임창욱 명예회장 부부는 3, 4대 주주로 올라있다. 임세령씨는 삼성가의 며느리로서, 대상그룹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혼 소송을 끝낸 뒤에는 대상그룹의 경영에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전무는 애플, AT&T 등 미국 내 주요 거래처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6일 출국했다. 출장 기간은 열흘 정도로 알려졌다. 이혼 소송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장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무는 미국 체류중 애플의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의 모바일부문 CEO 랠프 베가를 만나 향후 협력 강화방안을 모색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 피터 위버로스 위원장도 만나 삼성전자의 스포츠마케팅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작년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논란에 휘말려 최고고객책임자(CCO) 역할을 사임한 뒤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인도 등 해외 사업장을 돌면서 경영수업을 쌓아왔다. 그 동안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등을 만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부인 임세령씨가 18일 이혼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씨가 이혼소송을 낸 지 1주일 만에 양 측은 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였다. 이날 부로 두 사람은 법적으로 남남이 됐다.

임씨는 지난 11일 서울가정법원에 위자료 10억원과 재산분할 등을 요구하는 이혼소송을 냈었다. 이재용 전무의 재산이 1조원이 넘는 점을 감안해 재산분할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양 측은 속전속결로 이혼에 합의했다. 현재 이 전무는 미국 출장중이고, 임씨는 자녀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에서 열린 이혼조정 절차에는 양측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참석했다. 대리인들은 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여 단번에 이혼 조정이 성립됐다.

11년을 살아온 부부가 이혼소송을 낸 뒤 얼굴도 한번 보지 않고 이혼에 합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혼 소송은 단순한 통과절차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송을 내기 전에 양측이 이미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 개략적인 이혼 조건에 합의해 놓았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이견이 끝내 조정되지 않아 법원에 소송을 냈을 수도 있다.

법적 분쟁이 오래 이어질 경우 서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됐다.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면 밝히기 곤란한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도 있다. 삼성의 기업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임씨가 이혼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지자 이 전무 측에서 합의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협의에 실패해 소송을 낸 임씨로서는 급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임씨가 요구한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액도 이 전무가 대부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산분할 액수는 일부에서 예상한 5000억원보다는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 경영권 후계구도에 영향을 줄 정도로 거액의 재산분할 요청을 이 전무 측에서 단번에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임세령씨는 이번 이혼으로 적어도 수백억원 대의 재산을 분할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이 전무의 이혼 문제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어서 내용을 알 수 없고, 회사가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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