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그냥 봤다,

 

계기는 간단하다. 이게 정말 대작인지

아님 홍보에 성공한 영화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용인즉 노인의 친구이자 농기구이자 가마꾼인 한마리 소에 대한 소감과 사라져가는 우리 농촌의 어르신들이 어떻게 살아오셨나를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우선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할머니 잔소리, 그리고 무뚜뚝한 할아버지 대답들,...음메~~소의 울음...워낭소리

소리소리들이 조화를 이루어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보는데 소금 역할을 했다.

 

또 시골길, 옛날 시골집, 외양간, 소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터, 모내기, 추수, 밭갈기, 이런 삶들에 어울려 벼들이 춤추는 모습, 태양과 소의 미묘한 절경

빛과 빛들이 어울려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하나되는 일끝내고 막걸리와 새참을 곁들여 먹는 기분(뭐~~농활때 한번 느껴본터라 헐~) 해준 영상이었다.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할아버지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이다. 아침부터 비가오나 눈이오나 일하시는 할아버지의 아퍼~~라는 외침에는 영화에서 말하는

고물~~의 진가를 알려주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온몸으로 힘들게 잡초를 뽑으시고 꼴을 베고 논밭일을 하시면서 조금도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노인...모아둔 돈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다. 고물이 된 소 거저줘도 안 가져가는 소를 비싸게 팔고 싶은 것은 그만큼 소가 할아버지에게 준 삶의 가치가 값진 것이고 어느소보다도 비싼 소라 여기고 싶은 것은 우리가 고집장이 노인네라 칭할 이유도 없는 자연스런 고집이다. 할아버지와 소는 사실 떼어질래야 떼어질 수 없는 끈끈한 정으로 엮여 있기에 ~~분신과도 같은 소를 팔 수는 없기에~~결국 난 너와 헤어지기 싫어~~무언의 항변이다.

 

할아버지는 비료도 안주고 약도 안 친다. 기계로 일을 하면 어떤 점이 문제다. 이거 노인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가는 대지의 숨결을 위해 그저 감으로 지식은 없어도 감으로 이런 삶을 택하신것. 이 대목에서 우리는 다시한번 우리들의 사고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편리와 부와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우리에게 잘못된 시크릿(비밀)을 강요하는지 그럼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지를 떠나 포장도로된 도시로 살려고 오는지 ~~ 사실 영화에서도 9남매나 되는 자식들이 모두 소를 팔고 일을 쉬라고 소리모아 말하는데 ~~ 이런 장면은 효를 떠나 방배동에서 쌀을 받는 우리 도시인들의 풍성함에  죄송이라는 눈물을 더하는 부분이다.

 

할머니의 푸념과 질책 또한 영화에서 뺄 수 없는 장면이다. 할머니는 부인보다 소를 더 아끼는 할아버지를 향해 신세타령을 하신다. 남편 잘못 만나서 내 팔자가 이렇다고~~저 소만 없어지면 내가 편할텐데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 말 한마디면 꿈뻑 죽는다. 일 엄청 끝내주게 잘하시는 수퍼우먼에다가 결국 소도 당신도 내 푸념의 인생과 발맞추어 가는 귀한 동반자였다고 말할 분이시다.

 

고물소에 반대되는 새로운 소의 등장 또한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애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으로 긴시간 동안 이 작품을 찍었구나~~정성이 돋보인다. 늙은소는 점점 말라가면서 자신의 집과 먹이통과 모든 것을 신참내기에게  주고 또 새내기 소는 힘차고 멋진 뿔로  "당신 이거 먹지마쇼" 찌르기까지 한다.  그러면 할아버지 "이놈아~~너나 먹지마~~자꾸 그러면 가만 안 둔다 " 약자를 위해 눈길을 떼지 않는 우리 어르신들의 향취가 묻어나오는 장면이다.

 

결국 소는 주저앉는다. 우리들에게 주저앉는 소의 진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할아버지와 산길을 올라가고 내려오고 논밭을 일구고 삶을 대지와 함께 보냈던 소의 고삐가 풀리며 병든 소는 이제 황천길을 떠난다. 소의 무덤 옆에서... 할아버지의 손위에서...워낭소리는 가만히 울리고...할아버지는  소와 만날 날을 기약하며 소리없이 울고 계실 것이다.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 잘 안보는데  이 영화는 감칠맛이 있다. 특히 그 할머니 사투리 참 절묘한 울림이 있다. 고생한 작가에게 한표, 그리고 우리에게 한국 소와 농촌의 향기를 담뿍주신 주인공들께 한표, 그리고 이 영화를 대박나게 해주신 여러분들게 한표, 더도 말고 세표 드리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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