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흥행수익10%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연초 독립영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또 하나의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워낭소리’(감독 이충렬)의 제작사가 영화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이삼순 할머니 부부를 위해 흥행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제작과 개봉이 무산될 뻔한 위기와 시련을 겪고 어렵게 일군 성공으로 시름깊은 한국영화에 희망을 가져다준데 이어, ‘나눔’까지 실천하겠다고 해 1억여원짜리 ‘작은 영화’가 더욱 큰 빛을 발하게 됐다. 흥행에 ‘쪽박’을 차도, ‘대박’을 터뜨려도 늘 아옹다옹 뒤끝이 좋지 않고 법정다툼이 비일비재한 영화계에서 독립영화의 ‘작은 실천’이 작품만큼이나 따뜻한 사연을 만들어냈다.

그 주인공은 제작사 스튜디오 느림보 대표이자 이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고영재씨다. 그는 11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흥행수익의 10%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기부 방식에 대해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두 내외분과 가족들이 협의해 결정이 나면 따르겠다”고 했다.

이는 상업, 독립영화계를 통틀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일이다. 기획사와 영화사가 신경전끝에 톱스타의 출연료로 정해지는 러닝 개런티조차도 2~3%를 넘지 않는 게 보통. 그마저도 줬네 안 줬네 하며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심심치 않은 게 산업화 이후 한국영화계의 한 풍경이었다. 계약이나 의무사항도 아닌 일종의 사례비를 흥행수익의 10%만큼 준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일로 영화계에선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영화의 흥행에는 이충렬 감독과 고영재 프로듀서의 ’악전고투’가 있었기에 이들의 결단은 더욱 의미가 깊다. 이 감독이 2000년경부터 기획하고 2005년부터 촬영에 들어가 2007년 완성한 ‘워낭소리’는 방송사에서 번번히 퇴짜를 맞고 빚으로만 남을 운명이었다. 이 때 고영재 대표가 합류, 개인 돈을 투자한 것은 물론 대출까지 받아 후반작업과 개봉ㆍ마케팅작업을 진행, 애초 기획했던 방송다큐가 아닌 극장용영화로 선을 보일 수 있었다. 고영재 대표는 이미 홋카이도 조선 학교를 다룬 휴먼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를 제작, 배급하며 11만 4000명을 동원했으며 ‘워낭소리’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독립영화계 마이다스의 손’이 됐다. 그는 전작으로 얻은 수익의 상당부분도 각종 단체에 기부했다.

한편, ‘워낭소리’는 지난 9일까지 30만 5000명을 돌파하며 흥행행진을 계속했다. 이충렬 감독은 “제작사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촬영지에 아직도 취재 및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심기가 불편하시다”며 “제발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이 감독과 고 대표가 참석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 주최로 11일 열린 독립영화 지원 대책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양익준, 문정현, 박정숙 , 안해룡 등 감독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폐지한 독립영화 개봉 및 마케팅 지원 정책 부활과 실질적인 제작 지원의 확대, 디지털 상영 지원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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