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기왕이면 ‘착한 초콜릿’을”



세이브더칠드런이 ‘착한 초콜릿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이트 화면 캡쳐
“여러분은 ‘착한 초콜릿’을 아시나요? 초콜릿에 착하고 나쁜 게 있나 하고 궁금하실 텐데요. 우리가 사 먹는 초콜릿의 달콤함 속에는 노예처럼 일하는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눈물과 한숨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기왕이면 윤리적으로 생산된 ‘착한 초콜릿’은 어떨까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세계공정무역협회(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s International)의 인증을 받은 초콜릿에 관심을 가지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세계적인 아동인권단체로 한국에도 지부를 두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일부터 ‘코트디부아르를 돕는 착한 초콜릿’ 운동을 제기해 11일 현재 720 여 만 원을 모금했다. 인터넷 쇼핑몰Y사와 대기업 계열 마트와 쇼핑몰에서도 공정무역 초콜릿을 판매 이벤트를 시작했다. 가격은 개당 2500원에서 5000원 선으로 일반 초콜릿에 비해선 비싼 편이다.

‘밸런타인 데이 특수’에 발 맞춰 하나의 마케팅 기법으로 공정무역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하루 종일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지만 정작 초콜릿 맛이 어떤지 모른다’는 어린이들의 사연은 다수의 누리꾼들을 울리며 호응을 얻고 있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그들이 생산한 물건에 대해 적정한 가격을 주고 거래하자고 주장한다.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생산자는 일반 중간 상인보다 30%정도 수익을 더 가져간다는 설명. 대신 이 생산자는 아동 노동이나 강제 노역을 해서는 안 되고 상품도 친환경적 방식으로 재배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공정무역협회가 검증한다.

공정무역은 초콜릿 외에도 커피, 축구공 등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정무역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4조원에 달한다.



공정무역의 중요성은 알려지지 않았던 초콜릿 등의 생산과정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의 70%는 코트디부아르나 가나와 같은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 카카오 농장에서 재배한 말린 카카오 콩(카카오나무 열매의 씨)은 1,2차 중개상을 거쳐 카길, 네슬레, ADM, 허쉬 등 다국적 기업으로 팔려나간다. 이들은 카카오 콩을 가공해 카카오 버터나 카카오 파우더와 같은 초콜릿의 원료로 만든다. 국내 제과업계에선 이것을 사다가 설탕과 첨가물을 넣고 초콜릿 완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인 농부들에게 주어지는 돈은 많지 않다. 유럽 공정무역협회는 카카오 생산자들의 수익이 초콜릿 가격의 5%라면, 초콜릿 회사와 무역 조직이 얻는 수익은 그 14배인 7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초콜릿 가격이 1천원일 때 농부들의 수익은 20원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생산비를 줄이려 어린이들을 동원해 카카오 채취에 쓰는 일도 생겼다. 9살에서 12살가량의 아이들이 하루 10시간 씩 카카오 농장에서 일한다. 2002년 국제적도 농업기구에 따르면 서 아프리카에서 이런 아동은 약 28만 4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1만2500명은 지역 연고가 없어 다른 지역에서 팔려온 것으로 추정됐다. 아이들은 변변한 마스크도 없이 농약을 치고 잡초를 뽑고, 긴 칼을 들고 카카오나무에 올라 열매를 따는 위험한 작업을 한다. 초콜릿 453g을 만들려면 고사리 손으로 카카오 열매 400개를 따야 한다. 농장에서 탈출한 아이들은자신의 키 보다 더 큰 카카오 자루를 날라야 했고 매질을 당했다는 실상을 외신에 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05년 국제노동권리기금은 네슬레, 카길, ADM 3대 초콜릿 기업에 대해 아동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무역은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루트와는 다르게 이뤄진다. 대개 생산자 조합과 소비자 직거래의 형식을 띄는데, 공정무역 생산자는 국제공정무역협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인증 마크를 받는다.

한국공정무역연합 박창순 대표는 “공정 무역에는 ‘최소 가격제’와 ‘사회적 프리미엄 환원’ 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며 “국제 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자의 생활비가 보장되도록 가격을 정하고, 생산지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평균 10% 정도를 생산자 공동체에서 쓸 수 있도록 주는 것을 말한다. 이 돈으로 생산자 조합은 학교를 짓고 우물을 판다”고 설명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60년 전에, 일본에선 1990년대부터 공정무역이 시작됐지만 한국은 걸음마 단계다.

공정 무역 운동은 커피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돼 스위스의 경우 맥도날드 전 매장이 ‘공정 무역 커피’만을 사용하고 영국에서는 1500여 종에 달하는 공정 무역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영국 대형 유통 업체인 세인즈베리는 공정 무역 바나나만을 취급한다. 네슬레 스타벅스 맥도날드도 공정 무역 운동에 앞 다퉈 동참하고 있다.

1996년 파키스탄의 아이들이 작은 손을 놀려 축구공을 꿰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엄청난 주각 폭락을 경험했던 나이키는 이후 하청업체에까지 일정 수준의 사회책임 경영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두레 생협이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유기농 설탕을 사다가 들여왔고 2005년에는 한국YMCA가 동티모르 커피를 팔기 시작했고 2006년에는 아름다운가게가 네팔커피를 팔았다. 2007년에는 한국공정무역연합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초콜릿과 커피, 축구공을 들여왔다. 공정무역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올리브유, 의류, 수공예품 등 거래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가 공정무역 커피 원료를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D그룹 산하 유가공 업체는 최근 자사 유제품에 사용하는 커피 원료를 공정무역 커피로 쓸 것을 약속했다. 이 회사는 동티모르산 아라비카종 공정무역커피를 공급 받는다. 이 지역은 한국YMCA 전국연맹이 공정무역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곳이다. 사측에서는 “월 2톤 규모로 예상되는 커피 원료 전량을 공정무역커피로 사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500억원 규모의 국내 초콜릿 시장에서 공정무역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초콜릿을 들여와 매장에서 팔고 있지만 이는 아직 소규모에 불과하다. 하이 카카오 초콜릿 열풍을 주도하며 국내 초콜릿 시장을 키운 L제과는 원료 수급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초콜릿은 커피보다는 훨씬 복잡한 단계를 거쳐 들여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료를 현지에서 직접 들여오는 것이 아니고 2차 3차로 구매하기 때문에 기존의 계약관계도 있고 걸림돌이 많다. 아마도 국내 초콜릿 업체에서 공정무역 초콜릿을 만들기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찬순 대표는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친환경 국산을, 수입품에선 공정무역상품을 선택하기 되면 국내 업체들도 공정무역을 환산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빈곤국가에는 기부는 하는데, 공정무역에 대해선 인식이 부족해서 잘 안 되고 있다. 공정무역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그들이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부나 원조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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