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서거> 경호관이 밝힌 투신 순간

연합뉴스 | 입력 2009.05.23 21:26 | 수정 2009.05.23 22:06

 


바위에 20분 머물면서 가벼운 대화 뒤 갑자기 뛰어내려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은 투신하기 전 봉화산 중턱 부엉이 바위에서 20분 가량 머물면서 수행한 경호관과 가벼운 농담을 하는 등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뛰어내린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경위를 수사 중인 경남경찰청은 이 모 경호관을 대상으로 23일 오후 2시간 여 동안 투신 당시의 정확한 상황에 대해 조사했다.

이 경호관은 경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바위에서 갑자기 아래로 뛰어 내렸으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고 말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이 밝힌 이 경호관의 진술내용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투신하기 전 봉화산 7부 능선의 부엉이 바위에 20분 정도 머물렀다.

노 전 대통령은 바위에서 이 경호관과 일상적인 대화도 조금 나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경호관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어 경호관이 "없습니다. 가져올까요"라고 답하자 "됐다. 가지러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마을 길에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저 사람이 누구지"라고 물었다.
또 "여기가 부엉이 바위인데 실제 부엉이가 살아서 부엉이 바위인가"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이 경호관은 경찰에서 말했다.

이 대화를 끝으로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는 것이 이 경호관의 진술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이날 부엉이 바위에 간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이 경호관은 "경호 요원은 대통령이 가시는 뒤쪽 1~2m에서 그냥 뒤따라 갈 뿐이지, 왜 그 곳으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전에 보통과 다른 낌새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마음 속 고민을 털어 놓는 등과 같은 사안은 비서 소관이고 단순히 수행하는 경호 소관이 아니어서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현재 시신이 봉하마을에 있고, 검찰 지휘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미뤄 부검은 하지 않을 걸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의 투신을 막지 못한 것이 내부징계 대상일 지는 모르지만 입건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ymkim@yna.co.kr
 

극단적 선택 이유는?…도덕성 상처에 큰 부담

SBS | 입력 2009.05.23 21:00

 


< 8뉴스 >

< 앵커 >

유서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매우 괴로워했습니다.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점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을 걸로 보입니다.

이병희 기자입니다.

< 기자 >

검찰은 오늘(23일)이나 내일쯤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한 뒤, 다음주 중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은 이런 검찰의 수사 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유서에 나오는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는 대목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유서에는 측근들은 물론 부인과 아들, 딸까지 가족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오르는 데 대한 비통함이 담겨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최대 무기로 여겼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 것도 극단적 선택을 한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달 30일) : (왜 국민들에게 면목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면목이 없는 일이지요.]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홈페이지에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검찰수사로 인한 압박감과 그 과정에서 실추된 이미지, 여기에 낙담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병희 able@sbs.co.kr
 

[포토] 오열하는 유시민  

 

김두관 전 장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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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국회의원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들어오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달려온 노 전 대통령의 지인들과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은 갑작스런 변고에 오열했으며,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 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양산 부산대병원에는 오후 1시30분 현재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 20여명이 달려와 장례절차 등 사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귀향에서 서거까지  
환호 속 고향 안착→'박연차 게이트'로 '비극적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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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고향인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돌아온 뒤 친환경 농법 운동에 나서고 사저를 찾은 방문객들과 소탈한 대화에 나서는 등 권위를 떨쳐버려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형 건평 씨의 구속 등 가족들이 잇따라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면서 장기 칩거에 들어가는 영욕을 겪었고 특히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과문 발표 이후 검찰 소환 수모 속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환호 속 고향 안착 =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5일 서울에서 열린 퇴임식 직후 KTX를 타고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와 1만명이 넘는 환영인파의 큰 박수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 당시 47분간의 연설을 통해 "지난 5년간 대통령직을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떻냐"며 "그냥 열심히 했으니 예쁘게 봐 달라"고 말했다.

연설 끝 부분에서 "야~ 기분좋다"는 말로 사상 처음으로 귀향한 퇴임 대통령의 심경을 표현했다. 퇴임 후 생활의 첫발은 그만큼이나 경쾌했다.

◇친환경운동 실천..분주한 행보 = 노 전 대통령은 귀향 후 지난해 3월부터 봉하마을 주변 하천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고 습지인 화포천 환경정화활동을 벌이면서 봉하마을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봉하마을 주민들이 작목반을 구성해 재배한 '노무현표 봉하오리쌀'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불티나게 팔리며 봉하마을이 친환경재배를 통한 주민소득 증대의 모델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이 가져온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의 대표적 '관광자원'이 됐고 실제로 봉하마을은 하루 최고 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김해의 최고 관광지로 떠올랐다.

◇'기록물 유출 논란'으로 타격 =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잇따른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귀향 4개월여 만에 불거진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이 일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기도 했고, 전.현직 대통령 주변 인사들간의 설전 끝에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 기록관에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반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나라당이 '사이버 상왕 정치'라고 비판한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 사이트 개설이나 노 전 대통령의 사저 공시가격 논란 등 각종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갔다.

◇ 형 구속으로 칩거..활동 위축 = 고향 주민의 지지 속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귀향 첫해의 마지막을 사실상 '칩거'라고 할 만큼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친형인 건평씨와 자신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돼 각각 지난해 12월4일과 같은달 12일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의 구속 직후인 지난해 12월5일을 마지막으로 방문객들과 인사하는 일정을 없애고 외부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사실상의 '칩거'에 들어갔다.

◇'박 게이트'에 가족 연루..침통한 일상 = 형과 자신의 오랜 후원자를 구속한 '박연차 게이트'에 권 여사와 자녀까지 연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가족형 비리'라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지난달 7일 '권 여사가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설 자리를 잃었고 같은달 30일에는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로 검찰에 소환되는 비운의 전직 대통령이 됐다.

특히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성을 강조했던 자신과 가족들이 부정한 돈에 연루된 상황에 침통해 했고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도 사실상 폐쇄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권 여사를 비롯해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등 가족 모두를 소환한 데 이어 권 여사를 다시 소환하고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등 계속적으로 압박해 들어오자 결국 영욕으로 가득 찬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비극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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