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6R: ManU vs ManC

이제 앞으로 승점 4점이다.

이번 시즌의 프리미어십을 세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시티와의 맨체스터 더비를 맞이한 유나이티드는 최선의 선발 명단을 내세웠다.
베르바토프-테베즈 투톱에 호날두-박지성의 날개를 달았고 긱스까지 내보낸 것이다.
물론 루니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며 약간의 여유를 두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의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이번 시즌의 우승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는
시작부터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유나이티드의 기세로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승리는 손쉬웠다.
호날두와 테베즈가 전반에만 각각 한골씩 성공시킨 것이 승부를 갈랐고,
이미 벌어진 뒤에는 더이상 시티가 유나이티드를 따라올 수조차 없었다.

전반 18분 호날두의 프리킥은 그 마법같은 궤적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골문 정면 25m가 넘는 거리에서 날아든 호날두의 슈팅은
시티 수비진의 벽을 살짝 스치며 한번 방향을 바꾸었고
골문 앞에서 한번 튀기며 또다시 방향을 바꾸어 버렸다.
이것은 올 시즌 시티 최고의 영입인 기븐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마저
날렵하게 피해내며 골문 구석을 정확히 노리는 결과로 이어져 버렸다.

호날두의 프리킥이 온전히 한 사람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골이라면
전반 종료 직전에 터진 테베즈의 추가골은 유나이티드 공격진의 수준을 보여주는 골이었다.
수비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을 플레쳐가 재빨리 연결한 것은 최전방까지 금새 날아들었고,
베르바토프의 우아한 오른발은 그 높이 떠올랐던 공을 사뿐히 피치 위에 앉혀놓았다.
그리고 파고들던 테베즈에게 이어진 패스는 금새 골대를 강타한 뒤 골망을 갈랐고,
올드 트래포드를 가득 메운 팬들을 향해 귀를 세워보인 아르헨티나 스트라이커는
유나이티드가 그를 꼭 잡아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보여주었다.

최근 좋지 못한 상태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는 베르바토프와
이미 좋지 못한 상태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호날두가 중심이 된 공격진이
경기 내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시티를 압박한 것이 분명한 승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비진의 활약 역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티의 에이스인 호빙유를 막아낸 하파엘은 분명히 칭찬할만 하다.
아직 어린 이 브라질리언 풀백은 이미 완성된 수준의 선수인 대표팀 선배를 상대로
투지 넘치는 수비를 보여주며 대부분의 장면에서 상대를 끈질기게 따라붙어주었다.
물론 너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쉽사리 돌파당하는 장면을 몇차례 보여주었지만,
그의 측면 동료가 박지성이었다는 점과 플레쳐, 비디치 등의 적절한 도움을 생각했을 때
아직 어린 하파엘이 범하는 그 정도 실수는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파엘이 오른쪽에서 호빙유를 상대하는 동안 에브라는 왼쪽에서 아일랜드를 틀어막았고
비디치와 에반스는 카이세도를 완전히 지워버리며 시티의 공격진을 무력화시켰다.
데 용과 콤파니가 지나치게 수비적인 위치에서 일관한 시티의 공격 흐름에서
최전방의 카이세도와 호빙유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치명적이었고,
교체 투입된 보지노프, 페트로프, 에반스 역시 유나이티드의 단단한 포백 앞에서
속도면 속도, 높이면 높이 모두 압도당한 것이 결국 유나이티드 승리의 근간이었다.

남은 일정에서 다소 걱정 거리가 될 수도 있었던 시티와의 맨체스터 더비에서
의외로 손쉬운 낙승을 거두며 호날두, 박지성, 에반스 등에게 휴식을 준 유나이티드는
주중에 있을 위건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 사실상 프리미어십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다.
남은 아스날, 헐 시티와의 경기에서 승점 1점만 따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을
이번 시티와의 36라운드와 이어질 위건 원정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많은 이들은 호날두의 교체 장면에서의 짜증 섞인 반응을 보며 떠들어 댈 것이고
테베즈의 슬픔 섞인 발언을 들으며 열심히 온갖 비현실적인 말들을 늘어놓겠지만,
어쨌거나 호날두도 테베즈도 유나이티드의 붉은 져지를 입고 최선을 다할 것이며
퍼거슨 감독을 위시한 유나이티드, 그리고 팬들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남은 네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유나이티드는 다시금 잉글랜드와 유럽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역사상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 리그 최다 우승 클럽.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한 클럽.
08-09 시즌에만 네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클럽.
이 모든 수식어가 유나이티드에게 붙을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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