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꿈의 200점 원동력은 지독한 연습 때문

"정말 악바리에다 연습벌레였어요. 점프 연습을 하도 많이 해서 제가 손으로 세다가 지쳐 그만뒀어요."

주니어 시절 김연아를 가르쳤던 신혜숙 코치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다. 김연아가 중학생 시절이었다. 신 코치는 "트리플 러츠를 하도 많이 뛰길래 손가락을 꼽으면서 세 봤다. 65회까지 세고 포기했다. 다른 점프도 더 뛰었으니 100회도 넘는다. 다른 선수들은 같은 시간에 그 반도 못 뛴다"면서 "자기 할 일은 밤을 새서라도 하는 '똑순이'였다"고 기억했다. 3년 전 스케이트 부츠가 발에 맞지 않아 스케이트를 그만 두려고까지 했던 이 소녀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은반의 여왕이 됐다.

▶미셸 콴 따라하며 꿈 키워=김연아는 여섯 살 때 집 근처인 과천시민회관 실내링크에서 스케이트 부츠를 처음 신었다. 방학특강반에 등록한 김연아는 금세 피겨에 흥미를 느꼈다. 당시 '피겨 여왕' 미셸 콴의 비디오를 보며 흉내를 내곤 하던 김연아는 피겨를 그만 두자는 어머니 박미희씨에게 "정말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요"라며 졸랐다. "연아처럼 재능있는 아이를 처음 본다"는 코치의 말에 어머니는 고집을 꺾었다. 4만9000원이던 수강료는 35만원으로, 9만원짜리 스케이트는 100만원이 넘는 '선수용'으로 바뀌었다.

▶지는걸 못 참는 꼬마=어머니 박씨는 "연아는 어릴 때부터 욕심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김연아는 한참 나이 차가 나는 국가대표 피겨 선수들과 함께 레슨을 받았다. 김연아는 그 언니들과의 시합에서도 악착같이 이기려고 했다. 주변에서는 김연아를 '지는 걸 못 참는 꼬마'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김연아는 화가 나면 얼음을 스케이트 날로 찍는 버릇이 있었다. 빙판이 상하면 다른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탈 때 위험하기에 박씨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스케이트를 벗기고 "빙판 주변 100바퀴를 돌라"고 벌을 내렸다. '얼마 돌다가 잘못을 빌겠지' 하는 심정에서였다. 하지만 연아는 헉헉대면서도 끝내 100바퀴를 다 돌았다. 박 씨는 '다시는 100바퀴 벌을 써먹을 수 없겠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특별한' 김연아=김연아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플립, 루프, 토루프, 살코, 러츠)를 다 뛰었다. 김연아의 완벽 연기는 이처럼 '교과서 점프'로 기본을 다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점프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김연아는 경기에서 감정의 표현과 연기, 음악과의 조화 등 점프 외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다.

SBS 방상아 해설위원은 "김연아가 특별한 것은 편견에 맞서 싸운다는 점이다. 내가 선수였을 때 해외 대회에 나가면 한국에서 태어난 걸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피겨 후발국' 한국 선수를 향한 모든 편견에 맞서고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제는 그로 인해 한국 관계자들이 대접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꿈의 200점 돌파’ 김연아 “정말 원하던 자리였기에 눈물이 났다”


"다시 또 이 점수를 넘을 수 있을까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사상 첫 200점을 돌파한 김연아는 경기 후 우승 기분을 만끽할 새도 없었다. 점수를 확인하자마자 ISU 공식 미디어와 짧은 인터뷰를 해야 했고, 숨돌릴 틈 없이 시상대에 섰다. 해외의 ISU 공식 미디어들과 인터뷰를 한 차례 더 진행한 뒤에야 김연아는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시상대에서 눈물을 훔쳤던 김연아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환하게 웃음지었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세계선수권인데 그간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부상 때문에 스스로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고, 3등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다짐을 하고 나왔다. 부상 없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준비가 잘 된 것 같다. 연습하면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긴장하지 않고 연습처럼 연기했다. 내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게 된 좋은 경험이다"고 기쁨이 한껏 묻어나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상대에 선 적은 많지만 정말 원하던 자리였기에 특별한 생각 없이 그냥 눈물이 났다"고 시상식에서 흘린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꿈의 점수' 200점을 돌파한 데 대해서는 "점수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잘 하면 그 만큼 점수를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막상 말로만 듣던 200점을 받고 나니 정말 기쁘면서도 또 이 점수를 넘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넘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이어 김연아는 미셸 콴, 크리스티 야마구치(이상 미국) 등 전설적 피겨 선수들이 자신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준 것에 대해 "어릴적 봤던 챔피언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 영광이다. 그들처럼 은퇴하더라도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

 

 김연아, 200점 돌파의 의미는?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에서 합계 200점은 넘기 힘들다고 여겨온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터진 피겨 채점 스캔들을 계기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새 채점방식을 도입했다.

7년 만에 나온 200점=ISU는 2003년부터 새 채점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채점방식은 선수들의 연기에 심판들이 0.0~6.0점의 점수를 주는 상대평가다. 반면 새 채점 방식은 각 기술요소의 기본점수를 정한 뒤 연기에 따라 점수를 가감하는 절대평가다. 이 때문에 가끔 동점자가 나오기도 한다. 신 채점방식 도입 후 190점대에 처음 진입한 선수는 샤샤 코헨(미국)이다. 코헨은 2003년11월 스케이트캐나다에서 197.35점을 받았다. 2005년11월 러시아컵에서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198.65점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피겨계에서는 그간 김연아의 200점 돌파를 시간 문제로 여겨왔다.

◆기술과 예술의 조화=새 채점방식에서는 기술의 완성도를 세분화해서 채점한다. 특히 ISU는 지난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 점프에 있어 엣지(스케이트 날) 사용, 회전수 등을 엄중하게 점검한다. 그럼에도 200점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점프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그 완성도가 높은 덕분이다. 또 끊임없이 자신의 결점을 보완했던 점도 주효했다.

지난달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트리플 루프(공중 3회전) 점프를 연거푸 실패하자 김연아는 이를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 점프로 대체, 전체적인 배점을 관리했다. 기술점수만 끌어올려서는 200점을 넘을 수 없다. 늘 상대와 큰 차이를 보였던 예술점수가 200점 돌파를 가능하게 했다. 김연아는 스피디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술, 또 기술간의 연결, 연기력, 안무 및 구성, 표현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것이 김연아가 트리플악셀(공중 3회전반) 점프를 구사하지 않고도 200점을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200점 돌파’ 김연아가 걷는 길이 피겨의 역사

이제부터는 김연아가 걷는 길이, 곧 세계 피겨의 역사가 된다.

아사다 마오는 더 이상 김연아의 라이벌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그 자신을 넘어서며, 매번 새로운 역사에 도전해야 한다. 역사가 김연아의 새로운 라이벌인 셈이다. IS(일간스포츠)의 생각만 이런 게 아니다. 이미 지난달 4대륙 대회 쇼트 프로그램이 끝난 후 시애틀 타임스는 "김연아의 라이벌은 역사 그 자체"라고 선언했다. 김연아는 29일 열린 세계피겨선수권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그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또 다시, 그리고 완벽하게 증명했다.

▶꿈의 200점 돌파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76.12점을 기록했다. 2002~2003시즌부터 채점 방식이 바뀐 후 쇼트 프로그램에서 나온 사상 최고 점수였다. 여기에 프리스케이팅 131.59점을 더해 사상 처음으로 여자 피겨에서 총점 200점의 벽을 넘어섰다. 그것도 무려 207.71점으로 아사다 마오가 세웠던 종전 기록(199.52점·2006년 12월 그랑프리 6차 대회)을 8.12점이나 끌어올렸다. 아사다 마오의 기록에서 가까스로 일보 전진한 게 아니라 피겨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지에 들어선 것 셈이다.

더욱 반가운 건 이것이 김연아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파이럴 시퀀스까지 레벨4로 마친 김연아는 트리플 살코를 뛰려고 했지만 도약이 좋지 않아 더블 살코우에 다운그레이드까지 되면서 0.24점밖에 얻지 못했다. 또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을 시도하려다 주춤해 마지막 과제를 0점 처리 받았다. 210점대 진입도 충분히 가능했다.

▶2위와 16점 넘게 차이

당연히 이번 세계피겨선수권에서 김연아의 점수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은 바로 이럴 때 써야한다. 2위 조애니 로셰트(캐나다)와는 무려 16점 넘게 차이가 난다. 김연아가 점프를 하다가 엉덩방아를 한 번 찧고, 트리플 악셀을 실패해 두 바퀴 혹은 한 바퀴만 돌았더라도 너끈히 우승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금껏 김연아의 우승을 다퉜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두 번째 점프가 다운되는 등 점프 난조를 보이면서 총점 188.09점으로 4위에 그쳤다. 조애니 로셰트(191.29점)과 안도 미키(일본·190.29)는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김연아가 앞으로 이어질 역사와의 경쟁을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한다면 아사다 마오, 조애니 로셰트, 안도 미키의 거센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

랭킹 1위 등극’ 김연아, 상금도 1위

김연아가 총 상금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종전 2008~09 시즌 총상금 6만9000달러(9500만원)와 이번 대회 우승 상금으로 4만5000달러(약 6000만원)를 더해 11만4000달러(1억5500만원)로 올 시즌 상금 1위에 올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8~09시즌 그랑프리 1·3차에서 우승, 각각 1만8000 달러씩 총 3만6000 달러를 챙겼다. 이어 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 상금 1만8000달러, 4대륙선수권우승상금 1만5000 달러를 획득해 모두 6만9000달러(약 9500만원)을 손에 넣은 바 있다.

시니어 데뷔 이후 그랑프리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 등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까지 석권해 명실상부한 은반 위의 퀸과 재벌로 거듭났다. 김연아의 상금 릴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즌 종료 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경우 상금 4만5000달러가 추가로 지급된다. 따라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랭킹 1위를 확보한 김연아는 모두 15만9000달러(2억1400만원)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연아는 나에게 자극제다”… 김연아에 대한 말말말

▲스캇 러셀(캐나다 공영 방송 CBC 해설자) ="판타스틱했다. 정말 판타스틱! 그녀는 정말 모든걸 잘한다. 특히 그녀의 점프는 너무 아름답다. 점프를 뛰어올라 돌고 나면 이미 저쪽에 가있다. 비거리가 상당하다. 오늘 정말 퍼펙트 연기였다. 한국에선 정말 대단한 스포츠스타임이 분명하다."

▲크리스티 야마구치(1992 알베르빌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오늘 그녀의 경기는 어메이징했다. 모든 요소가 퍼펙트했다. 그는 정말 놀라운 선수다. 그녀는 '홀 패키지'다. 연기도 아름다운데다가 기술들이 정확하다. 오늘 가장 좋았던 점프는 첫번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점프였다. 점프가 높고 깨끗했다. 또 빨랐고. 플립에 어텐션에 붙었다면 심판들은 아마도 긴장(반성)해야 할것이다."

▲데이비드 윌슨(김연아 안무가) ="경기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의 100% 이상을 보여줬다. 지난 3년 동안 김연아와 함께 일을 해왔다. 자신이 갖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을 보면 매우 자랑스럽다. 김연아는 단순히 선수가 아니라 예술가에 가깝다. 예전에는 힘들어도 무조건 참고 훈련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면서 피겨를 즐기고 있다. 너무나 똑똑하게 관리를 한다. 주변 사람들도 김연아에게 강한 카리스마를 느낀다고 말을 한다."

▲아사다 마오(일본) ="김연아는 나에게 아주 훌륭한 라이벌이다. (김연아의 우승은) 나에게 자극제가 될 것이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훈련량을 늘려 철저히 준비하겠다.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줄 것이다. 다음 프로그램에서는 나의 다른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오서(김연아 코치) ="연아는 오늘 'incredible'한 연기를 펼쳤다. 연아가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쁘다. 그러나 다음 시즌을 위한 철저한 준비 역시 필요하다. 다음 시즌은 올림픽이 있는 만큼 아사다 마오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단지 계속해서 연아다운 모습을 보이면 된다."

▲산드라 스테벤슨(데일리 텔레그라프지 기자) ="지금 이 순간에는 아사다를 연아의 적수라 부를 수 없을 것같다. 김연아에 대해서는 잘 했는데 더 말할 필요도 없다. 4대륙 대회 때부터 아사다 마오(일본)의 컨디션은 별로인 듯 하다. 지금 이 순간에는 김연아가 아사다보다 한 수 위다."

 

[연아 따라잡기] 연아 1명이 끌어올린 한국 위상

L.A에 온 이래로 가장 기쁜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7.71점, 신기록을 세웠네요. 김연아는 2007년 그랑프리 시리즈 대회 '컵 오브 러시아'에서 71.95으로 처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지난달 4대륙 대회에서 72.24점을, 28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6.12점을 기록하면서 연이어 기록을 새로 쓰고있습니다. 이번에는 총점 신기록까지...피겨가 기록 경기는 아니지만 이쯤되면 김연아를 '세계신기록 제조기'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김연아가 정말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면서 덩달아 저도 정말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지희 부회장은 "자국 선수들이 얼마만큼 해주느냐에 따라 심판들도 심판들 모임에서 권위가 좀 선다. 연아가 잘 해주면서 다들 한국 심판들의 목소리도 중하게 여긴다"고 하더군요.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국 선수들이 잘했을 때 기자들도 보람을 느끼고, 으쓱해지고...그렇거든요.
 
여기 기자실에는 동양인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 외신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인기가 대단하다. 기자실을 검은 머리의 동양 기자들이 꽉 메우고 있다"고 표현했을 정도인데요, 사실 이 중 한국 기자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약 15명정도 될까요. 나머지는 다 일본 기자들입니다. 남녀 싱글에서 탑 랭커들이 많아 다소 자신만만한 모습도 보이구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죠. 좀 침통합니다.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곤 하던 일본 기자들도 조금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저는, 마치 전국 1등하는 아이를 둔 가난한 엄마의 기분이 드네요.
 
어제, 오늘은 축하인사도 엄청나게 받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제가 한국 기자임을 확인하면 'congratulation' 하며 인사를 건네네요. 경기장 밖에서 뉴욕타임즈 기자를 만났는데요 "오늘 김연아 하는걸 보니 대단하더라. 니가 엄청나게 잘한다고 설명할 때 약간 미심쩍었는데 니 말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하더군요. 으쓱했습니다.

제가 묵는 호텔은 미디어 지정호텔인데요 여기서는 캐나다 CBC 방송의 스캇 러셀 해설위원을 만났습니다. 이 해설위원은 이전에 제가 세계선수권 어떻게 될것같냐고 묻자 대뜸 "이번 대회는 연아가 우승한다. 아사다는 코치를 바꾸는 등 굉장히 들쭉날쭉하다"고 예상했던 사람입니다. 그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저를 보자마자 "축하한다"면서 "오늘 연아의 경기가 퍼펙트했다. 너와 나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면서 "여기서 점프를 뛰면 바로 저쪽에 가 있더라"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저희를 쳐다봤죠. ㅋㅋㅋ 그래도 기분 좋았습니다. 여기 있는 기자들 중 자국 선수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사람들은 기껏 해야 4개국 기자들이죠. 하하하
 
김연아가 엄청난 활약을 한 후에는 외신 기자들의 관심이 김연아 선수에게 집중됐습니다. 재미있었던 사실은 그들의 질문 내용이었는데요, 한 기자는 김연아에게 "노래가 어렵냐, 스케이트가 어렵냐"고 질문을 하더라구요.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연아가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요. 김연아 대답은 당연히 "스케이트"였구요. 또다른 기자는 "네 쇼트 점수는 남자 경기로 치면 8등 점수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높냐"고 질문을 하더라구요. 우리 연아가 놀랍긴 놀랍죠.
 
김연아도 기분이 무척 좋았던 모양입니다. 프리 후에는 도핑테스트와 각종 행사 등으로 시간이 없었는데요, 쇼트프로그램 후에는 컨퍼런스룸에서 만난 한국 기자들과 농담을 섞어가며 얘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본 기자에게는 "세계선수권만 오시나봐요? 다른덴 안오세요?" 하면서 안부도 묻고, 나중에 라커로 들어가면서는 "숙소로 잘들 돌아가시라"고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코치가 저와의 인터뷰에서 "실력은 좋은데 인성은 별로인 선수가 많다. 헌데 김연아는 모두 갖췄다"고 했었죠. 배려도 1등인 김연아입니다.
 
여하튼, 이제 저는......엄청난 양의 기사를 써야하겠죠. 그래도 오늘만큼은 일이 즐거울 것 같네요. 좋은 소식을 전하는거잖아요.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에 한국 음식도 너무 그리워서 어제는 밤에 한국에 가는 꿈을 꿨습니다. 같은 날 김연아도 한국을 향합니다. 저야 고작 일주일이지만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약 2개월만이니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다만 오랜만에 찾은 한국에서, 우승 축하한답시고 이리저리 불러내 귀찮게 하는 사람들로 인해 힘들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온누리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