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1년]‘사교육비 절반’ 공약 깨고, 기다리다 ‘남북신뢰’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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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일제고사 등 학교현장 대혼란

이명박 정부는 ‘경쟁과 자율’ ‘수월성’에 기반한 정책을 지난 1년간 교육현장에 수혈했다. 공교육 수준을 높여 연간 20조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헛구호가 됐다. 현실을 고려치 않은 정책이 ‘불도저식’으로 추진되면서 학교 현장에선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성적 조작, 허위 보고 파문을 일으킨 학업성취도 평가 일제고사는 비근한 예다.

고교평준화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고, 학생들은 여전히 학원가를 맴돌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와 기숙형공립학교 등 ‘공부 잘하는 학생’에 초점을 맞춘 학교들이 2010년 문을 열면 전국 고교는 대학진학률이 높은 ‘엘리트 고교’와 ‘일반고교’로 나뉠 판이다. 엘리트 고교는 학비가 일반계 고교의 3배에 이른다. 서울에 국제중 2곳이 설립됨에 따라 ‘특목중’을 대비한 중학입시 사교육도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규기자>

정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도교육청 간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데 활용하면서 학교장과 교사, 학생은 ‘경쟁 지상주의’에 내몰리고 있다. 성적이 부진한 교육청은 2011년부터 예산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게 돼 교육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사들은 교원평가제 도입을 앞두고 있으며 경쟁을 바탕으로 한 ‘수준별 이동수업’과 ‘0교시 수업’이 학교현장에 확산될 조짐이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학생 성적이 교원의 인사와 재정 지원으로 직결되면 초·중·고교 현장에선 성적 위주의 교육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3불(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불허) 원칙’을 2013학년도부터 폐지하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은 사교육 폭증을 부르고 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 남북관계 - 대화·지원·상봉 無, 군사적 충돌 우려

‘비핵·개방·3000’ ‘상생·공영’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다. 정부는 ‘기다리는 것이 전략’ ‘남북관계의 조정기’라는 언술로 포장하고 있지만, 금강산·개성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축소 등 상황은 최악이다. 급기야 북측은 “서해 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19일 평양방송)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10년 전도 지금보다 나았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10년’의 논리에 빠져 전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과 성과를 무조건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북측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남북간 과거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북한의 비핵화를 경제발전과 연계시킨 ‘비핵·개방·3000’은 북으로부터 ‘정치적 주권침해’라는 반발만 샀다.

실패한 정부의 대북정책은 ‘3무(無)’로 귀결됐다. 남북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나서는 고위급 공식회담이 열리지 못했고, 인도적 영역인 이산가족 상봉 및 식량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금강산·개성관광 중단, 경의선 철도운행 중단, 개성공단 상주인력 감축 등으로 교류협력도 타격을 입었다. 통일부는 “금강산관광 중단 속에서 지난해 남북교역이 전년에 비해 1.2%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전에는 해마다 20~30%가 늘었다. 1.2% 증가는 사실상 떨어진 것이며, 이런 발표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정세현 전 장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군사적 충돌 우려가 적잖지만, 이를 관리할 남북 ‘핫라인’도 없다. 핫라인이 끊긴 지금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상황이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라디오 연설에서 “과거와 같이 북한의 눈치를 살피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다가 끝이 잘못되는 것보다 시작은 조금 어렵더라도 제대로 출발해 결과를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복지 - 땜질식 처방·지원 현상유지만

이명박 정부는 복지의 질적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나 비전을 모색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지원책과 처방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의 양대 축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공부조와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조제도가 신설되거나 사회보험이 확충된 사례는 없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공공부조제도로 꼽힐 수 있지만,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2008년 안으로 급여를 인상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준비키로 했던 기초노령연금제도는 논의가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장애인연금제는 올해 안으로 시범실시될 예정이었지만, 논의를 준비하는 선에서 그칠 전망이다.

우리나라 통합재정지출 중 복지지출 비중은 200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5.4%)의 절반(26.7%) 수준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도 8.6%로 OECD 평균의 30%가량에 불과하다.

올해 증액된 복지부 예산 7000여억원 중 상당수는 저소득층에 대한 일시적인 양곡비 지원, 학비 지원, 유류값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당연히 정부가 일시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들이지만 마치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포장되고 있다. 반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은 2008년 159만6000명분에서 158만6000명분으로 줄었다. 장애인 차량 LPG 지원은 폐지됐고 빈곤층 아동들을 위한 지역 공부방 예산은 삭감됐다.

<송진식기자 truejs@kyunghyang.com>

◇노동 - 친기업 내세워 反노동 ‘역주행’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1년은 ‘친기업’과 ‘반노동’으로 요약된다. 노동권을 허무는 조치들이 쏟아진 가운데 노·정관계는 1987년 민주화 이전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역주행’은 집권 초부터 예고됐다.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정책의 초점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맞춘 것이다. 그 결과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노동권 보호장치가 줄줄이 해체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감액 임금 적용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도 예고됐다.

노·정 관계에선 ‘법치’가 ‘대화’를 대체했다. 지난해 촛불파업을 주도한 이석행 전 위원장 등 민주노총 주요 간부들은 대거 사법처리됐다. 정부는 ‘불법파업의 경우 고소·고발 없이 수사’ ‘국가기간산업 파업 등에 대한 양형 가중’ 등의 엄단 방침을 발표했다. 공권력을 동원해 파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반노동’ 기조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노동자 양보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용유지보다 임금삭감을 강조하는 ‘양보 교섭’이 장려되는가 하면, 공공부문 청년인턴제에서 보듯 정규직 일자리를 줄여 불안정 노동계층을 양산하는 땜질 처방이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 등 토목·건설 부문의 단기적 일자리를 만드는 데 치중한 나머지 필요한 실업 관련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자 복지를 확충해 내수와 기업을 살리는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지도록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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