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한국에 못들어온 이유
KTFㆍSKT 과열경쟁 때문

한국형 무선인터넷표준 위피(WIPI)가 폐지됐음에도 애플의 3G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KTF와 SK텔레콤의 지나친 도입 경쟁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F는 애플과 3G 아이폰 출시를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상반기에 애플 3G 아이폰 한국 출시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심지어 연내 도입조차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애플과 적극적인 협상을 벌여온 KTF 관계자는 "아직 도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도입)협상을 했지만 올해 지지부진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내 출시조차 불투명하게 된 것은 일본에서는 아이폰이 `공짜폰`으로 전락한 데다 미국에서는 재고 정리에 들어가는 등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신형 아이폰 출시를 위해 2차전지,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을 대량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형 아이폰이 도입된다고 해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도입에 실기(失期)하게 된 것은 KTF와 SK텔레콤이 도입 경쟁을 벌이면서 굴욕적일 정도로 저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사는 노키아 소니에릭슨 HTC 등 다른 외산 휴대폰과는 달리 애플 아이폰에 대해서는 양보 없는 도입 경쟁을 벌였다.

KTF가 외산폰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먼저 도입 협상을 벌였고 SK텔레콤이 뒤늦게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됐으며 결국 가격, 물량, 조건 등에서 애플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다는 것이다. 애플은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계속했고 환율이 크게 올라 수입가도 오르자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셈이다.

KTF와 SK텔레콤은 상대방이 도입을 포기하면 자신도 아이폰 도입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기존 휴대폰 업체에는 일방적인 요구를 하고 있으나 유독 애플에는 보조금 지급, 물량 확보 등에서 호의 경쟁을 해왔다"며 "애플 아이폰을 위해 위피 의무화마저 폐지한 것은 굴욕적일 정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키아 소니에릭슨 HTC 등 최근 출시된 외산 휴대폰은 모두 위피를 탑재하고 출시됐으며 블랙베리는 법인에 한정해 위피 없는 스마트폰을 출시한 바 있다.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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