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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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캔자스주에서 1974년부터 여성 10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 2005년 붙잡혔다. 범인 데니스 레이더는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59세 시청 공무원이었다. 그는 범행 때마다 'BTK'라는 이름으로 피해자 유품을 방송사에 보내 경찰을 조롱했다. '묶고(bind) 고문하고(torture) 죽인다(kill)'는 뜻이었다. 한 차례 살인하면 3~4년씩 공백기를 보내며 30년 넘게 수사망을 피하다 편지에 묻은 DNA 탓에 붙잡혔다.

    ▶ 1970년대 미국 최악의 연쇄살인마 테드 버니는 한 팔에 붕대를 감은 채 여성에게 책을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뒷머리를 둔기로 때려 납치했다. '연쇄살인의 귀공자'로 불릴 만큼 잘생긴 외모와 달변에 넘어간 피해자가 많았다. 100명을 죽였다는 추정이 있었지만 로스쿨을 다녀 법을 잘 알았던 그는 35명 살인만 인정했다. 그는 쉽게 납치하려고 차 조수석까지 떼놓고 다녔다. 이걸 이상하게 여겨 달아난 여성 한명만이 살아남았다.

    ▶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상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그의 차에 6시간 감금됐다 구사일생 풀려났던 40대 독신녀는 "그가 잘생겨서 전혀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주 한 독자는 "두 딸에게 조선일보에 공개된 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사람이 차에 타라고 하면 타겠느냐'고 묻자 '타겠다'고 하더라"며 "좋은 교육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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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본 게이오 의대 니시무라 박사는 일상에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뜻에서 "정장 차림의 뱀"이라고 했다. 성인 100명 중 한명꼴이나 된다고 한다. 미국 브르크하멜연구소는 사이코패스들이 행동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에 결함이 있고 공격성을 억제하는 분비물 세로토닌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죄의식이나 감정을 못 느끼고 자기중심적이며 거짓말에 능하다.

    ▶ 작년 경기대와 한림대 범죄심리 연구팀은 전과가 있는 강력범 450명을 테스트해 25%, 100여명을 사이코패스로 판정했다. 사이코패스는 재범률이 80%나 된다지만 이들을 추적·격리하는 대책이 없다. 워낙 멀쩡해 보이니 미리 찾아내 예방할 수도 없다. 강호순이 붙잡힌 뒤로 호신용품이 10배나 팔리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서비스 가입도 배로 뛰었다 한다. 그래 봐야 '악마'들과 섞여 사는 수밖에 없다니 세상이 더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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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 김홍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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