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요나스의 『책임의 원칙 : 기술 시대의 생태학적 윤리』

『책임의 원칙 : 기술 시대 생태학적 윤리』의 핵심 내용

인간의 기술적 착취에 의해 고통 받고 신음하던 지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드디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존층 파괴, 멸종 위기에 처한 각종 생물들, 지구 온난화 현상, 이상 기후에 따른 자연 재해 등, 이와 같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은 역설적 성격을 띠고 있다. 즉, 인간이 기술을 통해 자신의 삶의 영역을 넓히면 넓힐수록, 진정한 삶의 터전은 이로 인해 더욱더 잠식당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평화적 기술 역시 가공할 만한 불행의 잠재력을 함축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이런 불행의 치명성이 수많은 기술 문명의 성공들에 가려진 채 내부적으로 서서히 스며들어 가면서 환경 위기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둔감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인간의 생태학적 불감증에 경종을 울리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철학에서는 '환경 윤리학'이라는 새로운 계보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사유의 혁명을 통해 기술에 의한 환경 오염을 극복하고자 하는 한스 요나스의 『책임의 원칙』은, 바로 자연에 대해 인간이 자신의 권력을 방종하게 남용하는 것을 고발하는 자연의 대변자 역할을 자청하게 된다. 즉 인간의 자유가 기술을 통해 실현되고 따라서, 기술에 의한 환경오염이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구의 병은 치유할 길이 없다고 주장하게 된다.

요나스는 무엇이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인가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생태학적 문제에 세 단계로 접근하고 있다. 즉, 그는 이 책에서 '왜 위기인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잇는가?', 이는 각각 전통 윤리학 비판과 마르크스적 유토피아론의 한계 분석, 책임의 원칙 수립이라는 절차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1. 전통 윤리학 비판

올바른 행동에 관한 전통적 지혜는 모두가 인간 중심적이었으며, 과거의 경험을 의중에 두고 있었다. 다라서 행동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작았고, 예견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계산할 수 있는 시간적 간격은 짧았으며, 상황에 대한 통제는 제한되어 있었다. 즉, 전통적 윤리는 인간의 삶의 전(全) 지구적 조건과 종(種)의 먼 미래와 실존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인간 존재에 대하 자연의 도전은 그 종류와 규모면에서 아주 새로운 것이며, 이제까지의 그 어떤 것과도 유사하지 않다. 따라서 행위의 직접적 영역에만 제한되어 있던 전통 윤리학의 모든 도덕적 명령과 격률은 완전히 새로운 양태의 권력과 이를 예속시킬 수 있는 규범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제시해 주지 못한다.

2. 마르크스적 유토피아주의 비판

요나스가 보기에 마르크스주의(맑시즘)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그것에 전제되어 있는 인간학, 즉 인간의 본질에 관한 그릇된 관점에 있다. 나비가 되는 애벌레의 현재와는 달리 인간의 현재는 불확실한 지금 그대로 항상 충분한 가치가 있다. 즉, 인류는 그 때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개체가 그러하듯이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임시적인 것에서 궁극적인 것으로 진행되는 미리 계획된 전체 형성 과정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마르크스적 유토피아의 열정은 그것을 열망하는 현상태를 단순히 개선하겠다는 의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를 통하여 인간을 더욱 고상하게 변신시킨다는 약속에 있었다. 따라서 맑시즘에 따르면 이제까지의 환경은 좋은 적이 없었고 인간도 역시 그랬는데, 무계급의 사회가 비로소 선한 인간을 산출할 것이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맑시즘의 본질에서 말하는 '유토피아'이다.

이렇듯 처음부터 맑시즘은 기술의 권력을 찬양하였으며, 그것이 사회와의 합동으로 구원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므로 맑시즘은 기술의 권력을 제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자본주의적 소유자의사슬에서 해방시켜 인간 전체의 행복을 위하여 사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요나스가 보기에 마르크스적 유토피아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점은 첫째, 오늘날의 조건하에서인간은 유토피아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며, 둘째 그런 기대 자체가 하나의 허구적 이상이라는 것이다. 즉, 전 지구상의 부와 부를 이룩하였던 생산력을 무차별적으로 재분배하더라도, 현재 인간의 조건은 가장 가난한 지역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에도 넉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3. 책임의 원칙 수립

요나스는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에 대하여 행사해 온 권력을 근거로 하여 책임의 원칙을 행위의 새로운 명법(明法)으로 수립한다. 그가 보기에 책임의 전제 조건은 인과적 권력이다. 즉, 권력에 위탁된 것에 대해 권력은 객관적으로 책임이 있으며, 권력은 책임감이 가담함으로써 감정적으로는 참여하게 된다. 오늘날 필요한 환경에 대한 미래 사회의 책임의 윤리는 이런 종류의 책임과 책임감을 뜻한다.

오랜 자연의 창조 기간을 거쳐 생성되어 현재 인간의 손에 넘어온 지구의 왕성한 생활력은 그것 자체로서도 인간의 보호를 요청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자연에 대해 지속적인 권력을 행사해 온 인간은 자연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갖는다. 그러나 요나스는 생존 경쟁 속에서 경우에 따라 발생하곤 하는 인간과 자연의 양자 택일에서는 어쨌든 인간이 항상 유리하며, 자연의 존엄성이 인정되더라도, 자연은 인간과 인간의 지고한 존엄성에 굴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그의 『책임의 원칙』은 한편으로는 기술을 죄악시하는 생태학적 자연주의에 경도되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 문제를 기술적으로만 파악하는 개량주의에도 빠지지 않으며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자연에 대한 지나친 승리는 승자 자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철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여 책임의 영역을 인간에서 자연으로 확장해 갈 때, 인간은 비로소 존재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소개

『한스 요나스(Hans Jonas : 1903~1993)』는 프라이브르크, 베를린, 하이델베르크와 마르부르크에서 철학, 신학, 예술사를 공부하고 1928년 하이데거와 불트만에게서 '그노시스(Gnosis)' 개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독일계 철학자이다. 1933년에 영국을 거쳐 1935년에 팔레스티나로 망명한 그는, 1955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오랫동안 프린스턴 대학, 콜롬비아 대학 등에서 객원 교수로 활동하였다. 1987년 책임의 원칙으로 독일 서적 판매 조합에서 주는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주요 저서로는 『아우구스티누스와 바울적 자유의 문제』, 『그노시스적 종교』, 『무(無)와 영원의 사이』, 『기술, 의료, 그리고 윤리』 등이 있다.

요나스는 특히 1979년에 『책임의 원칙』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 윤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그는 전통 윤리학의 근저에 있는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약한 생태 중심주의(weak ecocentrism)의 입장을 취하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현재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즉, 개별 생명체의 안위는 어디까지나 전체 생태계의 안정과 균형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생태계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생태 중심주의의 입장을 표방함과 동시에, 과학적인 접근 방식 특히 생태학과 진화론에 입각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요나스는 『책임의 원칙』의 머리말에서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생각만 하고 있기에는 지구의 위기가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막연한 구원의 예언보다는 불행의 예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장기 예측(미래에 대한 청사진)의 불확실성 자체를 하나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환경에 대한 인간의 결정이 최고의 선을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닌 최고의 악을 회피하기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에게조차 해가 되는 기술의 '부작용'이 자연을 침해함으로써 득을 흐리게 하거나 득보다 더 커지려고 할 때, 비로소 인간은 자연의 허용 한계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또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리하게 자연을 착취하여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자연 전체의 체계를 파멸로 몰아칠 때, 돌이킬 수 없이 인간은 자연의 허용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그러므로 요나스가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심 질문은 무엇이 '한계'이며 어디에 놓여 있는가, 거기까지 얼마나 남았으며 또는 얼마만큼 가까이 있는가이다.

생각해 볼 문제

1. 요나스의 ‘책임의 원칙’은 ‘전통 윤리학’, ‘마르크스적 유토피아’를 각각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는 반대로 ‘전통 윤리학’과 ‘마르크스적 유토피아’의 관점에서 ‘책임의 원칙’을 비판해 보자.
2. 우리가 자연을 개발할 때, ‘한계’가 되는 기준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요나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자료출처-대성학원]

출처 : 대학입시수능정보(재수,점수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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