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中 스마트폰 집중 탓에 ‘아찔한 순간’ 속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증가에 일조…외국선 규제 시작
#회사원 김우현(가명·33) 씨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길을 걷다가 보도의 차량진입 차단봉에 부딪히는 ‘충돌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정강이에 멍이 드는 정도에 그쳤지만,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겼음을 깨닫고 아차 싶었다. ‘만약 달리는 자동차였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대학원생 임남택(29) 씨는 요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어 다니는 보행자들이 제일 무섭다. 그에게 이들은 어디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너클볼’ 같은 존재다. 대부분 갈 지(之) 자를 그리며 다녀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지 예측해서 피하기 어렵기 때문. 1m 앞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겨우 급제동하면 그제야 고개를 들고 상황을 파악한다.
#인천 삼산경찰서 유동균(33) 경장은 몇 개월 전부터 순찰 중 스마트폰에 심취해 무단횡단을 일삼는 시민들 때문에 아찔할 때가 많았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면 차량이 오는지 살피지도 않고 걸어나오는 경우가 많아 경고방송을 몇 차례씩 해야 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일상화…‘방어보행’ 시대 = 스마트폰 가입자 3천만명 시대다. 거리와 지하철 역 등 곳곳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로 넘쳐난다.
횡단보도 신호대기 중에, 지하철 승강장과 버스 정류장에서 대중교통편을 기다릴 때 잠시라도 틈만 나면 사람들의 시선은 여지없이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문제는 걷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음악감상과 문자전송, 채팅에서 뉴스검색, 영상 시청, 게임에 이르기까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는 한계가 없다. 이들은 스마트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활보한다.
앞을 주시하지 않는 데다 스마트폰에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주의력이 분산돼 사고 위험이 커지지만, 이를 의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살피고자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과 신촌 거리에 직접 나가봤다.
지난 17일 오후 5시40분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보도. 불과 20여분 지켜봤을 뿐인데 무려 47명의 행인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기자의 눈앞을 지나갔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상가와 지하철 신촌역을 잇는 연결통로. 30분간 신촌역으로 향한 451명의 행인 가운데 10%가 넘는 48명이 스마트폰에 몰두한 채 걸었다.
대부분 10∼30대. 잠깐씩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고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보통이었고 아예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걷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주위를 살피지 않고 느릿느릿 걷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행 흐름을 저해해 다른 보행자들이 이들을 피해 다니는, 이른바 ‘방어보행’의 상황도 자주 목격됐다.
실제 적잖은 이들이 거리나 공원 등 야외에서 이동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휴대전화 전문 조사업체인 마케팅 인사이트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9.7%는 거리, 공원 등 야외에서 무선인터넷을 활용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조사대상자 44%가 오후 6~9시에 집중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는데 이 시간대가 주로 방과 후 학원을 오갈 때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학원을 오가는 사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빈발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운전 중 사용만큼 위험…외국에서는 규제 시작 =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나 DMB 시청의 위험성은 그동안 많이 지적됐으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유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은 운전 중 전자기기 사용 못잖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동시에 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말미암은 사고가 잇따라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1천152명에 이른다. 7년 사이 4배 증가한 수치.
문제가 심각해지자 뉴저지 주(州) 포트리 시 당국은 올 상반기부터 걸으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보행자에게 85달러의 벌금을 물리기 시작했고 영국 런던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충돌에 대비해 가로등에 충격 흡수패드를 설치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일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문제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 비율은 2005년 40%를 찍은 뒤 매년 낮아져 2008년 36.4%까지 떨어졌다가 2009년 증가세로 반전했고 작년에는 39.1%까지 올라갔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더 정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 등 휴대 전자기기의 보급이 최근의 보행자 사망자 비율 증가에 일조한 게 아닌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증가에 일조…외국선 규제 시작
#회사원 김우현(가명·33) 씨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길을 걷다가 보도의 차량진입 차단봉에 부딪히는 ‘충돌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정강이에 멍이 드는 정도에 그쳤지만,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겼음을 깨닫고 아차 싶었다. ‘만약 달리는 자동차였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대학원생 임남택(29) 씨는 요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어 다니는 보행자들이 제일 무섭다. 그에게 이들은 어디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너클볼’ 같은 존재다. 대부분 갈 지(之) 자를 그리며 다녀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지 예측해서 피하기 어렵기 때문. 1m 앞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겨우 급제동하면 그제야 고개를 들고 상황을 파악한다.
#인천 삼산경찰서 유동균(33) 경장은 몇 개월 전부터 순찰 중 스마트폰에 심취해 무단횡단을 일삼는 시민들 때문에 아찔할 때가 많았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면 차량이 오는지 살피지도 않고 걸어나오는 경우가 많아 경고방송을 몇 차례씩 해야 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일상화…‘방어보행’ 시대 = 스마트폰 가입자 3천만명 시대다. 거리와 지하철 역 등 곳곳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로 넘쳐난다.
횡단보도 신호대기 중에, 지하철 승강장과 버스 정류장에서 대중교통편을 기다릴 때 잠시라도 틈만 나면 사람들의 시선은 여지없이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문제는 걷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음악감상과 문자전송, 채팅에서 뉴스검색, 영상 시청, 게임에 이르기까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는 한계가 없다. 이들은 스마트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활보한다.
앞을 주시하지 않는 데다 스마트폰에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주의력이 분산돼 사고 위험이 커지지만, 이를 의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살피고자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과 신촌 거리에 직접 나가봤다.
지난 17일 오후 5시40분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보도. 불과 20여분 지켜봤을 뿐인데 무려 47명의 행인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기자의 눈앞을 지나갔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상가와 지하철 신촌역을 잇는 연결통로. 30분간 신촌역으로 향한 451명의 행인 가운데 10%가 넘는 48명이 스마트폰에 몰두한 채 걸었다.
대부분 10∼30대. 잠깐씩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고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보통이었고 아예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걷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주위를 살피지 않고 느릿느릿 걷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행 흐름을 저해해 다른 보행자들이 이들을 피해 다니는, 이른바 ‘방어보행’의 상황도 자주 목격됐다.
실제 적잖은 이들이 거리나 공원 등 야외에서 이동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휴대전화 전문 조사업체인 마케팅 인사이트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9.7%는 거리, 공원 등 야외에서 무선인터넷을 활용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조사대상자 44%가 오후 6~9시에 집중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는데 이 시간대가 주로 방과 후 학원을 오갈 때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학원을 오가는 사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빈발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운전 중 사용만큼 위험…외국에서는 규제 시작 =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나 DMB 시청의 위험성은 그동안 많이 지적됐으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유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은 운전 중 전자기기 사용 못잖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동시에 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말미암은 사고가 잇따라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1천152명에 이른다. 7년 사이 4배 증가한 수치.
문제가 심각해지자 뉴저지 주(州) 포트리 시 당국은 올 상반기부터 걸으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보행자에게 85달러의 벌금을 물리기 시작했고 영국 런던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충돌에 대비해 가로등에 충격 흡수패드를 설치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일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문제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 비율은 2005년 40%를 찍은 뒤 매년 낮아져 2008년 36.4%까지 떨어졌다가 2009년 증가세로 반전했고 작년에는 39.1%까지 올라갔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더 정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 등 휴대 전자기기의 보급이 최근의 보행자 사망자 비율 증가에 일조한 게 아닌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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