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별 스토리

	» 한 연구원이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평가부 연구실에서 편광현미경을 이용해 석면을 분석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활석(탤크)을 원료로 쓴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지 1주일 남짓 만에, 활석을 원료로 쓰는 의약품들이 무더기로 판매 금지됐다. 무려 1122개 품목에 이르고 종류도 다양하다. 환자들은 헛갈려하며 불안을 호소한다. 일부 제약업체는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잇따른 위험 경고에도 둔감하던 보건 당국의 대처가 빚어낸 사태다.

■ 어떤 약이 판매 금지? 이번에 판매 금지된 의약품들을 효능별로 보면, 고혈압을 낮추는 약, 높은 혈당 수치를 낮추는 약, 심장약, 잇몸 질환에 쓰는 약 등이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 항생제나 감기약, 소화제, 혈액 순환을 개선시킨다는 약 등도 다수 들어 있다.

이 약들을 만드는 120개 업체 가운데는 이름난 제약업체들도 다수 들어 있고, 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의약품들도 다수 있다.

현재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어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면, 같은 효능을 지녔지만 판매 금지되지 않은 의약품목도 있는 만큼, 식약청 홈페이지(kfda.go.kr)에서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 환자 불안, 의료기관 혼선 잇몸약을 먹고 있다는 이기성(62·인천 계양구)씨는 “정부에서 위험성이 없다고 하지만, 평소 먹던 약에 석면이 들어 있을 수 있다니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또 자주 먹던 약을 끊고 다른 약을 먹어도 괜찮은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불안하다면 의사나 약사에게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식약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석면이 든 의약품을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적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어, 환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식약청은 당장 이날부터 판매 금지 의약품의 처방·조제를 막겠다고 했지만, 의료기관과 약국 등 진료와 조제를 하는 일선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식약청이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제한하겠다고 했으나, 이 조처가 곧바로 제대로 시행될지는 의문이다. 병·의원의 처방시스템에 판매 금지 의약품 목록을 수정하는 것도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 식약청의 ‘원죄’ 베이비파우더, 여성용 화장품에 이어 이번 의약품까지 ‘석면 함유 활석’으로 빚어진 사회적 혼란에는 식약청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비파우더의 원료인 활석에 들어 있는 석면의 위해성은 1980년대 초반에 제기됐고, 87년엔 일본에서 큰 사회문제가 됐다. 2004년에는 식약청이 맡긴 연구 보고서에서 활석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도 이를 외면했다. 2005년엔 유럽연합이, 2006년엔 미국이 2006년 석면 섞인 활석 규제를 만들었는데도, 식약청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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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은 석면 함유 베이비파우더 제품을 판매 금지한 뒤 이틀 뒤 ‘석면 섞인 활석을 원료를 못 쓰도록 하는 기준을 내놓았다. 얼마든지 신속하게 관리할 수 있었는데도, 그동안 방치했던 셈이다. 유무영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장은 “탤크 속 석면을 좀 더 빨리 관리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식약청 석면 관련 후속조치·유통판매 금지 품목 보기]

김소연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dandy@hani.co.kr